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함을 수집하는 새해가 되길 바라며
2022년 끝자락에 써두고 묵혀둔 글을 이제야 발행한다. 다시 읽어보니 역시 기록하길 참 잘했다. 글을 씀으로써 내가 얻는 것이 더 많단 걸 느끼며, 2024년 새해엔 다시 부지런히 더 기록해 보아야지 다짐하게 된다.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부정적인 걸 더 많이 기억한단다. 반대로 생각하면 다정한 것들은 쉽게 잊힌단 거.
이 생각이 든 순간부터 내 주위의 다정하고 예쁜 것들을 잘 기억하고 싶어 졌다. 특히 요즘같이 학교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면 이런 다정함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든든해지곤 한다.
선생님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요. 선생님 탓이 아니야.
옆 반 선생님이 언젠가 학교폭력 업무 속에서 힘들어하고 야근을 하게 된 내게 건넨 말이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배민으로 샌드위치랑 음료를 왕창 시켜서 건네고 가셨다. 혼자 다 먹지도 못할 많은 양이었다. 빵이랑 음료를 고르고 주문시켜서 1층까지 가서 받아오셨을 것이 눈에 선했다. 그 봉지를 내 앞에 건네시는데 눈물이 터져버렸다.
사실 우릴 힘들게 하는 건 일이 아니다. 관련된 사람들이 건네는 말들 행동들이 마음을 병들게 한다. 하지만 또 버텨낼 수 있는 건 이런 다정하고 따뜻한 존재들 또한 옆에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누가 뭐래도 우리에겐 최고예요. 그러니 힘내세요.
우리 반에는 선생님에게 쓰는 하교편지함이 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내 표정과 말투로부터 나오는 나의 감정을 빠르게 읽어낸다.
현명한 아내라서 고마워. 힘든 상황에서도 마음을 잘 다스리고 대처할 걸 알기 때문에 참 고마워.
남편은 나와 똑같이 초등학교 교사다. 누구보다 내 상황을 잘 이해하고, 어쩌면 나보다 더 속상하고 마음 아팠을 남편이 해주는 말이라 더욱 소중하다.
나는 아주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도 사진으로 자주자주 찍어둔다. 또는 예쁜 말을 들으면 메모장을 열고 순간을 기록한다. 그런 내 속마음을 들여다보니 이런 예쁜 마음들, 순간들을 잘 기억하고 싶어서였다.
팍팍하고 삭막한 상황 속에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분명히 그 속에서 나를 따뜻하게 감싸는 것들이 있다. 내가 흘려보내고 싶은 것도 이런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것들이다.
그리고 한 번쯤 나의 다정함들에게 이 마음을 꼭 전하고 싶었다. 덕분에 내가 다시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나눌 힘이 생겼다고. 그리고 나도 그들에게, 또 만나게 될 많은 이들에게 말랑말랑하고 따듯한 다정함이 되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