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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티제 Oct 09. 2023

퇴사 1년 차의 알바 지원기

8년 차 마케터의 경력을 바탕으로 센스 있게

다음 달이면 벌써 퇴사한 지 1년. 몸이 근질근질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날이 올지 몰랐는데. 일단 뭐라도 해보자. 알바땡으로 들어갔다.


   단기알바 탭을 눌렀다. 우리 동네를 선택했다. 대중교통비도 많이 올랐는데 걸어 다녀야지. 따릉이까지는 오케이.


   그간의 경력이 어필되는 곳을 찾기로 했다. 행사장 스텝과 사무보조가 좋겠다. 앱으로 순식간에 다섯 곳을 스크랩했다. 참 쉬웠다.


   바로 지원하기를 누르니 이력서를 작성해야 한단다. 빈 이력서를 띄웠다. 이력서 작성도 참 오랜만이다. 앱으로 쓰려니 귀찮아 노트북을 열었다.


   이력서 폴더에 차곡히 쌓인 문서들. 잠시 추억에 담겼다. 올림을 해야 고작 10년 정도 되는 직장생활 경력. 하지만 그동안 제출한 이력서는 족히 200개는 되 보였다.


   가장 최근에 작성했던 이력서를 열었다. 회사 이름과 경력 세부사항을 복사, 붙여넣기 했다. 이미 유효기간이 한참 지난 어학성적도 채워 넣었다.


   다행히 알바는 자기소개서에 대한 부담이 크게 없다. 최대한 실용적으로 써 보기로 했다. 경력 한 줄. 현재 상태 한 줄. 거주지 한 줄. 포부 한 줄.


   화룡점정. 제목을 달았다. 8년 차 마케터의 경력을 바탕으로 센스 있게. 사실 알잘딱깔센이라고 쓰고 싶었다. 그런데 최저임금에 그것까지는 너무 과하다 싶어 일단 센스만 챙기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프로필 관문이 남았다. 꼿꼿한 프로필 사진을 올리고 싶지는 않았다. 읽는 사람도 부담스러울 테니 최대한 가볍게. 브이를 하고 찍은 사진을 골랐다. 너무 가벼워 보일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짧은 근무 일정 중에서도 근무가 불가능한 날이 있어 야심 차게 메시지에 적었다. 드디어 전송 버튼을 눌렀다. 끝. 여성 지원자 79%, 30대 지원자 50%. 생각보다 30대 지원자가 많아 놀랐다.


   나보다 더 간절한 누군가의 일자리를 뺏는 건 아닐까? 과연 연락이 올까? 물음표가 무자비하게 떠오른다. 모르겠다. 일단 주사위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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