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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Apr 06. 2023

나이를 이렇게 먹었는데 아직도 처음인 게 있다니

타이핑 필사 & 에세이 리추얼 3일차


나이를 이렇게 먹었는데 아직도 처음인 게 있다니, 너무 좋아!

나는 겨우 서른 중반. 웬만한 일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할 때면 나이 들어 취향이 굳어져버린 탓이라 생각했다. 이제는 알 만큼 알고 다 경험한 사람처럼, 인생 다 산 것처럼. 처음 아이스크림을 맛본 아이의 표정 같던 엄마의 얼굴이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나도 그렇게 아이처럼 늙어가야지. 새로운 경험을 하고, 모르던 나를 알아가면서. 우리 엄마처럼. 배우 이하늬처럼. 내일은 엄마와 공연을 보러 간다. 어느 건물 옥상에서 하는 소규모 어쿠스틱 공연이다. 엄마가 좋아하는 가수도 아니고 아는 노래도 없겠지만, 그 공간 그 시간 그 모든 장면이 엄마에게 인생의 새로운 즐거움일 것이다. 물론 나 또한.

-봉현,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꺼야 중에서


“세상에 안해본 것 없게 해주세요”

저질 체력에 비해 남들이 들으면 놀랄 정도로 다양한 것을 많이 해보며 살아왔다. 일과 연관된 것들도 있지만 꽤 많은 것들은 반드시 전문가가 되려고 하는 일이 아니고, 그냥 그쪽의 세계는 어떤가 궁금한거다. 그래서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시작 하고 본다. 모르지만 궁금하면 일단 해보고 맞는지 아닌지 결정한다.


오늘은 회사 동생들을 따라 살면서 해볼꺼라고 생각도 해보지 못했던 폴댄스 체험에 다녀왔다. 생각보다 시간도 빨리 지나갔고, 아예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해보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날씬한 몸으로 능숙하게 하시는 분을 보며 나도 빨리 살을 빼서 날씬한 몸으로 해보고 싶다..는 동기부여까지 생겼다.

잘 못해도 엄청 부끄럽지는 않았다. 어차피 동일선상에서 시작하는게 아니니 비교하지 말고 못하면 못하는대로 내 속도로 가면 된다는 것도 좋았다.


나이를 이렇게 먹었는데 아직도 처음인 게 있다니, 너무 좋아!


이 문장을 읽으며 말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엔 아직도 내가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재미가 아직도 수도 없이 존재한다. 볼 수 있을 만큼 보고 해볼 수있을 만큼 다 해보고 싶다.

궁금한 것, 할까 말까 고민하던 것을 일단 해보면 의외의 기회와 흥미를 발견할 수 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오직 나의 체력과 건강뿐이다. 이것만 있으면 세상에 내가 못할 일은 없다.


그러니 이제 그만 아프게 해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적금처럼 나는 착실하게 훌륭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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