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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i Sarang Sep 12. 2019

영화 5 to 7, 단순한 불륜영화가 아니었다.

혼자되는 시간 동안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영화 5to7은 프랑스 영화인 듯한 뉴욕배경의 미국영화였다.


우연히 뉴욕 길거리에서 만난 매력적인 프랑스인 유부녀 아리엘과 열정적인 24살 작가 지망생 브라이언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홀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아리엘을 본 풋내기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홀린 듯이 다가가게 되고 사랑에 빠져 버린다. 이 어른스럽고 아름다운 유부녀에게 빠져서 앞뒤없이 돌진하게 되면서 다가올 혹독한 현실은 생각지도 못하고. 사실 흔해빠진 불륜의 소재일 수도 있지만 다른 불륜 영화와는 다른 점이 있다. 아리엘은 프랑스식 데이트를 남자에게 먼저 제안한다.


배우자가 있어도, 아이들이 있어도 프랑스에서는 오후 5시부터 7시까지는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남자는 그 시간 동안만의 은밀한 만남을 수락한다. 단 2시간이 주는 아슬아슬한 한계 안에서 그들의 만남은 색다르다. 이상하면서 간질간질한 프랑스식의 연애를 다뤘다고 해야하나.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남편과 아이에게서 떨어져 온전히 혼자되는 시간 속 비밀. 저돌적인 남자주인공이 나오긴 하지만 먼저 과감하게 데이트 룰을 제안한 것은 여자였다. 이런 시작부터가 흥미로웠다. '유부녀와 총각이?' 하면서 손가락질 할 준비를, 비난 할 준비를 했다. 허나 곧 영화를 보면서 그들에게 빠져 버렸다. 나도 모르게 저럴 수도 있겠구나 하며 둘의 연애를 가슴 졸이며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그 2시간 동안 그들은 많은 것을 함께 한다. 뉴욕의 아름다운 공원을 산책하고 뮤지엄을 돌아보며 대화한다. 그 짧은 시간동안 사랑도 나누고 심지어 남자의 부모님까지 만난다. 차차 주변인들이 알게되고 둘의 사랑을 신기하게도 큰 감정의 기복없이 받아들인다. 불륜 때문에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도 말리지도 않는다. (다만 남편이 알게 되었을때는 다르지만) 나는 영화를 보면서 혼란스러웠다. 그들이 옳은 것인지, 내가 정답이라 믿고있는 우리네 반응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결혼을 하고 둘이 있어도, 셋이 있어도 내게는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평일에 시계처럼 꼬박꼬박 같은 시간에 퇴근을 하고 돌아와서 남편과 저녁을 함께 한다. 딱히 저녁을 먹을 때도 별다른 말을 하진 않는다. 서로의 하루에 대해 얘기하곤 하지만 그래도 연애할 때만큼 서로를 궁금해 하진 않는다. 예전처럼 저녁을 먹으며 마시는 가벼운 와인 한잔에 업 되어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 시시콜콜 활발하게 떠들지 않는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각자 스마트폰이나 책, 또는 노트북을 펼친 채 말없이 본인만의 세상을 즐긴다. 나의 하루는 이렇게 뻔하게 또 흘러간다. 서로에 대한 탐색과 두근거림은 어쩜 이리도 빨리 사라지는 걸까.


혼자도 좋다


주말에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며 뒹굴 거리는 것 또한 행복한 일이다. 평일에 각자 일하며 떨어져 있기 때문에 주말이라도 함께 지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하지만 잠시 떨어져 혼자 나가서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 일, 쇼핑을 하는 것도 내겐 기쁨과 묘한 해방감을 준다. 평일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지워가며 볼일을 보는 것도 즐겁다. 그리고 튼튼한 두 다리로 지하철 한, 두 정거장 쯤은 걸으며 골목 사이사이에 무슨 가게가 생기고 없어졌는지 관찰하는 것이 즐겁다. 싱글일 때 혼자서 누려왔던 일상을 결혼이나 육아로 갑자기 없애버리는 대신 약간의 시간을 주고 무료한 생활을 위로해 준다. 이것이 프랑스식 5to7의 진정한 목적이 아닐까 싶다.


여유가 없을수록 혼자만의 시간도 반드시 필요하다. 약간의 시간 동안 스스로 내가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하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른다. 물론 그 시간에 불장난 같은 연애를 선택 하는 건 개인의 몫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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