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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가지 Apr 24. 2020

"405호엔 들어가지마"... 어느 호텔의 충격적 진실

[미리 보는 영화] 정통 호러영화 <호텔 레이크>


▲  영화 <호텔 레이크>의 한 장면. ⓒ ㈜스마일이엔티


'절대 이 문을 열지 마라'


원초적인 공포심을 자극하는 정통 호러 영화 한 편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손님의 발길이 끊긴 한 호텔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죽음이라는 설정은 어딘지 익숙하면서도 상상 이상의 공포감을 준다. 


기본기가 탄탄하다고 평가받아 온 호러 작품으로는 병원을 배경으로 한 <곤지암>, 학교 괴담을 다룬 <여고괴담> 그리고 아파트 괴담을 다룬 <숨바꼭질>이 있다. 이 세 영화의 공통점은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 호텔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호텔 레이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영화 <호텔 레이크>는 엄마가 죽기 전 가장 가까웠던 친구가 운영하는 호텔에 자매가 머무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메가폰은 윤은경 감독이 잡았다. 그는 2001년 영화 <호모 파베르>로 제1회 광주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호텔 레이크>는 영화 <걷기왕>과 <탈주>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조감독을 지낸 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405호엔 절대 들어가지마'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린 시절부터 순탄치 못한 삶을 알아 온 유미(이세영)의 상황은 성인이 되어서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혼 후 어머니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아버지 또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하나뿐인 동생(박소이)을 돌보는 것은 오롯이 유미의 몫이다.


취업도 못 하고 앞길도 막막한 상태. 유미는 동생을 보육원에 보낼까 생각도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동생이 평소에 헛것을 보고 앞뒤 안 맞는 말을 한다는 이유로 보육원에서도 입소를 꺼리기 때문이다. 결국 유미는 어머니가 죽기 전까지 함께 생활하며 가장 가깝게 지내온 친구 경선(박지영)을 찾아가게 된다.


▲  영화 <호텔 레이크>의 한 장면. ⓒ ㈜스마일이엔티


호텔 여사장인 경선은 경제적으로 전혀 부족함 없어 보이는 데다 인심까지 좋다. 유미와 동생을 반길 뿐 아니라 유미의 동생을 계속 돌봐주겠다고 약속까지 한다. 다만 동생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 적응할 수 있도록 며칠 간 호텔에서 함께 생활해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그렇게 유미와 동생의 호텔 생활이 시작된다.


"405호엔 절대 들어가지마"(유미)


호텔의 405호는 살아생전 자매의 어머니가 머물렀던 방이다. 그리고 생을 마감한 장소이기도 하다. 유미는 말리지만 동생은 이상하게 계속 그 방을 찾는다. 현재는 아무도 머물지 않지만 매일 밤 이상한 소리도 흘러나온다. 동생은 이 방에서 만난 사람이 자신과 매일 놀아준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유미는 동생에게 405호에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동생은 이 말을 듣기는커녕 그곳에서 만난 사람이 자신과 노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  영화 <호텔 레이크>의 한 장면. ⓒ ㈜스마일이엔티


"이 호텔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뭔가가 있어. 너도 어서 빨리 이곳을 떠나" (호텔 종업원)


호텔에는 단 한 명의 종업원(박효주)이 있다. 평소 화도 많고 나쁜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그인데, 어느 날 유미에게 하루라도 빨리 이 호텔을 떠나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유미가 매일 밤이면 소주 두 병을 마시고는 알 수 없는 소리만 늘어놓는 호텔 종업원의 말을 들을 리 만무하다. 그날 밤을 시작으로 유미 앞에는 결코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무시무시한 사건들이 펼쳐지는데.


오컬트·괴담·스산한 효과음 등 총동원된 호러


이 영화에는 정통 호러물에 필요한 요소들이 다양하게 들어가 있다. 억울한 죽음 뒤에 숨겨진 괴담부터 그 귀신을 불러내는 오컬트 그리고 이를 표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과음, 음악, 촬영기법, 미술 등이 바로 그것이다.


<호텔 레이크>가 무분별한 긴장감 조성으로 관객들에게 공포감만 주는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윤 감독은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시의적절하고 강약조절된 공포를 표현해냈다.  


호텔 구조나 미술적 요소들도 이목을 끈다. 나선형 형태의 호텔은 로비를 중심으로 한 가운데 위쪽이 완전히 뚫려 있다. 마치 위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앵글이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는 점에서 위가 완전히 뚫린 호텔 구조는 공포감 조성에 한 몫 한다. 고풍스러운 엔티크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다. 호텔 내부에 장식된 액자와 새빨간 장미 그리고 사소한 장식품들 하나하나가 공포 영화 장르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


<호텔 레이크>는 부자연스러운 화면 비율을 이용해 공포감을 극대화 시킨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오래전부터 정통 호러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어 온 촬영 기법이기도 하다. 피사체가 향하는 방향 반대에 화면 공백을 주면서 관객들은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이때 동반되는 음산한 배경음악도 긴장감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  영화 <호텔 레이크>의 한 장면. ⓒ ㈜스마일이엔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영화 후반부다. 잘나가던 영화는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야기 초반 던져놓은 '떡밥'을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초자연적 현상'을 이용한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영화다. 윤은경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한편 영화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한 줄 평 : 원초적 공포감을 제대로 느끼고 싶은 관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


별 점 :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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