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현타왔다
말레이시아 다음 2번째로 방문한 국가는 중국. 여러 국가를 다니다보니, 국가마다 국민마다 성향이 다른 것을 정말 많이 느낀다. 특히 국민적 특성은 비행기가 착륙할 때 극명하게 느낄 수 있는데, 중국은 착륙하는데 사람들이 80%가 서있었다. 승무원은 앉히려고 했는데 승무원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다들 일어나서 내릴 준비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말그대로 혼돈의 카오스. 20kg짜리 배낭을 메고, 푹푹 찌는 날씨에 세관을 뚫고 가는데 줄도 서지 않고 무질서함 그 자체였다. 새치기에 새치기가 더하여서 여기서 더 지체하다가는 내일 아침이 다 되어서야 공항 게이트를 빠져나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새치기에 절대 질 수 없다! 앞에 사람 뒤에 트레이를 꼭 붙이고 새치기를 요리조리 잘 막아가며 공항 탈출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보준이와 소영이의 트레이는 저 멀리에 뒤쳐져 있었다. 겨우 겨우 빠져나온 소영이가 혼미한 정신을 붙잡고 물었다. "언니 도대체 이 혼돈의 카오스를 어떻게 그렇게 빨리 빠져나간거야?" 그만큼 항저우의 첫인상은 혼돈 그 자체였다.
그래도 뭔가 항저우라고 하면 한 번쯤 들어봤던 도시고, 그만큼 영어도 어느 정도 통할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항저우에서 영어하는 사람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산 넘어 산이라는 말처럼 밤 비행기로 항저우에 도착한 우리는 비행장에서 택시를 탄 그 순간 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일단 택시를 타려다가 우리의 집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승차거부를 당할 뻔했으나, 택시 대기줄 뒤편에 너무 많은 택시들이 서있어서 아저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우리를 태웠다. 어느 빌딩 앞에 내려줬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야 우리 숙소가 있는 빌딩이 나오는지 몰라 새벽 1시 쯤 낯선 빌딩 숲을 방황했다. 새벽이라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없었는데, 경비 아저씨와 비슷해보이는 분께 사진을 보여주며 애처로운 표정으로 바디랭귀지를 통해 도움을 요청했다. 겨우겨우 에어비앤비 키를 받을 수 있는 오피스에 도착했는데, 자다 깬 언니가 부스스 하게 일어나서 우리 것이 결제가 안된 상태라 결제를 해야 돈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분명 아고다에서 다 결제했는데. 근데 이것도 영어로 의사소통 한 것이 아니라 그분이 중국어로 말하면 통역기가 한국어로 번역해서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숙박업체에서도 영어가 안되는 신박한 나라를 다 보았나! 30분의 번역기를 통한 실랑이 끝에, 이미 새벽 2시 경이기 때문에 우선 카드로 1박만 결제하고 내일 이야기 하자는 합의를 보았다. 그렇게 우리는 무사히(?) 숙소로 입성했다.
체력적으로 무리한 탓이었는지, 나는 심한 감기에 걸려서 드러 누워버렸다. 고백친구들은 3대 가무 중 하나인 송성가무쇼를 보러 갔지만 나는 누워서 코를 훌쩍일 따름이었다. 사실 아침에 아픈 몸을 이끌고 중국 감기약을 사러 밖을 나갔는데, 누가 유튜버 꿈나무 아니랄까봐 약국을 찾아 바디랭귀지로 증상을 설명하고 중국 현지의 약을 받아와서 섭취하고 낫는 과정까지 보여주겠다며 카메라를 들고 나갔었다. 물론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그 영상 소스는 아직 내 외장하드에 모셔져 있다. 외장하드를 6TB 사용할 정도로 정말 시시콜콜한 것까지 많이도 찍었었다. 지금은 정보성 위주로 컨텐츠를 제작하고 있지만, 여행 브이로그로 만든다면 또다른 재미가 있는 소스일 것 같아서 찍어두었는데 언젠가는 이 모든 영상소스들이 컨텐츠로 완성될 날이 오길 바란다.
