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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갱 Jul 07. 2021

[식탁으로의 여행] 빠에야 그리고 바르셀로나

재료 (2인 분량)

생쌀 130g, 닭다리살 100g, 미니 새송이버섯 30g, 양파 1/2개, 마늘 2개, 토마토 1개, 방울토마토 3개, 오징어, 바지락, 홍합 (손질하기 싫어서 냉동 모둠 해물 사용 - 원래는 바지락 50g에 오징어 1/3개라고 함), 새우 2마리

후추, 소금, 올리브유, 파프리카 가루 1/2 ts, 강황가루 1/2 ts, 샤프란 10가닥

물 1L, 치킨스톡


만드는 법 (최경훈 셰프 레시피)

1. 양파 반개를 작은 큐브 모양으로 자르고, 마늘 2개는 다져둔다.

2.  버섯은 큐브 모양으로 썬다. (원래 애호박도 같이 넣는 레시피인데 물기가 많이 나오는 게 싫어서 안 넣었다)

3. 토마토 1개를 반으로 가른 뒤 강판애 간다. (처음 만들 때 강판이 없어서 다져주었다)

4. 방울토마토 3개를 반으로 자른다.

5. 닭고기는 방울토마토 크기 정도로 큐브 형태로 자른다.

6. 오징어, 홍합은 적당한 크기로 썬다. (바지락은 필요하면 해감)

7. 새우는 껍질을 벗겨 손질하고 머리는 찬물에 헹궈둔다.

8. 생쌀은 살짝 씻어둔다.

9. 물 1L에 치킨스톡을 풀어서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불 끄기)

10. 팬을 중불~강불 사이로 달구고 올리브유를 둘러 닭고기를 적당히 익히며(촉촉한 정도) 소금 후추를 뿌린다.

11. 양파, 마늘을 넣고 볶는다.

12. 갈아둔 토마토를 넣고 잘 섞어준 뒤 졸아들면 불을 살짝 줄인다.

13. 팬 한쪽에 새우 머리를 넣어 익히고 어느 정도 익으면 내장을 털어 넣은 뒤 건져둔다.

14. 샤프란 한 꼬집, 파프리카 가루 1/2 티스푼, 강황가루 1/2 티스푼을 넣고 재료들과 함께 충분히 섞는다.

15. 준비해둔 생쌀을 넣고 섞는 느낌으로 볶다가 얇고 고르게 편다.

16. 만들어둔 육수를 쌀이 잠길 정도로만 우선 넣고,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불로 줄인다. (육수를 넣고 나면 쌀을 건드리지 말 것)

17. 위에 토핑(해물, 방울토마토, 버섯)을 올린다.

18. 육수는 졸아들면 계속 넣어주고, 팬은 골고루 열이 갈 수 있도록 틈틈이 한 방향으로 돌려준다.

19. 쌀이 어느 정도 익으면 불을 최대한 약불로 두고 포일로 덮은 뒤 5분 정도 뜸을 들인다.

20. 5분이 지나면 포일을 제거하고 팬 가장자리에 올리브유를 들러 불 세기를 1분 정도 키워 소까라(누룽지)를 만든다.

21. 타닥타닥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면 불을 끄고 새우 머리로 장식하여 완성한다.



 내가 유럽에 잠시 머무르던 해의 봄은 유독 날씨가 이상했다. 내가 생각했던 유럽의 아름답고 따스한 봄과는 다르게, 흐리고 비 오는 날이 많은 데다 6월까지도 추워서 정말이지 반팔을 꺼내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그 해에 많은 여행을 다녔는데, 특정 지역만 그랬던 것이 아니고 유럽 전역이 전반적으로 그래서 다들 의아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그 와중에 내게 빛나는 햇살을 마음껏 베풀어준 도시가 있었으니, 그곳은 바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였다.  

