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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뚜벅 Nov 22. 2023

낡은 아파트에선 무슨 일이?

크리스마스가 찾아온 동네 공원

“우리 동네 참 좋아졌다. 그렇지?”

남편과 저녁식사 후 동네산책을 나설 때면

이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아파트 옆 공원을 지나면서도 이 말을 곱씹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어둑해서 밤에는 찾지 않았던 공원에

쉬어갈 수 있는 흔들 그네가 설치되고

야간조명이 추가되더니 이번 겨울엔 예쁜 조명과

대형트리까지 설치됐다.

“멀리 안 나가도 되겠네. 공원에서 미리 크리스마스~“

산책길 사진스폿도 생기고, 덕분에 트리 주변으로 모여드는 주민들의 행복한 얼굴을 보니 내 마음도 따뜻해졌다.


그리고 보니 공원의 쓰임새가 참 다양해진 것 같다.

봄에는 각종 모임과 행사장소로 활용되고

여름에는 물놀이장이 설치돼 튜브와 래시가드를 챙긴

가족들이 오가는 흥겨운 놀이장이 펼쳐진다.

가을엔 국화꽃 상설전시가 펼쳐져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한다. 이제 겨울트리까지 갖췄으니 이만하면

사계절 동네명소로 거듭난 게 아닐까!


작은 섬처럼 도심에서 떨어진 곳이지만

가만 보면 동네에 매력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단지마다 30년 이상된 나무가 우거져

철마다 멋진 초록과 근사한 단풍길을 선사해 주고

주변으로 천이 흐르고 있어 아파트 연식만 오래되지

않았다면 최고의 입지조건이다.

아이들이 많아 거리가 활기찬 데다

길에서 “박사님”을 부르면

많은 사람들이 뒤돌아본다는 과학자 마을.

주부들의 반찬고민, 명절마다 각종 전을 해결할 수 있는

가게들이 입소문 나면서 다른 지역에서 장 보러

원정까지 오는 것도 자랑거리다.

이래서 동네 떠나기가 힘들다.


오늘도 관리사무소에서는 전기 보강공사를 한다며

정전예고 방송이 나오고,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등

크고 작은 불편사항이 생기지만… 떠날 수 없는 이유가

더 많아 투덜거리면서도 감수하게 된다.

(재건축에 희망을 걸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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