▣ 항저우 추천 맛집
*상호명 : The Grandma's (와이포지아)
*썽으니 한마디 : '와이포지아'라는 말은 '외할머니네'이라는 의미인데, 그만큼 중국 가정식이나 중국인들에게 친근한 중국요리들을 많이 판다. 우리나라로 치면 백종원 선생님이 낸 한식 프랜차이즈 음식점 같은 느낌으로 보여진다. 완전 고급은 아니고 적당히 친숙하게 현지사람들이 자주 즐겨찾는 외식 메뉴인데, 항저우에 본점이 있으며 상해에도 존재한다. 추천 메뉴는 항저우의 대표음식인 거지닭이다. 원래는 황토 거지닭(beggar's chicken)이 정식 명칭인데 이 음식 이름의 유례는 옛 중국의 카더라 썰에서 시작한다. 옛 중국의 한 마을에서 마을 거지들이 인근마을의 닭을 서리하여 털을 뽑고 황토를 발라 땅에 파묻어 두었다고 한다. 때 마침 지나가던 황제가 잘 곳이 없어 노숙을 하게 되었는데, 추위로 인해 바닭에 모닥불을 피웠다. 그런데 갑자기 고소한 닭고기 냄새가 나서 찾아보니 모닥불을 피운 땅 속의 황토에서 나는 냄새였다. 황토속 닭의 맛을 보고 반한 황제가 이 요리를 궁중요리로 먹었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그래서인지 거지닭이 나올 때, 망치로 황토를 깨는 퍼포먼스를 직접한다. 와이포지아에서는 먼저 손님이 둥근 모양의 황토 모형을 치게끔 하고, 다시 가져가서 현대방식으로 조리해서 나온다. 정통 방식으로 하는 음식점들은 진짜 황토 안에 연잎으로 싼 닭을 넣어 조리해서 실제 황토를 깨기도 한다. 이 집은 새우 마늘 당면 요리도 유명한데, 실제로 맛은 그냥 저냥했다. 거지닭은 고기가 부드럽고 확실히 맛있었다. 그리고 이집에서 황소 개구리탕도 시켜먹어보았는데.. 개구리탕 후기는 나중에 유튜브에서! ^^
*상호명 : Dalongyihotpot (훠궈)
*썽으니 한마디 : 요즘 한국에서도 유행하는 마라향이 가득한 매콤한 훠궈가 추천 메뉴인데, 정말 매우니 탕을 반반으로 해서 하나는 마라, 하나는 백탕으로 선택해서 샤브샤브처럼 먹으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영어가 안되고, 영문 메뉴판도 없어서 주문에 꽤나 난항을 겪었다. 심지어는 메뉴판에 사진도 없고 죄다 한문으로만 되어 있어서 대략 난감이었다. 정말 기초 단어라고 생각하는 beef, pig 단어 자체가 안통하고, 중국이라 구글 번역기도 안되고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막아놓은 중국의 인터넷망) 결국 다른 테이블을 돌아다니면서 손님들에게 바디랭귀지로 사진찍어도 되는지 양해를 구하고 (핸드폰을 가리키고 음식 가리키면서 손님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면 찍어도 된다고 끄덕여주신다) 드시고 계신 메뉴 중 맛있어 보이거나 익숙해보이는 메뉴를 찍어서 직원들에게 보여주어 주문을 했다. 거의 런닝맨 미션 뛰는 수준으로 여기 저기 테이블을 뛰면서 돌아다녔던 것 같다. 혹시라도 중국 여행 중에 말이 통하지 않을 때는 이 방법을 사용해보시기를!
개인적으로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없다. 물론 항저우에서의 첫인상은 굉장히 당황스러웠지만, 그리고 영어가 정말 하나도 안 통해서 당황스러움이 극도로 커졌지만 매 순간 마다 친절한 중국인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영어가 통하지 않아도 살아남을 방법은 있다. 이번 고백아시아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 중 하나는 굉장히 친했던 중국인 친구 시카를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사실 상하이라면 가깝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여러 변명을 들어 방문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카는 프랑스 교환학생 시절에 만나게 된 중국인 친구인데, 대학시절에 한국어를 전공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게되자 먼저 다가와주었다. 그리고 서로 연애고민을 나누다가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우리는 아이러닉하게도 항상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교환학생 기간이 끝난 후 거의 7년 간 만나지 못했고 중국이 페이스북을 막아놓아서 자주 연락하지는 못했지만, 멀리 떨어져있어도 통하는 친구! 오랜만에 보아도 어제 본 것 같은 친구이기 때문에 상하이에서의 재회에 대한 설렘은 이루 형용할 수 없었다.
