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로 상처가 패인 나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 속상하다. 근육과 엉켜있는 염증을 떼어내느라 볼이 파여 팔자 주름이 깊게 생겼다. 외부로는 수술 흔적이 없어 천만다행이긴 한데 통증이 사라지고 안도감이 생기니 이렇게 투정을 부린다.
이리저리 팔자 주름과 관련된 검색을 하다가 얼굴 주름과 동안에 대한 피부과, 성형외과의 무수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검색어 때문인지 나의 유튜브 카테고리가 주름과 성형, 피부과 정보로 구성되어 시술 전과 후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는 영상 추천이 가득하다. 몇 개를 시청하고 나니 나의 주름이 더 심각해 보인다.
어릴 적 나는 못난이었다. 좁은 턱과 삐뚤빼뚤한 이빨에 눈도 매우 작았다. 거기다 피부까지 까매서 예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중학교 때는 급격하게 살이 찌는 바람에 이목구비는 파묻혔다. 맞는 옷이 없어 고무줄 트레이닝 복을 많이 입고 다녔고, 선도부가 무서워서 머리는 칼단발 혹은 짧은 커트를 해서 다녔다. 가끔 역도나 투포환 운동선수로 오인받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외모 가꾸기는 포기 상태였다.
내가 다니던 여고에서는 5월 장미축제를 했는데 해마다 우리 학교를 대표하는 예쁜 여학생을 ‘올해의 장미’라는 이름으로 선발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고 황당하기 짝이 없는 행사인데 그게 뭐라고 선망의 대상을 보며 한없는 부러움과 질투를 했다.
대학교에서도 마찬가지. 당시에는 외모가 남달라 사진발이 끝내주는 선남선녀의 졸업 사진을 캠퍼스에 전시했다. 화사한 그들의 사진과 캠퍼스의 잔디가 어찌나 어울리던지 너무 예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넋이 나가 감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했다. 화장이나 패션에 관심은 있었으나 할 줄을 모르니 촌스러웠고 때로는 너무 과한 꾸밈으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기도 했다. 짝사랑 상대에게 잘보이기 위해 한껏 치장 해보았건만 늘 실패를 했었다. 예뻐지고 싶은 청춘은 스스로 외모 비하를 하며 속상한 날들을 꽤나 보냈다.
나의 졸업 사진들을 보면 하나같이 너무 긴장된 얼굴이어서 무서울 정도다. 그래서 나는 교사가 되고 난 후 학교 졸업앨범을 찍는다고 하면 잘 차려입고 표정을 연습한다. 매년 교직원 사진을 촬영하는데 환한 표정으로 찍고 싶다고 말하고 주름은 보정 작업해 달라고 꼭 덧붙인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즐겁고 매혹을 느끼고, 음미하게 된다. 미는 진과 선과 더불어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다.
일부 예술가, 철학자, 수학자들 일부는 비율이나 대칭을 연구하며 이상적인 아름다운 황금비율을 구했다. 이를 통해 균형과 조화가 미라고 정의하기도 했고, 1:1.618이라는 수학적 비율을 제시하며 이를 예술 작품에 적용하기도 했다. 어쩌면 미는 조화와 균형, 완전함(완벽함)에 대한 동경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화장을 하고, 운동으로 몸매를 가꾸고, 맵시 있는 옷을 입으며 나는 아름다워지고 싶었다.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으로, 완벽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나에게 있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 변화가 생기고 있다. 요즘 생명력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그냥 파릇파릇하고 생동감이 넘쳐나는 것을 보면 너무 좋다. 스스로 놀라울 뿐이다.
중년부터 프로필 사진이 꽃이나 나무로 바뀐다더니 나에게 그런 날이 온 것인가?
학교로 돌아오니 우리 학교 학생들이 반가이 맞이해준다. 반갑고 걱정해주는 마음은 잠시,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고 서로 엉켜 싸우고, 남의 일에 상관하다 말다툼을 하는 중딩들을 보며 나는 잔소리를 장착하며 지도에 나서야 했다. 그러나 전에 비해 살살 지도하기로 다짐했다. 체력도 떨어진 이유도 있지만 아이들의 행동이 살아있는 삶의 현장으로 보니 조금 관대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많은 부분, 아이들의 긍정적 에너지와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새롭게 느껴졌다.
며칠 전, 이번 졸업앨범에 들어갈 증명사진을 확인해달라는 메시지를 받고 사진 파일을 열어 보았다. 삐뚤한 이빨을 환희 드러내고 밝게 웃는 내 사진을 보니 안심이 된다. 비록 달덩이처럼 얼굴이 크게 부각되기는 했어도 핑크빛 볼터치로 생동감이 넘치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나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생각을 생애 처음으로 하며 눈옆 주름만 없애달라는 메세지를 보내고 혼자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