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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티제 Dec 21. 2023

12월 21일, 올해가 열흘 남았다.

떠밀리듯, 서두르듯, 이것저것 뒤범벅이 되도 뭐 어때.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12월이 되면 왠지 마음이 분주해진다. 지난 한 해를 서둘러 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의미를 부여하거나 반성하거나, 어느 쪽에도 들지 못한다면 그냥 정리라도 해야지 싶다. 그런 마음과는 나는 아직 지난달 가계부도 정리하지 못했다.


   새해를 맞기 전 심혈을 기울여 산 다이어리에 연간계획을 빼곡히 적던 때도 있었다. 언제부턴가 다이어리를 사지 않았다. 해가 바뀐다고 사람이(내가) 갑자기 바뀌지는 않는다는 걸 알아서일까. 간혹 다이어리를 사더라도 날짜가 인쇄되어 있지 않아 나를 재촉하지 않는 만년 다이어리를 샀다.


   그런 와중에 오는 연락들이 반갑다. 잘 지냈냐고, 잘 지낸다고, 한번 보자고. 가끔은 반갑지만은 않은 연락도 있다. 올해는 용기를 내어 ‘언제’, ‘다음에’라는 여지를 두지 않으려 했다. 용기를 냈는데 생각보다 마음이 불편하다. 그냥 만나자고 할 걸 그랬나.


   다가올 새해를 조금 더 준비된 상태로 맞기 위해 예열을 하려 했다. 1월 1일부터 시작한다는 계획은 사실 이루어질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혹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지금부터 미리 시작하고 실패하면 그 가능성의 확률을 조금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분주한 마음만큼 몸이 잘 움직이질 않는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오늘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예열하기 좋은 날. 방학 같은 기분에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아침 루틴을 마치고 소파에 잠시 앉아 무엇을 할지 생각하다 옆에 놓여 있던 책을 집어들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다. 휴일을 맞아 집에 있던 남편이 잠에서 깨어난 나를 보고 겨울잠을 자느냐고 웃었다.


   전기 매트 위에 등을 대고 연시를 하나 까먹었다. 스마트폰을 보다 올해 함께 글을 쓰고 뱉은 나의 뮤즈, 동기들의 글을 읽었다. 바로 자리를 고쳐 앉고 노트북을 켰다. 나도 글을 써야지. 해오던 것들을 계속해야겠다. 계속 걷자. 계속 읽자. 계속 쓰자. 나가지 않기로 한 날이지만 나갔다 와야겠다. 나간 김에 장도 보고 들어와야겠다.


   연말이면 윤종신의 노래 ‘나이’의 가사가 떠오른다. 조급한 마음은 노랫말에 던져 놓고, 연말이니 뭐니 그냥 내 삶을 살아야겠다. 떠밀리듯, 서두르듯, 이것저것 뒤범벅이 되도 뭐 어때.


ㅡ이렇게 떠밀리듯 가면

언젠가 나이가 멈추는 날

서두르듯 마지막 말 할까봐

이것저것 뒤범벅인 된 채로

사랑해 용서해 내가 잘못했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널 사랑해 날 용서해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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