시카에게 맛있는 현지 식당에 데려가달라고 부탁했다. South Shanxxi Road 골목에 있는 중국 가정식 음식점으로 데려가 주었는데, 주인 할머니가 오랫동안 운영하신 맛집 같아 보였다. Maolong이라는 작고 허름한 식당이었는데 사람이 많아서 우리 팀도 거의 한 시간을 대기했다. 고백친구들이 뽑은 9개월 동안 여행다니며 먹은 음식 TOP3 안에 Maolong을 꼽았을 만큼 대기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메뉴는 시카가 알아서 시켜주었는데, 돼지 내장도 비린 맛 없이 깔끔하게 맛있었고 생선조림도 입에 계속 꽂히는 맛이었다. 맛이 한국 음식과 똑같지는 않지만, 향미 측면에서 살짝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우리 입맛에도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주인 할머니가 영어나 중국어(북경어)를 못하시고 상하이 방언만 하시는 듯 보였다. 상하이 여행을 갈 경우 꼭 위의 사진을 찍어가서 사진을 보여주면서 바디랭귀지로 주문하면 된다는 꿀팁을 잊지 마시길!
상하이 와이탄강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뒷편에는 유럽풍 건물 양식으로 고풍스러운 건축미를 보여주는 반면 앞으로는 동방명주를 비롯한 현대식 건물들이 보여주는 빛의 향연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계속 바라보아서 평생 기억하고 싶은 아름다움이었다. 와이탄 강이 보이는 인근 바에 가면 야경을 즐기면서 식사를 하거나 음료를 마실 수도 있다. 와이탄강의 화려한 야경을 보고나니, 다른 여행지의 야경에 극도로 실망하게 된다는 부작용이 있었다. 홍콩에 갔을 때 심포니 오브 라이트라는 홍콩 필수 관광 코스인 야경 레이져쇼를 감상했는데, 야경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레이져쇼라고 말하기에는 그냥 건물 꼭대기에서 하늘로 레이져 몇 줄기를 쏘는 것이 전부였으며, 레이져 쇼라고 칭하기에 너무나 빈약한 수준이었다고 느껴졌다. 아시아에서 지금까지 본 야경 중 가장 아름다웠던 곳 1,2위은 우리나라 한강과 상하이 와이탄강 야경이라고 확신한다.
소제목만 보고 여행지에서 만난 로맨스가 펼쳐질 것이라 기대했다면, 유튜버의 어그로에 걸리셨다(죄송합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슬프게도 로맨스는 아니었지만 남자를 만난 것은 맞다. 그것도 엄청 스위트(SWEET)한 남자! 홍콩에서 나의 목표는 TOP3 딤섬 컨텐츠 만들기였다. 홍콩에 있는 3일의 짧은 시간 동안 디즈니랜드도 가야했고 소호도 가야했고 심포니 오브 라이트(야경)도 봐야했으며 맛집도 가야했다. 단체로 움직이는 시간 외에 개인적으로 여러 맛집을 도장깨기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먹고 이동해서 또 먹고, 배가 안꺼져도 또 먹고 촬영하고 또 이동해서 먹고. 이것이 여행&푸드 크리에이터의 행복한(?!!) 삶이다. 구글맵으로 딤섬맛집을 검색하다가 '딤딤섬 완차이'라는 로컬 스러운 맛집을 찾게 되었다. 과할 정도로 한국 블로그 리뷰가 많이 나와있지는 않았고, 구글 맵 내에 한국인 평가도 적당히 있었는데 다들 극찬을 하였다. "그래 여기로 정했어!" 하고 먼길을 혼자 이동했다.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가지딤섬과, 새우러버의 개인 기호를 반영하여 하가우와 새우쇼마이, 그리고 홍콩 딤섬집에서 꼭 시키는 샤오롱바오까지 총 4판을 시켰다. 혼자 다 먹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려던 찰나 옆에서 어떤 홍콩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한국 사람이예요?"
"??????????????" (뭐지 이 어눌한 한국어는?)
"네 한국 사람이예요! 오.. 한국어 하세요?"
"전 여자친구가 한국인이었어요"
"오... 전여친..."
이렇게 말을 걸어온 남자를 그냥 보내는 건 실례다. "혹시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가 뭐예요?" 라고 물었다. 혹시나 한국인 관광객은 모르는 홍콩인 단골이 추천하는 메뉴가 따로 있을 수 있으니! 유튜브를 위한 정보 수집이랄까...^^ (후훗 자나깨나 유튭각!!!)
"고추딤섬이요" 라고 하면서 본인 앞에 놓여진 메뉴를 보여주었다.
나는 그 순간 굉장한 고민의 늪에 빠졌다. 나는 이미 딤섬 4판을 시켰고 주문이 들어간 상태이다. 여기서 고추딤섬까지 시킨다면 다 못먹을 것이 뻔하다. 그러나 유튜버는 소개하는 음식점의 메뉴를 먹어보고 시청자와 미리 공유하여, 시청자가 실제로 여행을 갔을 때 실패하지 않을 메뉴를 추천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나는 주문해야한다'라는 의식의 흐름으로 넘어가려는 찰나! 그가 내 표정과 생각을 읽었는지, 고추딤섬을 하나 덜어서 나에게 건넸다.
