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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갱 Jul 18. 2021

폭립

세상 외향적인 음식에 대하여

재료

등갈비 1대, 월계수잎 1개, 통마늘 4~5톨, 양파 1/2개, 대파 1대, 통후추 약간

양파 1/4개, 셀러리 적당량, 바비큐 소스 100ml, 우스터소스 1Ts, 토마토케찹 3Ts, 올리고당 1Ts, 설탕 2Ts, 간장 3Ts, 핫소스 2Ts, 다진 마늘 1Ts, 다진 생강 1/4 Ts, 미림 1Ts, 레몬즙 1Ts


만드는 법

1. 등갈비는 찬물에서 핏물을 1시간 정도 뺀다.

2. 핏물 뺀 등갈비를 냄비에 너고 월계수, 통마늘, 양파, 대파, 통후추를 넣고 3~40분 삶는다.

3. 양념 재료들을 섞어 소스를 만든다.

4. 삶은 등갈비에 앞뒤로 골고루 발라준다.

5. 200도로 예열된 오븐에 등갈비를 넣고 10분~12~15분간 굽는다.

6. 중간중간 뒤집어서 양념을 덧발라준다. (나는 3~4분씩 4번 돌렸던 것 같기도 하다 가물가물)

 


 음식이라는 것은 섭취하는 영양분으로서의 1차적인 의미도 있지만, 최근에는 ‘식사’로서의 의미가 훨씬 커졌다. 식사라는 것은 섭취하는 대상으로서의 음식과, 것을 함께하는 여러 가지 맥락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문화라고 볼 수 있다. 몇 명이서, 누구와 함께하는지, 어디서 어떤 배경에서 그 시간을 보내는지, 그 모든 것들을 포괄하는 것이 식사의 개념이다. 특히나 하루 일과가 삼시 세끼를 기준으로 돌아가는 한국인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사람마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식사의 모습이 있을 텐데, 어쨌든 내 머릿속의 식사는 한국 표준과는 좀 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내가 생각했던 한국인들의 표준 식사란, 많은 이들이 모여 한 상 가득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차려 놓고 신나고 즐거운 얘기를 나누며 웃고 떠드는 그런 자리였다. 어지러운 음악과 말소리 속에 잔칫상 같기도, 파티 같기도 한 그런 자리에서 사람들은 즐거워 보였다. 언젠가부터 나는 알 수 있었다, 나는 태생적으로 ‘인싸’는 아니라는 사실을.

 내향적이고 새로운 사람에게 곁을 내어주는 데에 시간이 걸렸던 어린 내게, 가장 인싸다운 식사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수 있었다. 그것은 패밀리 레스토랑이라고. 조금은 어두우면서도 발랄하고 신나는 분위기, 무릎을 꿇고 앉아 쾌활하게 미소 짓는 직원들, 가끔 들려오는 충격적인 생일 축하 노래(아 정말 들을 때마다 적응이 되질 않는다;;;), 한 상 가득 차려진 크고 화려한, 달고 기름진 음식들, 그리고 잘 들리지 않는 말소리와 사람들의 웃음. 한창 패밀리 레스토랑이 한국의 가장 힙한 곳 중 하나였던 시절, 그곳은 완전한 파티 장소였다. 어느 어렸던 날 처음 가본 그곳에서, 두께부터 나를 압도하는 투움바 파스타, 위용을 자랑하는 오지치즈 프라이, 여러 개를 어떻게 들고 올까 싶은 에이드 잔과 함께 나에게 인상 깊었던 메뉴는 바로 폭립이었다. 일단 생긴 것은 반짝반짝 빛이 나게 생겼는데, 이것을 어떻게 뜯어먹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서툰 칼질로 썰어보기도 하고, 한참을 그 작은 뼈와 씨름하다 약간의 살과 짭짤한 양념 맛을 남겼던 인싸의 음식. 폭립은 보기엔 기름지고 달콤하지만 내게는 마냥 낯설고 어려웠던 그 자리와 닮은 음식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향형 인간으로 태어나 좋을 대로 살아도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어느 순간부터 불편한 자리에 가서 애써 어색한 대화를 하지 않아도, 어떻게 먹을지 모르는 음식과 남몰래 사투를 벌이지 않아도 세상은 세상대로 흘러가고 나는 나대로 행복할 수 있었다. 그저 나는 나의 영역 안에 있는 나의 소중한 사람들과, 언제 나눠도 편안하고 마음이 몽글해지는 대화를 하며,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은 대로 손으로 들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모르면 물어보며 한바탕 웃음을 지어도 되는 것이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식사가 있지만 내게는 그 어떤 화려하고 신나는 파티에서의 식사보다, 내가 아끼는 조용한 공간에서 편안한 대화와 함께하는, 혹은 편안한 침묵이 감도는 식사가 더 행복하다는 것을 인정하고야 말았다.

 그래서, 오롯한 나만의 공간이 생기고 나서, 나는 나의 영역 안에 있는 사람들을 그 물리적인 영역 안에 초대한다. 갖춰진 레스토랑의 파티만큼 화려한 맛은 없지만, 어딘가 삐그덕 대고 또 조금은 불편하거나 어색한 것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내가 좋아하는 음량의 음악과 함께 한껏 편이 앉아 양껏 먹기 위해, 나는 기꺼이 주방에서의 시간들을 보낸다. 똑같은 폭립인데, 아니 그보다 더 작고 심심한 폭립인데, 그래도 세상 편안하다. 먹기 싫으면 먹지 않아도 되는, 먹기 불편하면 그냥 손으로 왕왕 뜯어도 되는 그런 편안한 음식이 되어 버린다. 게다가 제법 소박하고 깔끔한 ‘수제’의 맛이 맛깔스럽게 나는 것을 보면 이 것이 바로 ‘가정식’의 묘미인가 싶기도 하고. 이제야 그것은 식사다운 식사이며, 그 식사를 위한 요리의 과정 또한 아름답고 감사하다.


지글지글 멋드러진 플레이팅은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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