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yfulmito
Nov 23. 2023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아니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어릴 적 책을 좋아했던 문학소녀도 아니었다. 그저 살다 보니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구나,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평범하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 내 생각을 마음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환영받지 못하는구나, 하는 것의 깨달음이기도 했다. 말을 조심해야 할수록 하고 싶은 말이 많이 쌓였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은 단순했다. 내가 원래 단순하다.
블로그에 쓰고, 브런치에 쓰고, 그러다 책으로 엮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단순한 희망, 꿈이었다. 책을 쓴다는 것의 무게를 알지 못했고, 그런 것들을 모두 고려할 만큼 신중한 성격도 아니다. 덕분에 무모하고 덕분에 실행력이 있기도 하다. 그렇게 3년 전 썼던 글들을 다듬어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고, 편집장님과 수정을 거치고 드디어 출간을 앞두게 되었다.
이렇게 일을 다 저질러놓고 책이 나오려고 하자 그전에 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걱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내 글을 읽고 누군가 마음을 다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과 나의 부족함이 드러난다는 불안함 때문에 힘들여 만든 책을 꽁꽁 숨겨놓고 싶은 엉뚱한 해결책을 떠올리기도 한다.
'작가는 오해받을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는 글을 읽었다. 아직 오해받을 용기가 부족한데, 덜컥 내 책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첫 책은 누구나 부끄럽다'는 글을 읽고 누구나 그렇다면 그 부끄러움 정도 감수할 수 있다며 책을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막상 닥치니 긴장되는 거지. 물론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거라는 것 알지만, 출간 직전 내 마음은 동요하고 있다.
교생실습을 나갔을 때가 생각난다. 대표 공개수업을 제안받았을 때 신나 하며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었는데, 수업을 앞두고 얼마나 긴장이 되는지 수업 직전까지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렸다. 생각해 보면 그 소심한 성격이 내가 타고난 성격이었다. 7살 성탄발표회를 앞두고 너무 떨려서 결국엔 아프다고 무대에 서지 않았더랬다. 그 소심했던 내가 40년 인생을 사는 사이 배짱 두둑한 사람의 모양으로도 살아가다가 이렇게 불쑥불쑥 타고난 내 모습이 고개를 쳐든다.
아무래도 이 태풍(?)이 지나가기 전까지는 소심한 아이로 돌아가 덜덜 떨어야 할 것 같다. 뭐, 덜덜 떤다고 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니고, 평소에 하던 여러 가지 일들에 집중하지 못하고 집에 틀어박혀 드라마나 보고 책이나 읽으며 몸을 숨긴다.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조금 더 배짱 두둑한 사람이 되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