"어머나 쏘 스윗~"
처음 만난 옆 테이블의 누군가에게 음식을 나누어주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음식에 대한 소유욕이 남다르며 식욕이 굉장히 강한 나에게는 더욱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더 고맙게 느껴졌고, 홍콩 여행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고 갔으면 좋겠다는 그의 마음이 전달되었다. 여행이라는 것은 항상 특별한 추억이 아니던가! 그리고 함께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따뜻한 정을 느끼는 시간임을 되새길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에피소드는 홍콩에서만이 아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도시, 많은 국가의 음식점에 갔을 때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음식도 나누어주는 현지인들이 여러 분 계셨다. 인도에서도 태국에서도 홍콩에서도. 그가 건넨 딤섬하나가 나에겐 홍콩의 따뜻함으로 다가왔고, 현지인의 정이라고 느껴졌다.
이 이야기를 고백친구들에게 하자, 연락처 받았냐며 어떤 사람인지 자꾸 캐묻는 것이 아닌가! 엮으려고...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도 같은 궁금증을 갖고 계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는 현실이 아닌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때 더욱 아름다운 기억이기에... 우리는 무난하게 페이스북 친구로만 남았다. 아참! 그리고 이곳의 추천메뉴는 가지딤섬과 고추딤섬이다.
우리의 여행 동선은 몰디브 말레 - 홍콩 - 중국 광저우 - 마카오 - 태국 푸켓 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광저우에서 열심히 마카오 숙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사실 굉장히 여러 도시를 다니다보니 미리 예약하기보다는 전도시나 전전도시에서 다음도시 숙소를 예약하는 형태였다. 마카오의 숙소도 광저우에서 열심히 검색을 했는데 마카오의 숙소는 상상이상으로 비쌌다. 특히 라스베가스 급의 호텔들이 줄지어져 있는 마카오에서 우리 예산 내에 묵을 수 있는 숙소 혹은 예산을 투자해서라도 꼭 묵어야겠다고 가치를 느끼는 숙소는 없었다. 그런데 검색 중 우리 눈에 띄이는 한 단어가 있었다. 바로 '주하이'.
마카오 바로 옆에 중국 주하이라는 도시가 있다. 그리고 마카오 숙소를 검색하면 중국 주하이가 많이 뜬다. 왜냐하면 바로 마카오 타워가 보일 정도로 가깝고 다리 하나만 건너면 바로 마카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색 연관어에 비교적 숙소 가격이 저렴한 중국 주하이가 뜨는 것이다. 물론 우리도 초짜 배낭여행객이 아니기 때문에 비자에 관련해서도 철저하게 검색한 후 중국 주하이에 숙소를 잡았다. 중국 광저우에서 주하이로 기차이동했을 때는 같은 중국 내이기 때문에 비자 문제가 없다. 그러나 중국 주하이에서 마카오로 출국했다가 다시 숙소가 있는 주하이로 돌아오게 되면 우리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중국 비자가 만료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 비자가 하나 더 없으면 주하이로 입국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숙소 예약 전 '중국 비자'에 대해 폭풍 검색을 했다. 다행히 마카오에서 주하이로 입국할 때 주하이에서 72시간 머무를 수 있는 단기 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주하이에 숙소를 잡고 마카오에는 당일치기로 갔다가 저녁 늦게 마카오 출입국 심사대에서 중국 단기 비자를 받고 숙소로 돌아오면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심지어 블로그에 중국 단기 비자를 받을 수 있는 Port Visa 심사대가 23:30분에 닫는다는 것까지 확인하고 우리는 움직였다. 왜냐하면 다음날 아침 비행기를 타고 태국 푸켓으로 떠나야하니까. 비행기 놓치면 끝장이므로 더 철저히 알아보고 일정을 짰다.
