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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esito쏠레씨또 Oct 03. 2022

이력서에 못 담은 육군 간호학사장교 합격기(5)

리더십: 진부한 단어들의 본질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 있다.

*참고로 2013년도 모집과정을 회상하며 기록한 것이므로 현행과는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준비하시려는 분들은 방향을 잡아 참고만 하시고, 반드시 3군 공식 홈페이지의 공고 내용을 확인하여 문의하셔야 합니다.*


면접관과 면접자의 비율은 4대 6 정도였고 준비했던 예상문제보다는 질문들이 훨씬 간결했었다.  특이했던 점은 실제 면접 전에 칠판에 적힌 문장을 큰소리로 읽도록 시켰다.


9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면접 질문은 "국가의 주적은 누구인가?" "장교의 리더십은 무엇인가?"였다. 단언하건대 이 두 가지는 AI 면접이 도입된 지금도 필수적으로 숙지해야 하는 기출문제일 것이라 확신한다.


리더십이라는 이 진부하지만 중요한 키워드를 어떻게 내 것으로 풀어내면 좋을까 참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 당연한 것들은 우리와 함께 있는 것들 속에서 발견한다. 어머니께서 식탁 유리 밑에 한문교육의 중요성이라는 칼럼을 오려서 끼워두어 언제든지 눈에 들어오도록 해놓으셨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밥 먹는 와중에 그 사설의 인용 구절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蹟 遂作後人程

(답설야중거 불수 호난행 금일 아행 적 수작 후인정)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모름지기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

(이 시는 조선 후기의 문신 이양연 (1771~1853)이 지은 한시로 알려져 있다(서산대사의 시라는 설도 있다).

특히 백범 김구 선생이 좌우명으로 삼고 애 송 했던 시로 더 유명하다. )


두서에 이 구절을 던지면서,

"리더가 하는 자잘한 선택들에 의해서 나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중하면서도 신속한 결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길잡이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리더십은 상황들은 읽을 수 있는 통찰력, 실무자들과의 소통능력을 언제나 기본 소양으로 지니는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대답을 했다.


지금이야 경력직으로서 다양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면접 키워드에 대답하고 나의 의사를 여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실전 사회 생활 경험이 전무한 미숙한 졸업예정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졸업자들은 경험 부족으로 면접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어려울 텐데 평소에 읽고 듣고 보는 콘텐츠에서 영감을 주는 것들을 절대로 흘려버리지 않고 단단히 붇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서 나에게 어떤식으로 돌아올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 상황이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는 순간 일 수도, 내가 간절히 가고 싶었던 회사의 면접일 수도 클라이언트와의 입씨름하는 순간일 수도 있다.


면접을 마치고 육군 표준 인성검사(MMPI-II)를 종이로 치렀다. MBTI 검사처럼 질문에 답을 하는데 군부대 조직에서 적절한 사람인지 확인 과정이다. 일부는 장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앞선 나머지 군에서 요구하는 성격에 맞춰서 응답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검사결과지가 거짓 내용도 판별하므로 너무 긴장하지 말고 담담하게 치르길 권한다. 사이코 패스가 아닌 이상 인성검사에서 지원자를 탈락시킬 만큼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육군 학사장교 지원의 절차를 모두 마무리했고 이듬해 2월, 입교 통지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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