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나이가 조금씩 들어갈수록, 누군가에게 나의 고민이나 힘듦을 이야기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짐을 느낀다.
특별한 해결책을 원하기보단 공감을 받고 싶은 마음에 이야기를 꺼내긴 하지만, 다들 똑같이 힘든데 나만 너무 어른스럽지 못하게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드는 순간이 많아진다.
고민을 쏟아놓아도 그만큼 속이 후련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불안해지는 것은 것은 왜일까.
이석원의 에세이 <2인조>에서는 아래와 같은 문장이 나온다,
나이가 들수록, 타인이 나를 구원해주길 기다리기보다 나 자신과 둘이서, 다시 말해 스스로 삶을 헤쳐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고 좋은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는, 우리는 누구나 날 때부터 2인조 아닌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결코 잃을 수 없는 내 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종종 까먹는다.
나의 편이 되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에겐 감사하되, 결국은 스스로 나와 대화하고 잘 지내는 방법을 터득하며 살아가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함을 깨닫는다. 여전히 진행형이고 어려운 일이지만, 가장 쉽게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좋은 음악을 매개로 삼아 대화를 시작해보는 일이다.
선우정아 Serenade 앨범의 <도망가자>라는 곡은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며, 지켜볼 수밖에 없지만 절실하게 응원하는 감정으로 쓰인 곡이다. '도망가자'로 시작하는 짧지만 울컥하게 만드는 단어가 조심스레 위로해주는 느낌을 준다. 느려도 천천히 걸어도 괜찮으니 얼굴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도망가자라는 말은 누군가의 '힘내'라는 말보다도 따뜻하다. 조금씩 나와 더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도망가자
어디든 가야 할 것만 같아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괜찮아
우리 가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대신 가볍게 짐을 챙기자
실컷 웃고 다시 돌아오자
거기서는 우리 아무 생각 말자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있을까, 두려울 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너라서 나는 충분해
나를 봐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멀리 안 가도 괜찮을 거야
너와 함께라면 난 다 좋아
너의 맘이 편할 수 있는 곳
그게 어디든지 얘기해줘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있을까, 두려울 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가보는 거야 달려도 볼까
어디로든 어떻게든
내가 옆에 있을게 마음껏 울어도 돼
그다음에
돌아오자 씩씩하게
지쳐도 돼 내가 안아줄게
괜찮아 좀 느려도 천천히 걸어도
나만은 너랑 갈 거야 어디든
당연해 가자 손잡고
사랑해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선우정아 (SWJA) - 도망가자 (Run With Me) [MV] (MAGIC STRAWBERRY SOUND 공식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