중국 주하이에 도착한 날은 6월 30일 오후 3시경. 그것도 광저우에서 기차가 딜레이 되서 바닥에 앉아서 죽치고 앉아서 기차 떠날 시간을 기다렸다. 사실 홍콩/마카오 유심은 구매했는데 중국 유심을 구매하지 못한터라 우리는 4명이서 꼭 붙어다니고 숙소 와이파이를 통해 에어아시아 팀과 연락을 취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여행갈 때 혹은 한국에서 중국, 마카오로 여행갈 때는 해당 유심을 미리 구매해갈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몰디브에서 홍콩으로 입국했고 홍콩 공항에서는 중국 본토까지 가능한 여행자 유심은 없었다. 홍콩에서 광저우 동역까지 기차이동이였기 때문에 기차 이동할 경우 공항처럼 유심을 따로 판매하는 곳이 없었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중국 항저우를 미리 경험해본 이상 절대 영어는 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유심을 판매하는 상점으로 이동, 구매, 설치까지의 모든 과정은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결론내리고 중국에서는 유심 없이 살겠다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긴급히 필요한 경우 한 명만 살려놓았던 한국 통신사 유심을 다시 끼운 후 원데이로밍을 해서 데이터 공유를 하는 방법으로 급한 불을 끄자고 합의했다. 광저우에서 주하이로 향하는 기차가 딜레이되서 원데이 데이터 로밍 찬스를 사용했는데, 데이터 로밍도 한 명만 했기 때문에 화장실가거나 기차 시간을 알아보기 위해서 서로에게서 멀어지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우리는 어린 아이 미아 찾기 방지하듯이 이동할 때마다 "이 자리에서 내가 올 때까지 움직이지 말고 있어야 해"라며 서로에게 당부를 하고 움직였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지 기차가 한 시간 밖에 딜레이 되지 않았다. 우리는 중국어를 알아들을 수 없으니 같은 표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보이는 사람들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며 눈치 게임을 했다. 그렇게 도착한 주하이 기차역. 악몽의 시작은 주하이에 도착한 그 순간부터 제.대.로. 시작되었다. 우선 우리의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잡았다. 중국은 무조건 에어비앤비인데, 중국 숙소 가격이 은근(?) 아니 대놓고 비싸기 때문이다. 동남아에서는 4성급 호텔 정도에 묵었었는데, 그 가격으로 중국에서 호텔은 어림없다. 우리 숙소는 마카오와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되는 곳으로 잡았는데, 주하이 기차역과는 정 반대에 위치해 있어서 택시로 30분 정도 가야 나왔다. 우선 숙소에 가서 짐을 풀고 다시 나와 밥을 먹자고 했는데, 도착한 숙소는 굉장히 고급진 감옥같은 아파트였다. 정말 겉은 너무나 럭셔리하고 지어진지 얼마 안되는 아파트 느낌이었는데, 보안이 너무 심해서 단지 출입문 앞에서 20분 정도 대기를 타며 집주인을 기다렸다. 집주인이 나타났는데, 그 경비실을 거쳐서 단지 안에 들어갔지만 단지를 20분 동안 20kg의 군장(짐)을 지고 걸어들어 간 것 같다. 여기가 거기같고 거기가 여기 같이 비슷하게 생겨서 한 번 길을 잘못들면 영영 숙소에 도달하지 못할 것 같은 미로였다. 마치 기억력 퀴즈같은 느낌을 주었는데 4명이 힘을 합쳐야 풀 수 있는 난제였다. 그리고 기차역에서야 택시가 대기하고 있으니까 잡히겠지만, 과연 태국으로 떠나는 날 이 외진 곳에 있는 숙소 인근을 지나가는 택시가 있을까, 우리가 무사히 중국을 떠날 수 있을까라는 고민까지 삽시간에 몰려 들어왔다. 그러나 그 고민은 마지막 날에 하자.
