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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가지 Apr 17. 2020

죽은 아내 그립다는 환자 위해 아내인 척 연기한 의사

[미리 보는 영화] 호스피스 병동 이야기 <대전 블루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환자들은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낼까. 죽음이라는 공포로 인해 노심초사할까, 아니면 차분하게 삶을 정리하며 지낼까. 이 궁금증을 풀어줄 영화가 관객들을 만난다. 삶의 마지막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대전 블루스>다.


김용을 작가의 옴니버스 연극 <손님>이 원작인 이 작품은 호스피스 병동 내 환자들과 의료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메가폰은 박철웅 감독이 잡았다. 그는 영화 <특별시 사람들>로 후쿠오카아시아영화제 대상을 받으며 주목 받은 인물이다. 


환자의 편안한 죽음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호스피스 병동에 근무하는 정신과 박사 강수연(반민정 분)에게 환자는 가족과 같다.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그 누구보다 크다.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이 쓰이는 환자가 있다. 47세 간암 말기 환자인 철구(최용진)와 그의 아들 기현(안도규)이다. 거의 식물인간 상태에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는 철구와 그를 보기 위해 매일 병문안을 오는 아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죽음보다 외로움을 두려워하는 전 대형교회 목사 민두홍(이종국)도 강수연의 환자다. 그는 한평생 두터운 신앙심을 갖고 살았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두터운 신앙심의 말로가 대장암이라는 것에 실망하고 신앙심도 함께 버린다. 


그런 민두홍은 최근 들어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보살피다 생을 마감한 아내가 너무 그립다. 그를 지켜보는 강 박사 역시 마음이 답답하다. 그의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죽은 아내의 따스한 보살핌 밖에 없다고 강 박사는 생각한다.

강 박사는 민두홍이 세상이 떠나기 며칠 전부터 아내 역할을 대신하기로 결심한다. 동료 의료진들은 그런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지만, 강 박사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급기야 민두홍이 잠들었을 때는 아내인 척 연기하며 잠들어 있는 그를 껴안아  준다.


환자들 입장에서야 '오로지' 환자 생각뿐인 강 박사가 고맙겠지만, 그런 그의 진심을 거부하는 인물도 있다. 18세 피부암 소녀 서지인(이경민 분)이다. 굉장히 폭력적인 인물로 병원에서도 거의 통제가 불가능한 환자다. 자신을 치료해주는 의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급기야 극단적인 선택까지 감행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서 있다고 믿는 서지인은 살아갈 의미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그런 그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강 박사는 몸도 성치 않은 지인이 병원 밖으로 나가 하룻밤만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요구하자, 그것을 들어주기에 이른다.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 vs 남겨진 사람


세 명의 환자를 대하는 강 박사의 태도에는 호스피스 병동에 근무하는 의료진들의 숱한 고민도 함께 담겨 있다.


강수연 박사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의 환자는 어느 누구보다 편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암 말기 철구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죽음을 앞둔 철구가 아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플 거라고 생각한 것일까.

강 박사는 철구가 임종을 앞두고 있음에도 병실에 잠들어 있는 그의 아들 기현을 깨우지 않는 선택을 한다. 강 박사의 머릿속에는 오직 환자가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세상을 마무리하길 바라는 생각뿐이다. 


동료 조소영 박사는 강 박사에게 왜 기현을 깨우지 않았냐고 따지지만 강 박사는 환자의 편안한 죽음이 더 중요하다고 맞선다. 


철구뿐만 아니라 서지인과 민두홍을 돌보는 과정에서도 두 사람 간의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 간다. 영화는 강 박사와 조 박사의 갈등과 이해 그리고 타협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에 대한 예의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 Lsat Blues, Last Dance >는 <대전 블루스>의 영문 제목이다. 이 영화를 보다 쉽게 이해하려면 영문 제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영화에 마지막 댄스를 추며 삶을 마무리하는 환자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복합된 감정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놀이동산을 가서 마음껏 놀아보고 싶은 마음, 아들과 외식은커녕 선물하나 해준 적 없는 가장이 자식을 위해 무언가 해주고 싶은 마음 등이 '인생의 마지막 댄스'라고 영화는 말한다.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생의 마지막을 연기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 환자 역을 맡은 배우들의 열연이 유난히 돋보이는 이유다. 환자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것도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라 하겠다. 


<대전 블루스>는 호스피스 병동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분명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하지만 원작을 고스란히 영화로 구현하고 싶었던 감독의 욕심이었을까. 연극적 느낌의 장면들은 다소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또, 등장인물들의 희로애락 감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위아래로 크게 치솟는 인물들의 감정 폭을 관객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 영화에는 강 박사를 둘러싼 다양한 반전이 숨겨져 있다.


영화는 23일 개봉.


별 점 : ★★☆(2.5/5)
한 줄 평 : 호스피스 병동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영화

               

영화 <대전 블루스> 관련 정보

제목 : 대전 블루스
 영문제목 : Last Blues, Last Dance
 제작 : 스토리텔러, 알리스필름
 공동제작 : 붐필름, 송영철 공작소
 감독 : 박철웅
 출연 : 반민정, 이지현, 현석, 이종국 外
 장르 : 휴먼 드라마
 상영시간 : 97분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배급 : 델로스
 개봉 : 2020년 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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