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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낀느 Mar 20. 2024

겨울과 봄 사이, 서귀포는 축제 중

   

지난주 나도 드디어 겨울 겉옷을 벗었다. 서귀포가 본격적으로 봄을 맞고, 여기저기서 축제가 시작되었다.  

   

서귀포 봄맞이 축제     


지난 주말 이중섭공원에서는 서귀포 봄맞이 축제가 있었다. 우리도 매년 참여하여 나무도 받고, 몸국(몰망국)과 돼지고기 수육으로 주는 점심을 먹었다. 매년 커다란 나무에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분위기를 돋우는데 올해는 좀 일렀던지 꽃이 덜 피어 아쉬웠다.  


    

     

‘먼 훗날의 서귀포를 나누어 드립니다.’

란 주제로 20종 2500주를 나누어 받는 긴 줄에 이번에는 서지 않고, 밥 받는 줄에만 한 십분 봄볕을 즐기며 섰다. 

“참 좋은 우리 고장이야. 나무도 공짜로 줘, 밥도 공짜로 줘.”     


서홍동 웃물교 벚꽃구경     


내가 사는 동네는 유서 깊은 서홍동인데, 작년에 이곳에도 축제가 생겼다.

서홍동 웃물교 벚꽃구경. 2024년 3월 30일~ 31일.


봄이면 옆 동네 아래쪽 긴 벚꽃길이 아름다워 종종 봄밤에 가족들과 거닐곤 했는데, 이 길에 벚나무를 더 심어 큰 행사를 하기 시작했다. 인파가 몰려들어 오갈 때 차가 다니지 못할 정도라 불편하긴 했지만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다.

아마 우리는 행사 기간을 피해 그 전후로 벚꽃을 즐기러 갈 것이다. 유명해지기 전이 자연스럽게 아름다웠지만.     


집 아래 작년 가을 고깃집이 생겼다. 가장 가까운 밥집이라 남편과 가끔 가는데 아직은 한산한 편이다.

“벚꽃 행사하면 사람들 몰려들어 이제 여기도 대박 나겠네요.”

“그때만 기다리고 있어요.”

주인아줌마가 함박 웃는다.    

      

서귀포시 나무 나누어주기 행사     


2024년 나무 나누어 주기 행사 안내
○ 일시: 2024. 3. 30(토) 오전 09:00 ~ 선착순 소진 시까지
○ 장소: 제주월드컵경기장 광장
○ 수종 및 수량: 총 12,000본
  - 자두나무, 석류, 블루엔젤, 올리브나무, 허브류(2종)   

  

우리가 봄맞이 축제에서 나무를 받지 않은 것은 다른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에서 하는 이 큰 행사에 아침 9시 전에 줄 서서 과수목을 받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가서 기다리다 자두나무와 석류를 받읍시다.”

“그거 어디다 심게?”

나무를 가진 자는 있어도 나무 욕심이 난다.

“주차장 옆 올리브나무와 체리나무 옆에 자리가 좀 남았으니.”

나무 받아다 심을 생각에 절로 신명 나는 봄날이다. 


    

     

우리 뜰도 이제 막 온갖 나무의 꽃들이 시작되고 있다. 밤에 차를 대고, 곁의 체리나무에서 점점 많아지는 꽃을 보면 살짝 황홀한 기분이 든다. 올해로 집 지은 지 8년. 자리를 잡은 나무들은 풍성한 꽃과 열매로 돌려주는 든든한 이웃이다.  


    

서홍동 어느 돌담집 골목, 열매가 커다란 문단과 나무가 휘어질 듯 넘치게 달린 하귤.

      

겨울옷을 벗어던졌더니, 어제오늘은 바람이 다시 시끄러울 정도로 휘휘 몰아쳐서 어젯밤은 다시 두꺼운 옷을 꺼내 입었다. 바람 때문에 오일장에서 사 온 고추 모종 다섯, 올해 우리 고추 농사를 책임질 이 귀여운 녀석들을 아직 텃밭으로 옮기지 못했다.      


바람이 불어도 칼바람이 아니다. 곧 넘치는 햇볕에 꽃들이 만개할 것이니.

봄은 오기 전이 더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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