도착한 숙소는 정말 럭셔리한, 우리나라의 호텔식 아파트 급의 부티나는 아파트였음은 분명하다. 이런 숙소에 오면 빠르게 해야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빨래!!!!!!! 아무리 동남아라도 호텔에서 빨래를 맡기는 것은 비싸기 때문에 주로 laundry를 쳐서 그 동네 빨래방에 맡겼다. kg 당으로 맡기면 5천원 정도면 일주일치 빨래가 해결되었다. 핵이득! 그런데 이렇게 에어비앤비를 하는 국가라면 무조건 빨래는 그 때 그 때 돌리는게 배낭 여행객의 돈 아끼는 비법이다. 에어비앤비를 잡은 중국, 일본, 미국, 호주에서는 공짜니까 정말 열심히 바로 바로 빨래를 돌렸던 것 같다. 아무튼 급하게 빨래를 돌려놓은 후 우리는 식사를 하러 나갔다. 오후 늦은 시간인데 아침, 점심을 다 거른터라 굉장히 배가 고팠다. 우선 돈이 있어야 사먹을 수 있으니 ATM을 찾으러 인근 쇼핑몰 쪽으로 이동했다. ATM을 찾아서 내 시티은행 카드를 넣었는데...넣었는데... 나오라는 돈은 안나오고 카드를 토해내는 것이 아닌가. 광저우에서 아주 조금 남겨두었던 위안화로 아슬아슬하게 택시타서 숙소까지 온 것인데! 그리고 우리가 검색해서 찾아간 ATM이 생판 안가본 은행 ATM이 절대 아니었다. 상하이와 항저우에서 돈을 인출할 때 모든 ATM이 다 되는 것이 아니었고 특정 브랜드 은행들만 된다는 것을 이미 당해봤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어떤 브랜드의 은행들이 VISA와 MASTER카드와 제휴되어 있다는 점을 파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브랜드 은행이 카드를 뱉어냈다. 카드의 문제인가(?) 옆에 분명 VISA MASTER라고 써있는데 왜 안되는 걸까. 너무 급한 나머지 복제당할 것을 각오하고 이 카드 저 카드 다 넣어보기 시작했다. VISA라서 안되는 거면 MASTER는 될까? 씨티은행이 안되는 거면 국민은행카드는 될까? 같은 쇼핑몰에 다른 은행의 ATM기가 2대 정도 더 있어서 거의 한 시간 가량 돌아다니면서 ATM기와 씨름했지만 우리의 배는 고파져만 왔고 돈은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승부수로 주하이 기차역으로 다시 되돌아가기로 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주하이 ATM을 검색하던 도중 블로그에 어떤 한국인이 주하이 기차역 ATM기에서 돈 뽑았다는 한 줄의 희망을 보게 되었다. 그 ATM기가 어떤 것일지는 모르지만, 가서 찾아보자. 택시를 찾아 대로 변에 나왔다. 택시가 번번히 슝 슝 앞을 지나갔다. 보통 중국에서는 어플로 택시를 부르고, 알리페이로 선결제 하는 시스템이라 길에서 택시잡는 사람이 드물다. 겨우 겨우 불쌍한 날개짓으로 잡은 택시를 타고 주하이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곳을 누비며 ATM기를 찾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가 방금 쇼핑몰에서 시도한 ATM기들과 같은 은행의 ATM기였으나, ATM기마다 다를 수 있으니 라는 기대를 가지고!
▣ 중국의 ATM기
왠만한 대도시의 VISA, MASTER와 협약이 체결된 은행이라고 해도 ATM기에 따라 안 뽑힐 수 있다. 그리고 같은 VISA라도 은행에 따라 돈이 안뽑힐 수도 있다. 그래서 씨티, 국민, 하나 등 있는 카드는 각 ATM에 모조리 시도했었다. 유니온 페이는 보통 뽑힌다고 알고 있지만, 중국 은행에서 카드 발급할 때 해주는 유니온 페이는 통하지만, 한국에서 발급한 유니온 페이 카드는 중국 ATM에서 안 될 때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소도시면 소도시일 수록 그냥 안 뽑힌다고 생각하는게 낫고 달러 - 위안화 환전소도 많지 않기 때문에, 중국은 미리 쓸 돈을 환전해오는 것이 최고다.
5군데를 더 돌아다닌 끝에 찾아낸 ATM에서 정말 돈을 충분히 뽑았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ATM일 것이라는 생각에... 그리고 오랜 굶주림 끝에 맛집이고 뭐고 눈에 보이는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사진보면서 대략적으로 시켰다. 우리가 무슨 메뉴를 먹었는지는 알 수 없다. 사진으로 보았을 때 어느 정도 낯익어서 맛있을 가능성이 있을 듯한 로또같은 메뉴 선정 방법!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다음날 일정을 짰다. 다음날 마카오로 아침 8시에 출발해서 마카오 타워 번지점프를 뛰기로 했다. 우리가 엄청 기대하던 액티비티 중 하나였는데, 인당 50만원! 한 번 뛰는데 50만원인 엄청 고가의 액티비티이다. 그러나 인공 건축물(Urban) 번지점프 중에서는 세계 최고로 높은 233M 라고 한다. 배낭여행객도 쓸 때는 쓴다! 내 돈이었으면 그 돈 못썼을 것 같지만, 제공되는 모든 경비를 여행 기간 내에 안쓰면 다시 반납이었으므로 큰 맘 먹고 긁어버렸다.
