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영화] 멜로와 스팩터클의 '중간'맛 < n번째 이별중 >
"타임머신이 당신 손에 쥐어진다면 무엇부터 하겠습니까?"
과거 한 TV 프로그램에서 길을 가던 시민들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당시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은 당장 미래에 오를 주식에 전 재산을 투자해 미리 사놓는다거나 미리 적어둔 로또 번호를 들고 과거로 돌아가 부자가 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영화 < n번째 이별중 >에 등장하는 주인공 스틸먼의 선택은 이런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랐다.
물리학의 천재인 그가 지구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인 타임머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이유는 오로지 여자친구 데비와의 이별을 막기 위해서였다.
영화 < n번째 이별중 >은 물리학 천재 스틸먼이 여자친구 데비에게 차이면서 받은 충격으로 자신의 두뇌를 풀가동하여 관계를 되돌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리학 천재가 첫사랑에게 차이다
▲ 영화 < n번째 이별중 >의 한 장면. ⓒ ㈜팬 엔터테인먼트
데비를 만나기 전 스틸먼은 온종일 물리학에 빠져 자신의 노트에 여러 공식들을 빼곡히 채우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연애는 사치라고 언제나 외쳐온 그가 어느 날 자신과는 완전히 반대의 성격을 가진 데비에게 한눈에 반한다. 가수를 꿈꾸면서부터 학업과는 담은 쌓은 지 오래인 데비 역시 자신과는 정반대 성격의 스틸먼의 매력에 점점 끌리게 되고 결국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성격 차의 벽은 너무나도 컸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서로가 다름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생긴 상처와 감정의 골은 날로 커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데비는 스틸먼에 이별을 고한다. 스틸먼은 그녀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해보지만 변한 것은 없다. 그는 언제부터 데비가 자신과의 이별을 결심했을지 고민하던 끝에 타임머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이별을 막기 위한 시간여행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51, 52, 70일째. 이날들부터가 우리가 싸우기 시작한 시기야. 에반, 너도 꼭 함께 도와줘야만 해." (스틸먼)
▲ 영화 < n번째 이별중 >의 한 장면. ⓒ ㈜팬 엔터테인먼트
스틸먼에게는 데비를 만난 첫 날부터 헤어지던 시기까지 함께 했던 소울메이트 에반(스카일러 거손도)이 있었다. 시간여행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에반은 한사코 스틸먼의 권유를 거절한다. 하지만 자신의 흑역사도 함께 지워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에반은 결국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어바웃 타임>과 <빽 투더 퓨쳐> 사이의 중간 맛
이 둘의 시간여행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문득 머릿속에 두 개의 영화 제목이 떠올랐다. 사랑을 위해 시간을 되돌리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어바웃 타임>과 스펙터클한 시간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빽 투 더 퓨쳐>다. 영화 < n번째 이별중 >은 두 영화의 가장 중간쯤에 있다.
<어바웃 타임>이 시간여행을 통해 멜로를 극대화 시킨 영화였다면 < n번째 이별중 >은 시간여행을 통해 연애의 현실을 보여준다. <어바웃 타임>에서 두 주인공의 멜로가 너무 비현실적일 정도로 과하다고 생각했거나 <빽 투 더 퓨쳐>의 스펙터클함이 너무 과하다고 느낀 관객들에겐 < n번째 이별중 >의 개봉은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 영화 < n번째 이별중 >의 한 장면. ⓒ ㈜팬 엔터테인먼트
스틸먼과 에반의 시간여행에는 <빽 투 더 퓨쳐>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스펙터클한 장면들은 대거 등장한다. 그 외에도 데비의 공연을 비롯해, 타임머신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과거가 바뀌면서 미래에도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변화들까지 볼거리가 가득하다.
하지만 이러한 애매모호함은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어바웃 타임>과 <빽 투더 퓨쳐> 두 영화의 마니아 입장에서 영화 < n번째 이별중 >은 어딘가 임팩트가 모자란 느낌이다.
한편 물리학 천재 스틸먼 역은 배우 에이사 버터필드가 맡았다. 넷플릭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에서 모태솔로지만 성 상담사인 엄마 덕에 이론에만 빠삭한 고등학생 오티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자신의 입지를 다져 갔다. 그는 이번에도 모태솔로에서 갓 탈출한 스틸먼 역을 맡아 '쑥맥' 혹은 '범생이'를 상징하는 '너드(Nerd)'의 매력을 마음껏 뽐낸다.
극 중 그의 연인 데비 역은 배우 소피 터너가 맡았다. 그는 2011년 판타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HBO 시리즈 <왕좌의 게임>에서 에다드 스타크와 캐틀린 스타크의 장녀 산사 스타크 역을 맡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가수를 꿈꾸는 데비를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나간다.
개봉은 오는 4월 1일이다.
별 점 : 3/5(★★★)
한 줄 평 : 첫사랑의 기억을 유쾌하게 떠올리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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