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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갱 Jun 13. 2021

라자냐

겹겹이 쌓아 올린 시간들

재료 (2~3인분)

라자냐면 4~5장, 올리브 오일, 파마산 치즈, 모차렐라 치즈, 버터

간 소고기 150g, 양파 1/4개, 셀러리 1/2대, 당근 1/4개, 레드와인 1/4컵, 방울토마토 7~8개, 토마토소스 1컵, 물 1컵, 후추

버터 30g, 밀가루 15g, 우유 300ml, 넛맥 약간, 소금, 후추


만드는 법

1. 라구 소스 만들기

1-1) 오일을 두른 팬에 양파를 볶는다. 양파가 살짝 투명해지면 샐러리, 당근도 넣는다.

1-2) 1-1에 간 고기를 넣고 갈색이 될 때까지 볶는다.

1-3) 1-2에 레드와인을 넣고 잠시 알코올을 날리도록 끓여준다.

1-4) 와인이 어느 정도 졸아들면 토마토소스와 방울토마토를 넣은 뒤, 물을 부어가며 농도를 맞춘다.

1-5) 20-30분 보글보글 끓여낸 뒤 어느 정도 농도와 맛이 들면 완성한다.

2. 베샤멜소스 만들기

2-1) 팬에 버터를 녹인다.

2-2) 밀가루를 넣어 곱게 페이스트를 만든다.

2-3) 2-2에 우유를 조금씩 부으면서 뭉치지 않게 젓는다.

2-4)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하고 약불에서 끓인 뒤, 걸쭉해지면 후추와 넛맥을 넣고 불에서 내린다.

3. 라자냐 면 삶기

3-1) 팔팔 끓는 물에 굵은소금, 올리브 오일을 넣는다.

3-2) 끓는 물에 라자냐 면을 넣는데, 면이 겹치지 않게 교차해서 넣어준다.

3-3) 4~5분 삶고 건져서 서로 달라붙지 않게 펼쳐서 놓는다.

4. 쌓기

4-1) 오븐 용기에 버터를 바른다.

4-2) 면-라구-베샤멜-파마산치즈 순서대로 쌓고, 맨 꼭대기에는 모차렐라 치즈를 듬뿍 얹는다.

4-3) 200도 오븐에 20분 굽는다.



 얼마 전 이사를 했다. 새로운 동네, 새로운 집에 살게 된다는 것도 의미 있지만, 무엇보다도 기대했던 것은 주방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 자그만 주방에서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요리들을 해낼 수 있었는지 스스로가 참 기특하고 대견하지만, 아무래도 공간과 도구의 한계로 차마 도전하지 못했던 요리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사 오고 첫 번째 공식적인 상차림에서, 그동안은 먹을 수 없었던 요리를 고르기로 했고, 그것이 바로 라자냐이다.

 라자냐, 파스타의 일종이긴 한데... 내게는 다른 파스타와 완전히 결이 다른 요리라고 할 수 있었다. 맛은 라구 파스타랑 비슷하기도 하면서, 어쩐지 면 형태의 파스타에서는 볼 수 없는 부드럽고도 쫄깃한 식감이 있기도 해서 딱 이게 계속 먹고 싶을 때가 있는데, 생각보다 또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주력으로 만드는 메뉴도 아니라서 쉽게 사 먹을 수도 없다. 그런데 다른 파스타는 꽤 가볍게 생각하는 나에게, 라자냐를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장벽이 있었다. 나의 실력의 장벽은 아니고, 작은 부엌에서 여러 개의 조리를 한꺼번에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그리고 오븐이 없다는 것이다. 소스를 두 가지나 만들어야 하는 데다가 그것을 동시에 만들어야 하다니, 그리고 그 팬에 면을 넣고 조리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용기에 쌓는 작업을 해야 하다니... 게다가 라자냐의 맛의 핵심은 역시 오븐이라서, 두 가지의 소스를 기껏 시간과 노력을 통해 만들었는데 최종 결과물이 흐물텅흐물텅 맘에 들지 않는다면 정말 화가 날 것 같았다. 노오븐 레시피도 많지만 그게 당연히 오븐에서 하는 것처럼 잘 안된다. 어떻게 아냐고요? 제가 해봤거든요! (그때는 라자냐 면을 이용한 건 아니었고 가지 라자냐였다. 그래서 더 흐물텅 거렸을지도.)

 아무튼 작은 부엌에서의 고군분투는 뒤로 하고, 넓어진 부엌 앞에서 화구를 세 개나 동시에 가동한다. 요리라는 작업은 결국 코딩과 같은 것이라서, 어떤 것을 어떤 순서로 할 때 정확한 결과물이 가장 효율적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작은 부엌에서의 작업들도 나름대로 열심히 머리를 굴린 결과였지만, 화구가 늘어나고 새로운 조리 도구들이 생기면서 작업 순서를 계획하고 수행하는 과정이 나름대로 짜릿하다. 몸은 하나, 손은 두 개, 화구는 세 개. 가장 빠르게 오븐 안에 완성된 것을 넣을 수 있는 경로를 생각해본다. 그 어떤 것도 잊혔다가 오버쿡되거나 순서를 뛰어넘어서는 안 되고, 적정 타이밍에 불을 끄고, 켜고, 줄이고, 높여야 하는데 완전하게 긴장 상태이면서도 빠르게 그것들을 처리해내는 모습이 재미있다. 주방은 엉망이지만 (물론 치우면서 하는 게 프로다) 결국 그 예쁜 오븐 용기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나의 결과물을 보면, 그리고 그것이 노릇노릇 익어가는 과정을 보면 라자냐의 맛을 보기 전에 이미 뿌듯한 것이다. (라자냐는 어쩌면 모양도 그렇게 층마다 차곡차곡 쌓는, 그런 정돈된 모양일까?) 그렇게 생각하면 냉장고를 부탁하는 등의 여러 시간제한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의 참가자들의 내공이란... 역시 프로는 리스펙 해야 한다.

 지지고 볶고 뜨거운 열기가 익어가고 기름이 튀는 팬 요리와는 달리, 오븐 요리는 아주 고요하다. (물론 그 사투는 오븐 안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세척이 필요한 건 당연하지만...) 화구 세 개와 그 고요한 기다림의 시간이 끝나고 나면 드디어 완성된 라자냐를 만날 수 있는데, '내가 왜 이렇게까지...?'로 시작되었던 다양한 잡념들이 한 입 먹어보는 순간 완전히 잊혀 버린다. 소스들이 만들어 내는 다채로운 맛, 기름지지만 느끼하지 않은 녹진함과 라자냐 면의 부드럽고도 살짝 쫄깃함이 살아있는 그 식감, 그것은 내가 상상하고 바라던 것보다도 더 큰 행복이다.

 새 집, 새 주방에서는 이 라자냐 한 접시처럼, 상상하고 바라던 것보다도 그 층층이 쌓이는 과정과 시간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더 큰 기쁨이 있기를.

 

대충 찍은 이 사진보다 훨씬 아름답고 맛있었던 내 라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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