번지점프를 뛰려고 앉아서 대기하고 있는데, 우리 앞에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뛰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는데, 우리도 그 자리 가니까 바로 뛰어내렸다. 첫번째는 그 자리에서 포기할 경우 돈을 환불해주지 않기 때문에 돈이 아까워서라도 뛰어내리게 된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이며, 두번째는 파이브, 포, 쓰리, 투, 원 이라고 외치며 살포시 미시기 때문에 그대로 낙하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정말 무섭지 않았고, 너무 짧았으며, 돈이 아깝지 않았다. 50만원을 10초만에 순삭할 수 있는 경험이지만, 인생에 한 번쯤 뛰어내린다면 가장 높은 곳에서 해야 의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솔직한 심정은 뛰어내리는 모든 장면들을 영상에 담아준다는 이야기에 고민없이 하기로 결정했던 것 같다. 오늘도 유튭각 OK!^^
사실 비싸서 좀 고민하긴 했지만, 번지점프 대 바로 밑 층에 있는 360cafe 런치뷔페에 가기로 했다. 먹고 있으면 공간이 360도로 돌아가서 식사하면서 마카오 시내의 전경을 구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먹다가 갑자기 위에서 툭 떨어지는 번지점프 고객들 때문에 창문을 바라보고 있다가 기절하게 놀라기도 했다. 맛있는 식사 이후 마카오에서 유명한 로드스토우도 가서 에그타르트를 먹고, 여러 곳을 구경하다가 저녁 6시를 넘겨서 베네시안 호텔 카지노로 향했다. 재미삼아 10달러 정도만 하기로 했는데, 물론 몽땅 날렸다. 저녁 8시 30분 쯤에 이제 우리 주하이로 돌아가자고 이야기하고 자리를 뜨려던 순간! 홍콩에서 먹으려다가 시간이 없어서 못먹은 미쉐린 원스타의 딤섬 맛집 팀호완을 보게 되었다. 당장 달려가서 팀호완 딤섬을 포장한 후에 우리는 자리를 떠서 주하이로 넘어갈 수 있는 출입국 오피스로 출발했다. 9시 30분 쯤 마카오에서 출입국 오피스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주하이 출입국 오피스에 도착했다. 그런데 우리 앞에 펼쳐진 참담한 상황.
중국 비자 발급소가 문이 닫혀있는 것이다.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중국 공안들은 뭐라 뭐라 중국어로 하는데, 중국으로 건너온지라 핸드폰도 안되지 말도 안통하지. 그 와중에 우리의 처량한 모습을 본 한 학생이 다가오더니 한국어를 건네는 것이 아닌가! 중국 유학생이었다. 통역에 의하면 비자 발급소는 저녁 6시에 문을 닫고 다음날 아침 8시에 문을 열기 때문에 아침까지 기다려야 중국 입국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 말을 들은 후 공안들에 의해 버스를 강제로 다시 타고 거의 멘탈 붕괴 상태로 마카오로 추방당했다. 아니 내일 아침 10시에 마카오에서 푸켓으로 떠나는 비행기인데, 국제선이라 1시간 반 전에는 도착해야하고 주하이에서 짐을 챙겨서 마카오로 다시 건너와서 비행기를 타려면 아침 7시에는 주하이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그리고 짐을 싸둔 것이 아니어서 짐도 싸야하고 근데 내일 아침 8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면 우리는 100% 비행기를 놓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우리가 전에 검색했을 때는 더 늦은 시간까지 Port Visa가 열려있다고 블로그에 써있었는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같은 이야기인가. 우리는 마카오로 쫓겨나자마자 다시 인터넷이 되었기 때문에 폭풍검색을 시작했다. Visa Port 마감 시간 11:30분이라고 적혀있는 글을 찾았다. 마카오에서 주하이로 넘어가는 Port Visa가 여러개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넘어갔던 Port Visa는 일찍 닫는 오피스였고, 우리가 있는 위치부터 마카오를 가로질러 반대편에 11:30분 마감 Port Visa가 존재하는 것이었다. 우선 택시를 탔다. 그 때 시간은 10:20분 정도. 마카오를 가로질러 가는데 대략 40분. 도착해도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Port Visa위치를 찾아서 사무실까지 11:30 안에 들어가야 했으므로 가능할지 여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방법이 없었기에 "최대한 빨리 가주세요"를 번역기로 돌리고 바디랭귀지로 표현하고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택시 아저씨에게 우리의 다급함을 전달했다. 그리고 보준이는 앞에서 블로그를 찾아보더니 우리에게 마인드 트레이닝을 시켰다. 그 곳은 버스가 아닌 육로로 걸어서 주하이로 들어가는 Port Visa이기 때문에 마카오 쪽에서 출입국 수속을 마치자마자 중국 쪽으로 직진해서 뛰어간 다음, 오른 편을 돌아보면 Port Visa라고 이렇게 생긴 간판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는 그 길을 블로그를 보여주면서 교육시켜주었다. 처음 가보는 길이기 때문에 못찾거나 길을 잘못들면 끝장이다. 되돌아올 시간도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한번!
