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국 예찬
우리 집에는 전기밥솥이 3개가 있다. 하나는 3인용, 다른 하나는 2인용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1인용이다. 그전에 가지고 있었던 6인용을 아이들이 기숙사로 들어가면서 집을 떠나자 정리를 하고 3인용을 들였는데 간편하고 밥을 잘 지어 만족하고 있었다. 2인용을 보자 디자인이 좋아서 "여분으로 하나 더 갖추어 놓자, 아니면 아이들이 원하면 줘도 좋고"라는 합리화를 한 뒤에 구매를 했다.
2인용 밥솥을 여행 갈 때부터 챙긴 지는 올해 된장을 만든 이후부터였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해서 거의 아침마다 된장국을 끓이고 있는데 딸애가 방학이 되어 집에 오자 된장국을 먹어 보더니 너무 맛있다면서 매번 원해서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커가면서 예전에 먹은 적이 별로 없음에도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아마 내가 느낀 것을 딸아이도 느꼈을 것이다.
뭔가 몸의 세포가 리셋 정리되는 느낌과 먹으면 든든해서 허기가 덜 느껴지고 다이어트에 좋으며 고향에 온 것 같은 소울(soul) 푸드의 느낌이 아닐까!
지난번 여행에 2인용 전기밥솥을 사용했는데 밥이 좀 남아서 남은 밥을 냉장고에 넣고 두 번에 나누어 먹게 되었는데 다른 식사 스케줄로 인해 잔반 처리를 못하고 버리고 돌아온 적이 있다.
그로서리 선반에 놓여 있는 민트 색에 앙징맞게 귀여운 1인용 밥솥을 보았을 때 '그래 남들은 쿠쿠 몇십만 원짜리 밥솥도 사는데 세 개 다 합쳐봐야 10만 원도 안 하니까 그냥 사자' 해서 샀다.
지금 여행 중인데 사용을 해보니 1인용이라 딱 1인용 밥이 만들어지고 밥을 지은 바로 뒤에 물을 넣고 된장국을 끓이니 정말 간편한 집에서 먹는 된장국이 된다.
호텔에서 먹는 집밥의 즐거움은 레스토랑에서 먹는 음식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예전에는 무엇을 싸가지고 다니는 것이 번거롭고 식구들 중 그다지 원하는 사람들도 없어서 나 혼자 먹자고 싸 올 생각을 못하다가 아이들이 없이 남편과 둘이 떠나는 출장 여행에서 나만의 호사를 누리는 것이다.
호텔에서 끓이는 된장국에 들어가는 3 총사
- 조선간장
-마른 야채
-마른 멸치와 표고버섯으로 만든 다시다 가루
- 스프링 믹스는 로컬 그로서리에서 사 온 것으로 시금치는 된장국에 넣고 상추는 고추장에 비벼서
몇 년 전 플로리다 봄 방학에 딸과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겪은 일이 하도 황당해서 여행마다 챙기는 이유인데...
아이들을 챙기는 (샤프롱)의 역할을 하느라 미처 나를 챙기지 못해서 물을 많이 마시지 않았다. 비행기표부터 호텔 예약에 우버까지 동선을 챙기느라 긴장이 되고 샐러드나 요구르트 같은 식단이 아니라 아이들 위주의 아이스크림이나 피자, 아니면 치킨 같은 간편 음식을 먹었던 탓이다.
돌아오는 비행기가 이륙하고 화장실을 갔는데 일을 볼 수가 없어 시간을 끌자 승무원이 노크를 해서 다시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들락날락하기를 몇 번 하다가 다시 일어나 승무원에게 자초 지종을 얘기하니까 승무원 전용 화장실을 내어 주었다.
정말 내 평생 이런 변비를 겪어 본 적이 없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까 여행 중에 화장실을 이용한 기억이 없었다. 세상에~ 이렇게 스트레스에 민감할 수가!!
집에서 3 개월에 거쳐서 손수 만든 조선 된장으로 된장국을 먹어본 결과 맛과 다이어트에 좋은 것은 물론이고 변비에 좋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되었다.
장에는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미생물들이 군집해 살고 있는데 그 수가 백조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 미생물중에 건강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미생물과 나쁜 미생물이 공존해 살고 있는데 된장과 김치, 요구르트등 발효 식품이 장내 유익한 미생물이 좋아하는 먹이라고 한다.
건강과 다이어트 게다가 변비까지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된장국을 먹을 수 있다면 여행 갈 때 가져가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