 그곳은 정말이지 햇살같이 밝은 곳이어서, 여행 내내 행복한 에너지가 늘 마음속에 충만했다. 여행을 함께 했던 친구도 참 햇살 같고 예쁜 친구였지만, 그곳의 풍경, 도시, 그리고 사람 또한 참 밝고 따스했다. 가우디, 그 멋쟁이 아저씨가 만들어놓은 여러 아름다운 건축물들 사이에서, 구불거리고 알록달록한 것은 그 예술 작품들이 아니라 도시 그 자체였다. 어쩌면 가우디는 바르셀로나의 본질을 가장 잘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신비로운 동화 속 세계 같던 구엘 공원에서는 유럽에 오고 나서 정말 처음으로 더울 정도로 뜨거운 날씨를 만났고, 그 멋들어지던 조형물과 나무들 사이에서 사람들의 미소는 또 얼마나 크고 환하던지. 많고 많은 유럽의 성당 중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그라다 파밀리다 성당에서, 불규칙적인 모자이크를 통해 비치는 알록달록한 빛과, 이것을 아직도 짓고 있는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마음은 또 얼마나 사랑이 가득할지. (물론 아직도 짓고 있어서 입장료는 상당히 비쌌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유럽 타 지역에 비해서는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고들 하는데 (내가 한 말이 아니라, 스페인 사람을 포함한 유럽 사람들이 했던 말이다.) 그들의 햇살 같은 마음은 꼭 말이 통하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여해 일정 중 외곽 지역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갔다가 다시 도심으로 돌아와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하염없이 기웃거리다가 확신이 서지 않는 한 버스에 훌쩍 올라탔다. 버스는 출발해버리고, 어리바리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버스 분위기가 이상했다. 도심으로 돌아가는 버스라면 분명 우리 같은 이국의 관광객들이 듬성듬성 앉아 있어야 하는데, 버스 안에는 온통 친근한 스페인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분들만 가득했다. 다른 언어는 하나도 들리지 않고 할머니들끼리 나누는 알아듣지 못하는 스페인어만 가득하니, 확실히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잘못 탄 것이라면 빨리 돌아가야 하니 확인을 해야 하는데... 영어만 용감하게 들고 이 대륙에 발 디딘 우리는 참으로 무력했다. 그래도 용기 내어 옆에 계신 스페인 할머니께 말을 걸어보았다.

 "(영어) 저기, 죄송한데 이거 버스 터미널로 가는 버스 맞나요?"

 "블라블라 (대충 영어라서 못 알아듣겠다는 뜻)"

 "(영어) 어... 저기 버스 터미널 가야 하는데요..."

 "엉???? 부스???? 부스?????? (스페인어로 bus는 부스...라고 읽는다)"

 "(영어) 네 버스요 버스...!"

 "블라!! 블라!!!! (대충 얘네 큰일 났다는 뜻) 블라블라 (기사 아저씨한테 얘네 내려야 한다고 알리는 중)"

 그 순간 버스 안에 있던 모든 할머니들이 모두 발을 동동 구르며 뭐라고들 말씀하시는데, 아무튼 우리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 같았다. 햇살 같은 할무니들은 우리가 어리바리하고 있자, 너희 내려야 한다고 등 떠밀고 저 반대편에 타라고 하면서 일제히 반대편을 손으로 마구마구 가리켰다. 기사 아저씨가 문을 열어주고 우리는 얼결에 내리게 되었는데, 내리는 그 순간까지도 할머니들은 우리에게 계속 뭔가를 말씀하고 계셨고, 버스가 출발할 때 까지도 모두의 눈은 우리를 향해 있었다. 그런데, 그 눈빛이, 그 말투가, 시골 어드매에서 길 잃은 청년 덥석 재워주시는, 시집은 갔냐, 나이는 몇 살이냐 물어보시면서도 아무튼 챙겨줄 거 다 챙겨주시는 우리네 할머니들처럼 따숩고 정겨워서, 그 무서운 상황에서도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우리보다 우리를 더 걱정해주는 것 같아서, 이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낯선 외모의 아이들을 '부스 떼르미날'로 데려다줘야 한다는 그 초조한 마음들이 느껴져서 말이다.

 그렇게 하루 종일 말이 통하지 않으나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이들의 생활 리듬에 맞게 느지막한 저녁을 뜨는데, 그것이 바로 빠에야였다. 노란, 혹은 검은 바탕 안에 초록 빨강 하양, 알록달록 얹어져 있는 재료들의 모습은 참으로 가우디의 도시, 가우디의 나라 다웠다. 그런데 스페인의 대표 음식인 그 맛이 아주 이국적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익숙해서 또 한 번 웃음이 나왔다. 유럽에 많지 않은 쌀 요리를 낯선 나라 스페인에서 만났기 때문이었을까? 이 음식의 정체가 뭔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만드는지 무엇이 들어가 있는지 완벽하게 알지 못하지만, 그 본질은 나의 고향에 있는 그것과 같다는 걸 알았다. 그건 음식도, 사람도, 그랬다.

 그렇게 유럽에 다녀온 이후 스페인 음식점에 가서 빠에야를 곧잘 먹곤 했는데, 아무래도 직접 요리해 먹기에는 좀 제약이 있었다. 샤프란, 강황이라는 재료 때문이기도 했고 왠지 모르게 복잡할 것 같은 조리 과정 때문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좀 복잡한 솥밥 같은 것이려나. 샤프란이 없는 레시피들도 요즘에 많이 나오는데, 어쩐지 그때 그 맛을 최대한 내보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해 보았다. 똑같진 않지만 어쨌든 나의 부엌에서 이런 맛이 난다니 그것도 참으로 신기한 일인데, 그래도 그곳에서의 그 다정한 분위기까지 함께 가져오긴 아무래도 어렵다. 이젠 나름대로 버스 터미널도 스페인어로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는데... 그곳이 참 그립다.

2013년 바르셀로나의 빠에야.
2021년 내 식탁에서의 빠에야, 가정식의 소박함. 그래도 맛있다 내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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