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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Apr 05. 2023

적금처럼 나는 착실하게 훌륭해졌다.

타이핑 필사 & 에세이 리추얼 3일차


적금처럼 나는 착실하게 훌륭해졌다. 그런 황홀한 기분은 처음이었다. 내가 사는 삶은 늘 불확실함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고, 기쁨도 있지만 그것은 절대 실력이 차곡차곡 쌓이며 점점 나아지는 종류의 일이 아니었다.

-요조,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우리가 하는 일들의 대부분이 그렇다. 삶을 길게 펼쳐놓고 보면 분명히 지금의 나를 만들어가는데 있어 헛된 일이 하나 없음에도 불구하고 착실하게 차곡차곡 쌓이며 눈에 드러나는 일들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때로는 좌절을 하기도 한다.


나의 일 또한 그렇다. 13년동안 해온 일인데도 기존에 했던 일들은 빠른 시장의 흐름에 따라 다시금 새로운 일이 되고, 때로는 언제나 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느낌도 든다. 오직 여기서 내가 잘 버텨낼 수 있는건, 그렇게 새로운 변화 속에서 빠르게 적응하고 습득하는 13년치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불확실함은 언제나 나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일들의 연속에서, 하나쯤은 “적금처럼 착실하게 훌륭해지는 일“이 존재한다는 것은 내가 지치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는 원천이 된다. 요조의 이 책에서 언급된 저 이야기는 ‘달리기’에 관한 이야기였다. 처음엔 1분을 뛰고 2분을 걷다가, 마지막엔 3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리는 사람이 되었다는 거다. 내가 하는 만큼 차곡차곡 쌓여가고 정직한 결과물로 보여진다는 것이 얼마나 성취감 있는 일인가.


지금 나는 착실하게 훌륭해지는 일을 하고 있는가?

울면서 다니는 운동을 통해 느리지만 조금씩 늘어가는 나의 근육량인가? (이 적금의 이자율은 너무 낮은데..) 매일 고민 일기를 쓰며 하나씩 덜어지는 나의 고민들인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런 일을 찾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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