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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esito쏠레씨또 Jul 30. 2023

한국 간호사 면허로만 만족하지 마세요

한국에 살아도 미국간호사 면허를 따야 할 이유.

 얼마 전 미국간호사면허시험 명칭이 NCLEX-RN(National Council License Examination for Registered Nurse)에서  NGN(Next Generation Nclex-RN)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시험 문제 유형이 바뀌고, 지원자의 임상학적 판단능력을 조금 더 자세히 측정하기 위해 문제 유형이 바뀌었다고 한다. 내가 시험준비를 할 때만 해도 책이 새롭게 개정판이 나오면서 강의 회사에서 홍보할 때 은근히 겁주고, 국가고시를 겨우 마쳤던 나는 쫄고 그랬다. 그러나 사실 큰 틀에서 보면 신입 간호사를 검증하는 시험에서 뭐 그렇게 대단한 것을 바라겠으며, 미국에서 가장 많이 발병되는 질환을 기준으로 문제가 나올 것이며, 인종을 떠나서 인간의 생체는 같은 원리로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영어 원서로 공부하고 한국 간호사 국가시험과는 다르게 임상환경에서 일어나는 일을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하도록 하는 문제유형은 긴장하게 했다. 


학부 때 교수님이 미국간호사면허에 대해 강조를 많이 하셔서 1학년 1학기 여름방학 때 거의 반 강제로 학교에 가서 해당 녹화영상을 듣게 했다. 아직 생리학의 기본도 안되어있는 상태였고, 그다지 성실한 학생은 아니라서 딴짓하기 바빴는데, 병원에 입사하고 일이 익어드는 시점에 미국간호사면허를 준비를 했다. 


국시를 합격하고 면접을 보고 입사를 했지만, 현장에서는 금수(禽獸)와 다를 바가 없었고, 일할 때 한 사람의 몫을 제대로 하려면 사사건건 언급되지 않지만 암묵적으로 서로 알고 있는 맥락을 잘 이해해야 했고, 본질적으로는 모질게 구는 일부의 선배들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다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는 하지만, 그 시간을 견디기에는 내 정신력은 나약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앞당기고 싶었다.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은 "영어로 된 두꺼운 원서로 된 책을 시간을 들여서 공부한다."는 점에 혀를 내두르곤 하지만 실제로 시도해 본 간호사들은 "재밌다"라고 하고, 간호사로 진로를 잡은 이상 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1) 현장을 알고 이론을 보면 그 자체로 흡수가 된다. 

한국 간호사 면허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환자를 직접 간호한 바탕으로 공부를 시작하면 정말 재밌다. 당시에 왜 그 처방이 틀린 것인지, 환자 처치로 쓰이는 도구나 기계 예를 들어 체스트 튜브(Chest tube), 인공호흡기 등등의 원리를 상세하게 정리한다. 실제로 업무를 할 때는 루틴업무가 되어버려서 타성에 젖은 채로 일하게 되는데, 실제 임상에 필요한 원리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는 업무 수행 능력을 키우는 데 있어서 정말 소중하다. 그리고 그것들이 내일 만날 환자를 위해 머릿속의 알고리즘이 착착 돌아갈 때 그렇게 신날 수가 없다. 결국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2) 인생에 한 번쯤은 나와 환자를 위해서. 

임상경력이 오래되면 한 과에 배정되어 관련 업무만 하게 된다. 대형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을 전배 시켜 다양한 환자 경험을 하도록 한다지만 수직적인 분위기의 병원환경에서 체계적인 교육 없이 다시 처음부터 물어물어 가면서 일하는 게 스트레스라 현장에서는 압박을 견디지 못해서 퇴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배가 되지 않더라도 언제나 내가 원하는 환자만을 만날 수는 없다. 병실부족이나 격리를 이유로 외과병동에서 중증 내과 환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은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타과 환자를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데, 질환 자체의 난이도보다는 전에 경험을 해본 적이 없어 낯섦으로 진땀을 빼게 된다. 그래서 임상 간호사로서 계속 커리어를 쌓으려고 하는 사람들이나 직접 환자를 돌보지 않지만 임상과는 멀어져서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 상황에 환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3) 그 자체로 나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당장 미국에 갈 사람이 아니더라 할지라도 미국간호사면허는 함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실 미국간호사 시험은 철저히 개인의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원서 접수를 받고 시험날짜를 정할 수 있는 시기까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일 걸리기도 하고, 4년 동안에 나눠서 배웠던 내용을 정리하기 때문에 강의 내용도 길고 힘이 든다. 그리고 개인의 역량에 따라 영어로 된 원서에 적응기간이 필요하기도 하며, 컴퓨터로 치는 시험에 연습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 가치는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험상 미군부대 간호사, 현재 외국계회사에서 미군과 미군가족들의 케이스매니징업무를 위한 지원 시 

"다양한 문화권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싶어 했는지, 그것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었는지, 다인종환자를 상대로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본 소양은 있는지"에 대한 부연설명을 단 한 줄로 증명해 주었다. 물론 면허는 전문직이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지식을 검증하는 수단이고, 실력을 검증하는 절대적인 가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한국간호사 면허와 경력을 갖고 있음에도 온전히 개인의 투자로 한 노력은 임상현장을 떠나서 다른 길을 찾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4) 동지를 찾는 길잡이

지금은 4년제 일원화로 대부분의 간호대학 커리큘럼이 학사과정이지만, 지방에서 대학병원을 다닐 당시, 4년제를 나왔다는 이유로 선배들의 시기와 핀잔을 받아 난처한 종종 있었다. 참고로 부족한 간호사를 충당하기 위해서 간호대가 여기저기 생기기 시작할 시점의 첫 세대이다.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네임밸류를 가진 대학교를 졸업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병원 정책상 전문학사와 일반학사 졸업생의 연봉 차이를 많이 구분했었는데,  월급이나 보너스를 받을 때마다 얼마나 받았냐는 추궁을 피하느라 난처했고, 일은 자기가 다하는데 월급은 더 많이 받아간다면서 대놓고 언급해 곤혹스러웠다. 그런 환경에서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것을 입 밖으로 내뱉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좁은 병원을 벗어나면 충분히 더 나은 삶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많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열등의식 없이 묵묵히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사람들을 미국간호사 면허를 준비하면서 만날 수 있었고, 부적적인 환경에서 숨통을 트이게 했다. 내 주변 환경이 별로라고 생각들 때 새로운 세상을 여는 문이었다. 모두가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건강한 내적동기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외롭지 않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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