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프롬스(영어: BBC Proms)는 영국의 대표적인 음악 축제이며, 세계적인 클래식 페스티벌로 유명하다. BBC가 주최를 하고 있다. 2020년 제125 시즌째를 맞는 더 프롬스는 매해 7월 중순에서 9월 중순까지 영국에서 열리는 90여 개 콘서트 시리즈다. 1895년 런던 퀸스 홀에서 첫 시즌을 진행하였으며, 1941년 제47 시즌부터는 로열 알버트 홀로 개최 장소를 변경하였다. 영국인들은 물론 세계 음악 팬들의 사랑을 받는 클래식 음악 축제다. -위키백과
피아노를 친 사람은 안다. 건반에서 힘주기보다 빼기가 얼마나 더 힘이 드는지. 약하게 두드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건반에서 움직이는 손과 팔, 팔목, 그리고 영혼이 일체가 되어 자신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BBC Radio 3에서 어제 런던의 로열알버트 홀에서 공연한 임윤찬의 연주를 들었다. 그의 연주를 들으며 ‘더 부드러워졌구나! ’ 싶어 물컹 감동이 솟았다. 그는 자라고 있다.
https://www.bbc.co.uk/sounds/play/m0021b7h
이전에 그의 연주에서 젊은 힘과 완벽한 악보 읽기, 그리고 사람의 진지함과 솔직함이 감동이었다면, 어제의 연주는 이제 그는 스무 살 젊은이가 좀체 도달하기 힘든 여유를 조금씩 익혀나가나 보다 싶었다. 대체 얼마나 연습해야 저런 경지에 달할 수 있을까. 상상할 수조차 없다.
참으로 인상적인 연주였다. 황제다운 강한 터치의 음에서도 그는 내려치는 게 아니라 음을 쓰다듬고 있었다. 빠른 멜로디를 적확하고 또렷하게 그러면서 부드럽게 음들이 흐르고 있었다. BBC 심포니의 세련되게 어우러진 바탕에서 그의 손이 더욱 살아났다.
2악장에서 그의 서정성은 더욱 드러났다. 나는 그가 악보를 해석하는 독특한 방식에 좀 놀란다. 과하게 자신에 함몰되지도 않고, 냉정하게 음의 강도와 빠르기를 골라 가는 그의 손길에 나도 몰입하게 된다.
“이 정도로 감상을 통제하고 차분하게 친다고? 스무 살이?”
나는 고개를 흔든다. 사람이 존재의 함량 이상을 만들어 내는 것에 존경을 표한다.
연주가 끝난 후 브라보를 외치는 사람들의 함성 속에서 나도 함께 외치고 있었다. 우리는 오늘 또 하나의 황제의 탄생을 보았다.
임윤찬의 해외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페데리코 베니니는 “그는 음악에 전념하는 수도승(Monk)”이라고 표현했다. 그 수도승의 경계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우리는 지켜볼 것이다.
그는 지금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습 중이라 한다. 그가 또 어떻게 바흐의 이 곡을 살려낼지 궁금하다. 이 세상 어딘가에서, 언젠가 그의 이 바흐를 보고 듣겠다는 희망을 품어 보는 특별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