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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fulmito Mar 16. 2023

두 어머니 모시고 나들이

 구미에 고흐 레플리카 전시회가 있다는 광고가 눈에 띈다. 어머님과 친정 엄마를 모시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에 내가 좋아하는 우동 맛집도 있고 대구에서 멀지도 않으니 두 분을 모시고 가기에 딱 적절한 코스다.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사돈이 편한 사이도 아닌데?"하고 의문을 표한다. 내가 복직을 하고 아이들이 어렸을 때 두 어머님께서 아이들을 교대로 봐주시며 자주 만나셔서, 두 분이 같이 가시는 게 어색할 것 같진 않았다. 엄마를 모시고 자주 나들이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어머님 생각도 많이 났는데, 친정 엄마만큼 쉽지 않다 보니 어머님과 엄마를 함께 모시고 나서면 어떨까 싶었다.


 먼저 친정 엄마에게 얘기했더니 "나는 미술 전시회 같은 건 별로 관심 없는데?, 너네 어머님이 불편하지 않으실까?" 하신다. 친정 엄마는 워낙 외향성이라 누구와도 불편하지 않으신 스타일이라 엄마 편에서는 괜찮다고 해석을 하고, 엄마도 딸 덕분에 관심 분야를 넓혀 보시라며 설득을 했다. 다행히 어머님께 말씀드리니 흔쾌히 좋다고 제안을 수락해 주셨다. "나는 사부인 만나면 에너지가 솟아." 하시며.


 약속한 날 엄마가 우리 집으로 와 주신 엄마가 가방에서 깨를 한 통 꺼내신다. 어머님께 드리려고 가지고 오셨단다. "엄마, 그러면 서로 부담돼서 못 만나요. 그냥 두세요."하고 엄마를 설득한다. 우리 어머님도 엄마에게 드리려고 챙겨주신 미역과 다시마를 깜빡하고 두고 내려오셨다며 가져올 테니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시는 걸 보니, 남편 말마따나 사돈은 편한 사이는 아닌가 보다. 하지만 서로 더 챙겨주고 싶어 하시는 한국의 정으로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다행히 이번에 아무런 선물도 주고받지 않으셨으니 다음엔 두 분 다 편하게 빈 손으로 나오시기를 바래 본다.


 구미로 가는 길 내내 친정 엄마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시는 우리 엄마는 늘 사운드의 80프로를 책임지신다. 나와 둘이 가실 때는 괜찮은데, 어머님이 함께 계시니 내가 괜히 조심스럽다. 엄마는 엄마대로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생기지 않게 하시려고 노력하고 계신지도 모르겠다. 두 분 중 어느 한 분이라도 불편하실까 봐 양쪽으로 눈치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두 분을 함께 모시고 나들이를 가는 건 처음이니까. 처음부터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는 거니까. 이 정도면 괜찮은 시작이 아닐까?


 아무튼 두 분 모두 기분이 좋으시다. 어머니께서는 며느리가 모시고 나온 것에 기분이 좋으시고, 미술 전시회도 마음에 드셨다. 엄마는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시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라 함께한 나들이가 즐거우시다. 여행과 그림을 좋아하는 나 또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두 분과 함께 할 수 있어 즐겁고 뿌듯하다. 내게 어렵지 않은 노력으로 두 분을 즐겁게 해 드릴 수 있어 기쁘다. 누군가를 나들이시켜줌으로써 얻는 기쁨이 내게는 또 하나의 큰 행복 모먼트이다.


 친한 동료들을 먼저 데리고 왔다가 맛있다며 가족들을 데려왔던 우동집, 이번에는 엄마와 어머님을 모시고 왔다. 이 정도면 충분히 검증이 끝난 곳이지만 입맛 까다로운 엄마에게도 합격을 할는지 모를 일이다. 미리 예약을 해 두려다가 시간이 어찌 될지 몰라서 그냥 갔는데, 역시 평일 낮에도 사람이 많다. 바 테이블만 비어 있어서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다른 손님들 테이블이 너무 시끄러워 이맛살을 찌푸렸지만, 엄마는 한국 사람들이 에너지가 많아서 그런 거라며 관계치 않으신다.


 따끈한 우동과 차가운 우동이 우리 앞에 하나씩 차려진다. 그 세대만 공감하는 대전역 우동집 이야기를 나누며 정통 일본식 우동을 맛본다. 국물 한 모금에 두 분이 모두 흡족한 반응을 보이신다. "여기 제대로네."  나는 세 번째라 그런지 첫 번째 왔을 때의 감동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세 번째 모시고 온 분들까지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니 여기는 누구에게나 추천할만한 맛집이라 결론을 내린다.


 불면증으로 고생하시는 두 분은 카페에 가기를 원하지는 않으셔서 생각해 둔 카페는 건너뛰고 대구로 출발하기로 한다. 손자손녀들이 이제 많이 자라서 각자 바쁘지만 손자손녀들의 자라는 이야기를 들으시며 즐거움을 공유하신다. 어린 시절 아이들을 함께 돌보시며 에피소드가 많으시기에 더 공유하는 감정이 큰지도 모르겠다.


 어머님을 먼저 모셔다 드리고 엄마도 모셔다 드리는 것으로 나의 임무는 끝이 난다. 아이들의 놀고 온다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그냥 집에 들어가기 서운하니 근처 공원에서 그림을 하 장 그렸다. 나들이에서 그림이 빠지면 완성이 덜 된 것 같아서.


그렇게 뿌듯한 휴직의 하루를 오늘도 채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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