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종합비타민이나 비타민C가 아닙니다.
로사비타가 처음 만들어지고, 아직 판매 전이지만 부모님께 드렸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다는 아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하시던 부모님께, 제품을 보여드리는 것만큼, 성과를 보여드리는 좋은 방법은 없으니까요. 뭐, 물론 출시를 하고 난 후, 매출 성과(?)를 보여드리면 더 좋아하시겠지만. 그래도 일단 제품이 만들어지지 마자 부모님께 보여드렸습니다.
'그동안 먹던 비타민 알약보다 먹기 편하다'
'아빠, 이건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것이고, 주성분은 홍경천추출물이에요. 스트레서 관리하려면, 활력도 있어야 해서, 도움이 되는 비타민 B군이랑, 면역에 도움이 되는 아연이라는 성분을 넣기는 했지만, 이걸 드시더라도, 종합비타민은 계속 드셔야 돼요.'
'그래? 비타민 여러 가지 먹는 건 귀찮은데.'
'참, 로사비타! 제가 만든 건 비타민이 아니라 로사비타이고, 종합비타민이 아니라, 스트레스관리를 위한 영양제예요. 비타민은 비타민 B군만 들어있다니까요. 종합비타민은 계속 드시는 것이 좋아요.'
'아, 그래. 근데 비타민C가 들어있나 보네. 맛이 새콤한데.'
'아이 참, 비타민C는 안 들었다니까요. 주성분은 홍경천추출물이랑 비타민B 그리고 아연이고요.'
모든 아들들이 그러하듯이, 이렇게 아버지와의 대화는 목소리를 높이며 끝났습니다.
생각해 보면, 여든을 훌쩍 넘기신 아버지가 영양제의 성분과 효능을 정확히 이해하시고 복용하시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드리는 영양제들을 매일매일 꼬박꼬박 챙겨 드시기만 해도 감사한 일이죠. 사실 많은 이들은 건강기능식품을 매일매일 챙겨 먹기보다는 생각날 때 한 번씩 먹기도 하니까요. 가끔 집에 가면, 식탁 구석에 있는 유효기간이 지난 영양제를 찾아서, 버리는 것도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친구들 중에도 가끔 '비타민 사업 준비는 잘 돼 가냐?'라고 묻는 녀석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정정해 줍니다. '비타민 사업이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사업, 그리고 내가 만들고 있는 제품은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영양제로 스트레스 관리 성분인 홍경천추출물과 활력을 위한 비타민B와 아연을 배합한 로사비타!'라고 말이죠. 근데 시간이 지나서 다시 만나면 또 물어봅니다. '비타민사업 준비는 잘 돼 가?' ㅎㅎ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에서 비타민은 영양제와 같은 말로 사용되어 왔던 것 같습니다. 어른들이 젊은 시절부터 접한 영양제는 인삼 아니면 종합비타민이었고, 인삼은 비싸니,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편하게 약국에서 구입해서 먹은 영양제가 '종합비타민' 혹은 '비타민C' 였고요. 그러다 보니,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라는 말은 '비타민을 챙겨 먹는다'라는 말과 동의어가 되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마케팅 용어 중에 포지셔닝(positioning)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한국말로 한 단어로 번역하기는 좀 어려워서 대부분 포지셔닝이라는 영어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뜻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징 혹은 쓰임, 또는 선입견(perception, 사실 퍼셉션이란 단어를 선입관으로 번역하는 것도 항상 꺼려집니다. 왠지 우리말 선입견은 나쁜 의미로 받아들여지거든요. 하시만 퍼셉션은 제품에 대하여 고객이 가지고 있는 인상을 의미하는 중립적인 표현입니다.)이 고객의 마음과 머릿속에 자리 잡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예전에 '세븐업'이라는 탄산음료가 있었는데, 그들이 추구했던 포지셔닝은 '콜라가 아니다' 였었다고 합니다. 애플은 아마 '혁신'이겠죠.
첫 제품 로사비타의 마케팅 계획을 하면서, 가장 고민되는 것 중의 하나는 '어떻게 고객들의 마음속에 포지셔닝할 것인가?'입니다. 로사비타의 이름은 '로사빈 + 비타민'을 의미합니다. 로사빈은 홍경천추출물에 들어있는 기능성을 나타내는 핵심 성분의 이름이고, 비타민은 구체적으로는 비타민 B군을 의미하는데, 비타민 B군은 에너지생성, 탄수화물이용, 단백질이용, 에너지 대사 등에 필요한 성분입니다. 즉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개선을 위한 '홍경천추출물, 로사빈'과 스트레스로 인하여 쳐지고 활력이 감소한 몸과 마음에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비타민B군'이 배합되었다는 의미를 가진 이름입니다. 여기에 이름에는 빠져있지만, 면역을 위한 아연을 추가배합했고요. 그래서 제품 패키지에 있는 제품 설명 문구 역시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개선 & 바이탈 케어'로 했고, 승인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로사비타'라는 이름은 발음하기도 쉽고, 외우기 쉬운 이름인데, 이중 로사는 로사빈을 의미하고, 이 로사빈은 홍경천추출물의 핵심기능성분이라는 것을 마케팅 포인트로 잡고, 홍보에 활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점입니다. 사실 저조차도 건강기능식품사업을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논문들을 뒤지기 전에는 홍경천도 로사빈도 몰랐으니까요.
지금도 계속 고민 중입니다. 로사비타의 포지셔닝을 어떻게 할지. 많은 이들이 비타민이라는 용어에 친숙하니, '스트레스 해소 비타민'이라고 할까? 근데 이렇게 하면, 기껏 열심히 논문 검색하여 찾아낸 성분인 홍경천추출물, 그리고 로사빈이 빠진 포지셔닝인데, 그럼 안 되는 것 아닐까? 고객들이 스트레스 관리 기능성분이 비타민인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제품을 개발하며, 반년을 맛테스트에 보낸 이유도 홍경천추출물의 쓴 맛을 잡기 위한 것이었는데, '스트레스 해소 비타민'이라고 하면 홍경천에 미안하잖아. 그럼,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홍경천추출물과 피로로 인해 감소한 활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비타민, 그리고 스트레스로 인해 떨어진 면역력 증강을 위한 아연이 배합된 영양제'라고 할까? 그런데 이렇게 하면 너무 길어져서, 고객들이 기억할 수 없고, 그럼 아예 포지셔닝에 실패하는 것은 아닐까?
아~~~ 어렵네요. 제품을 만들기 전까지는 제품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배합비를 설계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오히려 제품설계하는 것이 쉬웠던 것 같습니다.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