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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Jul 10. 2024

보람과 기쁨은 또 찾아온다. 페퍼톤스 20주년 콘서트

<Party Plenty> 우리는 아직도 이렇게 분하고 또 기뻐

페퍼톤스의 스무 살. 10년 전의 기록을 읽어보며

페퍼톤스가 20주년을 맞이하여 이를 기념하는 전국 투어를 한다. 20주년인 만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의 기념을 함께 하고 싶어 서울과 부산 두 곳에 다녀왔다. 2015년 <OUR SONGS> 10주년 콘서트를 다녀온 지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주년이라니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이 무섭다.

2015년, 10년 전 이 콘서트를 보고 와서 내가 남겨두었던 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당시 페퍼톤스의 재평님이 남겨둔 메모

“10년이면 공중에 떠서 장풍이라도 쏘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막상 10년 지나고 보니 여전히 평범하고 불안하고 비슷하다. 시간이 흐르면 확신에 찬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지만 여전히 갈피를 못 잡는 어린아이 같다.”

10년전 페퍼톤스 10주년 콘서트에서
페퍼톤스 20주년 콘서트


당시 4년 차 가장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던 내가 이제 14년 차가 되었다. 그때 재평님의 글과 10주년 콘서트를 보고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저렇게 이미 10년 동안 분야에서 자리를 잡고 전문가의 수준을 이룬 사람들도 똑같이 불안하구나. 나도 겁먹지 말고 다가올 날들을 기대하며 살자.

그리고 정말 10년이 지나고 난 오늘의 내 모습을 보니, 매일 요동치던 그때보다는 확실히 잔잔해졌지만 여전히 앞의 삶의 고민은 새로운 주제로 지속되어 오는 것 같다.


'우리는 아직도 이렇게 분하고 또 기뻐’

<코치>는 페퍼톤스의 20주년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페퍼톤스의 20년을 관통하는 주제라는 생각이 든다.

<코치>는 TV에서 어린이 탁구 왕중왕전 속 코치의 모습을 보고 재평님이 영감을 얻어서 쓴 곡이다. 인생의 굴곡을 겪은 이가 제2의 기회를 얻으면서 사라진 열정을 재확인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도 우주정복을 꿈꾸며 시작했는데 정복은커녕 우주 근처도 가보지 못했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게 현실과 타협도 있고 그 속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인 것 같다.”


페퍼톤스를 오랫동안 좋아했던 팬으로서 꾸준히 그들의 스타일과 가치관을 가지고 음악을 해오며 20년이 된 지금, 수많은 예능과 프로그램에서 그들의 음악이 나오고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기 시작하는 것이 요즘에 특히 느껴진다. 비주류인 밴드음악을 하면서도 이를 지켜오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그들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같은 팀과 20년을 함께 한다는 것.

내가 페퍼톤스를 좋아하고 그들의 삶을 닮고 싶어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좋은 동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팀과 20년, 함께 세션을 해주시는 분들과도 10년이 넘었다. 코드가 맞고 추구하는 방향이 같음며, 20년이 된 지금까지도 나의 일을 열심히 해가고 있다.

보람과 기쁨은 나이와 상관없이 또 찾아온다. 여전히 청춘을 노래하는 밴드의 음악을 듣고, 청춘예찬론자로써 지금의 내 나이에 누려볼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청춘을 꿈꿔본다.



20주년은 10주년에 비해 몇 배는 자랑스러운 것 같아요. 10주년 때 기념 공연을 하기도 했는데, 아직 저희는 현재진행형 밴드고, 그걸 자축하기엔 너무 젊고 뜨거웠거든요. 그런데 20주년은 무게감이 많이 다르다고 느껴요. 저희가 공식 홈페이지에 'Since 2004'라는 문구를 적어놨는데, 한 번도 솥이 꺼지지 않은 설렁탕 집에서 볼 법한 문구잖아요. 저희 역시 지금은 국물이 엄청 깊어진 것 같아요. 여전히 20주년이 겸연쩍은 마음도 있지만, 저희 안에서는 자랑스러운 이벤트라고 생각해요."(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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