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대학원생의 공부 방법 1.
내가 공부법에 대해서 이렇게 해보세요 저렇게 해보세요~ 할 자격이 있나?
그래도 누군가는 절박한 마음에 "대학원생 공부법"을 검색해볼 수도 있으니 공유해보고자 한다.
나름 학부때까지는 똘망똘망해서 대학원까지 왔지만, 와보니 역시 세상은 넓고 똑똑한 애들은 너무 많다.
나는 엄청난 노력파도, 엄청나게 타고난 영재 스타일도 아니고 그냥 실력이나 기반으로 봤을 때 그저 무난무난하고 중간 정도 가는 스타일. 다만, 어떤 수업을 듣든지 과제를 제일 먼저 제출하고 마감기한을 잘 넘기지 않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렇게만 해도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에게 성실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내가 마감을 넘기지 않는 이유는 내가 무지하게 부지런하고 미리미리 준비를 하는 타입이라서가 아니다. (사실 아예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나에겐 마감이건 약속 시간이건 절대 넘기면 안된다는 강박이 조금 있다.) 그냥 나는 성격이 급한 스타일이고, 몇시간 더 붙잡고 있어봤자 나의 평범한 머리에서 뭐 그리 대단한 결과물이 나올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자기 주제 파악이 잘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문사철을 비롯해 많은 이론 연구를 하고 실험 결과나 통계가 아닌 자기 글로 자신을 보여줘야 하는 전공에선 나같은 스타일이 드물다. 어떻게든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고 데드라인을 넘기는 경우도 많다. 나는 그분들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그런 끝까지 어떻게든 해보고야 마는 투지는 없기 때문에. 자기 스타일을 잘 파악해서 조금 늦어도 질로 승부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전 신입생이 모두 필수로 들어야하는 교양학부 글쓰기 수업의 총 행정 조교를 1년간 했었는데, 매 학기 마칠 때마다 제일 잘하는 학생을 1명씩 뽑는다. 주로 제일 잘하는 학생들은 늘 제일 먼저 과제를 제출하거나 거의 마지막에 제출하는 학생들, 그 두 그룹 사이에 있다고 한다. 이건 그냥 예시일 뿐이지만, 나도 통계적으로 내가 수업을 하거나 수업을 들어보면 대게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중간에 있다고 해서 절대로 못한다는 건 아니다. 통계가 그렇다는 것일 뿐. 다만 나는 질로는 승부를 걸어볼 자신이 없었기에, 그냥 마감을 어기지 않고 일찍일찍 제출하는 성실한 학생 이미지를 만들어보는 것을 학기에 목표로 삼았다.
한 수업 안에서 이런 '잘하는 학생'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매 수업 날카로운 질문을 준비한다거나, ppt를 기가막히게 준비한다거나, 외국어만큼은 유창하게 구사한다거나. 자신의 장점을 살려서 수업에서 교수님께, 또 동료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원 생활도 회사생활과 어떤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만든 이미지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갖는 이미지가 반대로 나에게 영향을 준다. 이 영향관계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대학원 생활을 하다보면 자신감이 넘치는 생활보다는 늘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고, 토론 때마다 무지하게 깨지고, 수많은 천재와 준천재들 사이에서 과연 내가 이 길을 가는 것이 맞나.. 하는 회의감에 젖어 사는 날들이 훨씬 더 잦다. 이런 자신감 없는 모습에 대해 솔직히 나누고 의지할 동료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딱 한 분야에서 만큼은, 내가 자신있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