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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Jul 08. 2022

놀이공원.

대관람차의 방식으로.

그날 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우위에 서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는 밟혔고 짓이겨졌고 전혀 아프지 않았다. 아니 하나도 통증을 느끼지 않았지만 조금 약간 뭉그러졌다. 멀쩡해보이지만 희석되었다고나 할까. 단지 배경색과 닮아가는 중이라고. 하지만 꼭 누군가에 의해서 그리 된건 아니었다.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구덩이로 밀어넣었으니까. 작은 구멍이라 금새 빠져나올수 있겠지만 그렇지만 그 안쪽에서 계속해서 알 수 없는 연유로 하찮아지고 있다. 뭐든 뒤바뀌는 것은 순간이지. 길게 고민하는 일일수록 지루할게 뻔하니까. 우리는 이미 우리의 선택을 알고 있어서 재미가 없는 걸까.​


버스와 지하철에서 번갈아가며 잠을 자고 있는 나를 누군가 흔들어서 깨운다. 우리집은 아주 멀어요. 제발 저를 깨우지마세요. 아줌마나 할머니들은 왜 이렇게 걱정이 많을까. 말만한 남의 집 딸의 안부까지 걱정하며 내릴곳을 지나친거 아니냐며 묻는다. 저는 아주아주 먼 곳에서 왔어요. 돌아가려면 아직도 한참을 더 가야한다고요. 그들은 왜 이렇게 걱정이 많은거지. 끝없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나서 견딜 수가 없단말이지. 제발 그 말도안되는 생각들을 멈추라고요. 사실은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지독하게 저속하고 진지한 싸구려 생각에서 벗어나라고.​


관람차에서 내리지 말아야 했어 라고 줄곧 생각하다가 대관람차는 한번 타는데 25분이 걸리니까 다섯번이나 연속으로 탑승 했으면 된거 아닌가 질릴법도 한데라고 생각하다가 우리는 쉽게 질리는 타입이 아니라서 극한의 상황에서도 이유를 찾아내고야 말지. 그게 바로 최대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자랑스럽지만 수치스럽게 말끝을 흐려. 그냥 다 어쩔수 없었던거잖아 정말로 일부러 그러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 아무도.























우리가 헤어지고 헤어지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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