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을 위한 시간, 내일을 위한 시간 - 다르덴 형제
내 일을 지키기 위해, 내일을 지키기 위해, 정말 짜증 나는 돈을 지키기 위해. 나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끊임없이 3일간의 여정을 눈으로 쫓아가며 함께 고민하는 영화.
보는 내내 1000유로의 가치를 가늠했다. 환율로는 160만 원가량인데 우리나라 경제 상황으로는 어느 정도 가치일까.
160만 원이면 난 당연히 복직에 투표할 텐데, 아 이게 160만 원 정도의 가치가 아닌가? 현재 우리나라의 가치로는 200만 원 정도일까? 그 돈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아, 400만 원 정도일까? 과격해지는 사람들을 보며 600만 원의 가치? 그러다 이 정도면 1000만 원인가? 그 순간 그 돈이 무섭고 무거워졌고 곧 스스로가 우스워지며 생각을 멈췄다.
직장동료 한 명 한 명 만나기 전에 그만둬버리고 싶은 마음으로 용기를 내 벨을 누르고 기쁘고 슬프고 힘을 내고 좌절하는 산드라.
산드라의 복직을 너무나 응원하지만 각자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회사에선 보이지 않는 그들의 지켜야 할 삶이 있다. 다만 주말임에도 쉬지 못하고 회사 몰래 투잡을 하면서도 내내 마음이 걸렸다며 엉엉 우는 사람을 보며, 반장에게 협박을 받고 계약직이라 해고의 두려움에도 산드라의 복직에 투표하는 그를 보며, 나의 일이 아님에도 사장을 설득하고 산드라의 복직을 위해 노력하는 줄리엣을 보며 돈의 가치를 내내 가늠해 보는 내가 잘못되었음을 안다.
그 선택이 대단하다고 해서 끝내 보너스를 선택하는 사람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최소한 산드라를 향해 돌을 던지는 그런 사람은 되지 말자는 거다. 무례하게 굴고 비난하고 모욕하는 사람만은 되지 말자. 복직에 투표하지 못할지언정 찾아온 사람을 피하는 사람은 되지 말자. 산드라에게 미안해하자. 최소한의 존중을 보여주자.
사람의 존엄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 영화를 보며 이 물음을 안 할 수 없다.
산드라 - 남을 해고시키고 복직할 순 없어요
사장 - 해고가 아니라 재계약을 안 하는 거예요
같은 거죠
아닙니다
안녕히 계세요
부록 - 다들 이 영화를 보고 남편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했나요?
전 산드라의 입장에선 정말 힘들었겠지만 남편은 끝까지 직장 동료를 만나고 설득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던 거 같아요.
혼자의 용기가 부족할 땐 누군가의 용기를 더하는 것도 연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산에 가기 싫다고 호되게 화낼 때 마치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뻔뻔한 반려자처럼 말이죠.
저와 반려자의 사이가 틀어졌었을지언정 전 좀 더 건강해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