그런데 이 순간에 나는 카메라를 켰다. 이런 순간이 유튭각이지...
자나깨나 유튜버 정신. 아직 새싹 유튜버이긴 하지만 뇌구조에는 컨텐츠에 대한 생각이 90%인 것 같다.
내가 이 상황을 중계하는 방송을 찍고 있으니까 치우는 "누나... 지금 이 상황을 뭔가 즐기는 것 같다?"라며 정곡을 콕 찔렀다. 사실 찔리긴 했지만 "다 이런게 추억인거야~"하면서 아랑곳하지 않고 컨텐츠를 뽑아내기 위한 촬영에 임했다. (내가 봐도 내가 무섭다.)
드디어 마카오 쪽 출입국 오피스에 도착했다. 우리는 젖먹던 힘들 다해 뛰기 시작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게 왠일! 줄 서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이것을 다 기다려서 들어가면 1시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우선 줄을 스긴 섰는데, 착잡한 심정이 몰려들어왔다. 이 때 소영이가 갑자기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저희가 중국 입국 비자를 받아야하는데, 사무소가 거의 닫을 시간이어서 혹시 자리를 양보해주실 수 있나요? 죄송합니다.'를 구글 번역기를 통해 중국어로 번역해서 앞사람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번역기라 그런지 제대로 번역이 안된 모양이었다. 앞 사람은 읽어보더니 갸우뚱했다. 그리고 나온 단어 단어로 우리의 말을 추리를 하시는 것 처럼 보였다. 우리는 다함께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비자 비자", "체인지"라고 외치며 손으로 자리를 바꿔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는 대략적인 문맥의 의미와 우리의 짧은 영어를 듣더니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선뜻 자리를 바꿔주었다. 그리고 다시 앞 사람에게 동일하게 번역기를 보여주면서 "비자 비자", "체인지"를 외쳤다. 그 분은 못 알아들으셨는데, 우리에게 자리를 비켜줬던 분이 앞에 있는 중국인에게 우리의 상황을 중국어로 설명해주었다. 뒷 분이 앞 분에게, 또 뒷 분이 앞 분에게 중국어로 우리의 상황을 전달 전달해주셔서 무사히 제일 앞으로 가서 출국 심사를 받을 수 있었다. 한 사람씩 통과되자마자 고백아시아 여행 일정 중 가장 죽을 힘을 다해서 뛰었던 것 같다. 다행히 마지막으로 마카오 출국 수속을 마친 나고 엄청 열심히 뛰어서 Port Visa를 발견하여 뛰어올라갔다. 시간은 11:15분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어떤 한국인 사업가 아저씨가 지금 제출하면 해준다고 안심하라고 말씀해주셔서 안도의 숨과 함께 비자를 받아서 중국 주하이로 입국할 수 있었다. 위기의 상황에서 도움과 배려를 주신 중국 분들에게 정말 감사했다.
우리가 건너온 Port Visa는 주하이 기차역 옆이었다. 다시 40분을 택시를 타고 이동해서 숙소에 무사 귀환했다. 자정이 넘은 12시 30분 경에 집에 도착한 우리가 제일 먼저한 일은? 마카오 번지점프 영상 확인하기. 멘탈 붕괴했던 지난 4시간의 기억은 재빠르게 뒤로한 채 번지점프 영상에서 바람에 일그러진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누가 제일 못생겼나를 겨루었다. 내 얼굴이 제일 웃기기 때문에 평생 우울할 때마다 보고 싶다며 영상 파일을 공유하라고 난리를 피웠다. 이 영상은 공개하면 나 결혼 못한다고 우겨댔지만, 역시 유튜브 각을 위해 마카오 번지점프 편에 풀버전을 공개했다. 역시 유튜버는 본인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나는 팀호완에서 사온 딤섬이 있었는데, 이거 먹방을 찍고 자야지 안 그러면 먹을 수 있는 시간이나 공간이나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열심히 뛰고 피곤해도 새싹 유튜버는 성실히 일해야 한다. 새벽 2시까지 카메라를 켜놓고 팀호완 먹방을 찍은 후에야 짐 싸기를 시작하고 새벽 3시 반에야 취침할 수 있었다. 이렇게 중국에서 추방된 주하이의 악몽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