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력은 지금의 나를 있게한 복선이 되었다.
국가고시를 치르고 자유시간을 만끽하면서 보냈다. 부모님 가게에 알바일을 하면서 용돈벌이도 하고 친구들과 만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대학병원 간호사냐, 간호장교냐 이 두 가지 선택지에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결론만 놓고 보면 대학병원을 입사를 하여 간호장교를 포기했다. 그토록 원했던 꿈을 눈앞에 두고 미련 없이 접기로 한 것이다.
당시 내가 분석했던 두 직업의 장단점을 나열해 보자면
대학병원 간호사 장점
-환자를 돕는 현장 업무를 배울 수 있다.
-미국으로 간호사 이민을 갈 때 경력사항에 유리한 조건이 된다.
-당시 합격했던 병원 주변 환경이 좋았다.
-첫 프리셉터 선생님과 동기들이 좋았다.
-고용이 안정적이다.
대학병원 간호사 단점
-일자체가 어렵고, 더럽고, 위험하다
-인간의 기본 욕구 자체가 보장되지 않는다. (수면, 식사, 화장실, 갈증...)
-위계질서를 견디면서 일을 배워나가야 한다.
-3교대 근무로 생활패턴이 망가져 규칙적인 삶이 어렵다.
-원래 아픈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절대 만만할 수가 없다.
간호장교의 장점
-제복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원래 내 꿈이었다.
-상대적으로 환자 중증도가 낮은 편이다.
간호장교의 단점
-응급환자를 대처할 수 있는 실무에 능한 간호사가 될 자신이 없다.
-발령받은 곳에서 근무를 해야 해서 잦은 이사가 예상된다.
-실무보다는 행정업무가 주를 이룬다.
-학사장교 출신은 국군 간호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에 비해서 진급이 밀릴 수밖에 없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조직이다.(이건 뭐 병원도 마찬가지.)
-기본 실무 능력을 제대로 쌓지 못한 채 퇴역하고 사회에 나왔을 때 막막할 것 같다.
가장 주된 포기의 이유는 간호장교의 길이 나의 더 큰 뜻을 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과, 의료인으로서 응급환자를 두려워할 스스로가 겁이 나서 고민 끝에 결국 입사 후 한 달간의 신입간호사 트레이닝을 마칠 즈음, 3월 말에 입교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다만 후회보다는 때때로 만약 그 길을 쫓아갔더라면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현재의 불만족에서 오는 상상이 아니라, 돌고 돌아 미군부대에서 간호사로 일하기도 하고 현재는 미군과 미군가족들의 케이스 매니징을 하면서 그 근처를 배회하는 내 삶이 재밌다며 피식 웃게 되는 그 찰나에 의미 없는 "만약에"를 덧붙이곤 한다. 아마 결혼을 일찍 하고, 내 주위에 군인 친구들이 더 많아서 지금 시각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을 일상적으로 여기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것이 정확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력서에는 남길 수 없지만, 지금의 내가 있도록 했던 복선이었다고 믿는다. 삶을 유쾌하고 다이내믹하게 만들어준 감초가 되어준 간호장교 합격기는 40대가 되었을 때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가 된다.
**대학 간호사와 간호장교에 대한 장단점은 사회생활을 하지 않은 예비간호사가 고민하고 판단한 내용임을 감안해 주시길 바랍니다. 특히나 2014년도 당시 주변에 간호장교 출신들은 전무하여 인터넷이나 실제로 겪어보지 않았던 사람들의 카더라를 바탕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부실하고 온전하게 진실을 반영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병원 간호사가 많은 길이 있고, 간호장교의 삶은 폐쇄적이라는 일방적인 편견은 언제나 어리석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미군부대에서 일할 때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었던 한국 간호장교 출신 선생님 그리고 현재 근무하는 외국계 기업에서 같은 팀으로 근무하는 국군 간호사관학교 출신 선생님, 두 분 모두 유능하게 커리어를 만들어나가고 있어 저에게 영감이 되어줍니다. 본인이 뜻만 있다면 어떤 배경으로 시작하든 간에 시간문제 일 뿐 결국에는 원하는 방향으로 도달함을 배웠습니다.
"이력서에 못 담은 육군 간호학사장교 합격기" 시리즈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