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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희 Aug 02. 2020

녹차치즈케이크 소동

눈 맞추며 말해요.

말티즈 뚱이와 함께 산책을 다녀온 남편이 말했다.

"처제 생일인데 녹차 치즈케이크 하나 보냈어"  

"며칠 전에 아보카도와 버섯 트러플 오일 스프레드 줬는데... 하지 말라니까!"

시집을 가지 않은 여동생은 엄마와 살고 있다. 동생은 작년 7월에 퇴사를 했다. 24살 때 큰 조카 기저귀를 갈고, 20분마다 깨서 우는 신생아를 보살폈다. 26살 때는 둘째 조카를 일 년 동안 데리고 키웠다. 그때는 일을 하지 않았고, 애를 낳은 언니와 조카 수발을 들었다. 남편은 그런 처제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해했다.


동생에게 카톡이 왔다. 형부가 보낸 녹차치즈케이크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6월 15일이 생일이니까 이틀이 지났다. "녹차치즈케이크? 파리바케트 녹차 롤케이크가 아니고?"라고 물었다. 동생은 형부가 어떻게 알고 먹고 싶었던 케이크를 선물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몇 개월 전에 백화점에서 본 케이크이라며 정말 먹고 싶었다고 했다. 남편에게 물었다.

"녹차 롤케이크 아니었어?"

"아니, 녹차치즈케이크이라고 했는데?"

"카톡 위시리스트에 뭐 있었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 처제 위시 리스트에 있어서 그걸로 했지, 뭘 선물할까 고민했는데 말이야."

"무슨 위시 리스트?"

"처제 카톡에 선물하기 누르니까, 위시리스트 2개 있던데?"


남편이 강아지를 데리고 현관에서 들어오면서 말을 했었다. 나는 글을 쓰고 있었다. 남편이 하는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녹차, 케이크, 위시 리스트, 선물'이라는 단어만 들었다. '파리바케드 녹차 롤케이크를 카톡 선물하기로 보냈다.'로 이해하고 말았다. 신발을 벗으면서 말한 남편과 다른 곳에 집중하고 있던 나는 서로 얼굴을 보지 않았다. 뒤통수에 하는 말을 건성으로 들었다. 몸도 말하는 사람을 향하지도 않았다.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곧 도착할 케이크를 기다고 있었다. 녹차치즈케이크가 녹차 롤케이크로 둔갑됐던 이야기를 해줬다. 남편도 카톡 선물하기를 잘 알지는 못한다. 선물하기를 눌렀고 위시 리스트에 담겨 있던 물건 중 케이크를 선택했을 뿐이다. 동생도 먹고 싶어 검색했던 케이크가 담겨 있는 줄 몰랐던 것이다. 서로 아는 만큼만 생각했다. 우리 자매는 40대 후반이고 남편은 50대 초반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띄엄띄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했다. 우리 셋은 상황이 웃겼지만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뭐가 뭔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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