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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갱 Jun 18. 2021

갓김치 파스타

2차 창작물의 행복

재료

파스타면 1인분

다진 마늘

갓김치 반 컵~한 컵

베이컨 3~4줄

양파 1/4개

생크림 150ml

우유 150ml

설탕 약간

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양파와 갓김치, 베이컨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놓는다.

2. 우유와 생크림을 섞어 놓는다. (간장을 살짝 넣어서 숙성시키기도 한다)

2. 파스타 면을 적당히 삶는다. (두꺼운 딸리아뗄레같은 면으로 하면 맛있다)

3. 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아준다.

4. 양파를 넣고 노릇할 때까지 볶아준 후 베이컨을 살짝 볶아준다.

5. 갓김치를 넣고 설탕을 살짝 뿌린 뒤 어느 정도 숨이 죽을 때까지 볶아준다 (설탕이 군내를 잡아준다)

6. 불을 살짝 줄이고 생크림과 우유를 넣어 크림소스를 만들고 후추를 살짝 뿌린다.

7. 소스의 농도가 어느 정도 걸쭉해지면 면을 넣고 볶는다.



 김치는 위대하다. 그것은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며, 그 명제는 우리의 주변에서 말 그대로 살아 숨 쉰다. 한국인은 김치볶음밥에 김치를 올려 먹는 민족이기 때문이다.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정말로 세 끼 꼬박 김치를 곁에 두는 민족이기도 하고. 그 김치의 종류는 또 얼마나 다양한가. 어떤 이들은 술자리 게임으로 '김치 게임'이라는 걸 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돌아가면서 김치로 만들었을 것 같지 않은 채소류를 대고, 그 김치 이름을 구글링 해보는 것이다. 실제 그 종류의 김치가 존재하면 한 잔씩 마시는 게임이라고 한다. 바보가 아니라면 배추, 오이 같은 평범한 채소를 대지는 않을 것이고, 각종 괴상한 것들을 대는데 대부분 김치로 존재하여 결국 대부분의 참가자가 만취하게 된다고 한다. 내가 본 글에서 예시로 든 것이 망고 김치였던가... 이쯤 되면 한국인은 뭔가 채소처럼 생긴 것이라면 무조건 절이고 무쳐보는 사람들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심지어 채소가 아닌 김치도 있다. 굴김치 같은 거... 갑자기 아마존 전 부사장 이름이 Gur Kimchi였던 게 생각나네)

 한편, 한동안 한식의 세계화를 미는 과정에서 김치를 대표 음식으로 브랜딩 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대표성 측면에서는 당연히 한식의 대표 주자라고 불리는 것이 합당하나, 그 맵고  짜고 살짝 쿰쿰한 맛이 세계인에게는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게다가, 김치는 그 본질만 보면 '반찬'의 한 종류이므로, 이것을 일반적인 'dish'로서 브랜딩 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때 당시엔 차라리 온 세계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유구한 전통음식 양념 치킨을 내세우자는 의견도 진지하게 있었는데, 꽤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K-pop 열풍으로 시작된 한국 문화에 대한 유행에서 김치가 생각보다 그렇게 기피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어떤 측면에서는 힙한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아이템이 김치 타코다. (김치 타코가 유행한지는 꽤 오래된 것 같지만...) 그러니까, 외국인들은 우리네 한식 백반에서 올라오는 김치의 원형보다, 다른 형태로 가공된 재료로서의 김치를 먼저 접하고 있는 것이다.

 김치의 위대함은 여기서 나온다. 김치는 그 자체의 다양성과 그 음식 자체의 맛과 영양의 우수함도 있지만, 재료로서의 무한한 활용 가능성 때문에 위대하다. 김치 그 자체가 이미 엄청난 제작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인데, (열무김치 편 참고...) 우리는 그 제작 과정이 헛되지 않도록, 김치가 단순히 반찬으로서 식탁의 변방만을 지키고 있지 않도록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는 김치를 볶아먹고 부쳐먹고 지쳐먹고 구워 먹는다. 김치는 또 찰떡같이 어떤 재료와도 착착 붙어서, 밥과, 고기와, 각종 야채와, 치즈와 곁들일 수 있다.

 그중에 나의 히든 레시피는 바로 이것, 갓김치 파스타다. 몇 년 전 우연찮게 레시피를 접하고 휘릭 만들어 보았는데, 그 어떤 김치 요리와도 다른 이 음식만의 매력이 있었다. 소올직히 비주얼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고, 마치 조금 더 빨간 투움바 파스타인데 자꾸 초록색 건더기가 걸리적거리는 모양새인데, 그리고 갓김치와 크림소스라니 진입 장벽이 좀 있는 느낌인데, 그런데... 맛있다. 김치 중에 워낙 갓김치를 좋아하기도 하는데, 그 살짝 쿰쿰하면서도 톡 쏘는 맛에 이름도 어쩜 '갓'이다. 집에 갓김치가 있을 일이 많이 있진 않지만, 먹기도 아까운 걸 어찌 파스타로까지 만들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개운하고 톡 쏘는 맛이 크림소스와 만나면 그 부담스러운 느끼함을 잡아주면서도 묘한 조화를 이루는데, 설탕으로 군내를 잡는다면 더없이 훌륭한 짝꿍이 된다. 그 풍미와 새콤 매콤한 맛은 아라비아따 소스에 견줄 만큼 훌륭한데, 중요한 건 이것은 갓이라는 재료 혼자서 해낸 것이 아니라, 중간 과정인 김치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한국인으로서 나만의 김치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또 마음이 웅장 해지는 일인지, 호호.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인들은 김치로 또 희한한 것을 만들어보고 있겠지만, 그중에 갓김치 파스타도 한 번씩은 시도해 보시길. 그냥 김치 아니고 갓김치, 오일 소스 아니고 크림소스입니다 여러분!

비주얼은 이래도 맛은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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