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쓰러움과 사랑은 구분 할 수가 없어서

by Bee

신림동의 작은 원룸. 그 주변에는 서울대를 가는 버스가 있었다. 고시촌 근변에는 합격이라고 적힌 현수막들로 건물을 장식했고 1층부터 7층까지 학원뿐인 고시시험에 전념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는 거기서 고시 공부를 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곳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동네의 공기를 기억한다. 3평 남짓했던 공간에 고향에서 같이 올라온 친구와 살던 그 방은 둘이 바닥에 누우면 더도말도 덜도 말고 딱 알 맞았다. 한 날은 일을 끝나고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엉엉 울었다. 깨워서 미안한데 같이 일하는 사장님이 너무 힘들게 한다고 원래 사회가 이런 걸까 아니면 우리가 굳이 이 힘든 길을 선택한 걸까 됐고 너무 서러웠다고. 한 날은 책상에 올려져 있던 캘린더 아래에 친구가 적어놓은 글을 봤다. OO아, 이 3평 남짓한 좁아터진 방에서 내가 어딜 가겠니? 나는 항상 너 곁에 있어! 거짓 7년이 지난 지금도 이걸 기억하는 걸 보면 그때 그 친구는 내게 너무 좋은 사람이었나 보다. 그렇지만 나는 그 친구를 성숙하게 만들 수밖에 없던 환경을 그 친구를 대신해 침을 뱉어버리고 싶었다. 너무 가까워지면 누군가의 일이 내 일같이 화가 나고, 안쓰러운 마음은 사랑의 형태를 띤다. 나는 누군가를 정말 사랑하면 이게 사랑인 건지 안쓰러운 건지 헷갈리다가 또 이걸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했다. 기억이라는 건 참 지독하게도 오래가서 비슷한 장면을 보면 떠오르게 되기 십상이다. 징그럽게도 힘든 시기가 지나가고 나는 그때 들은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없었지만 1년, 2년 그러다 6년이 지난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그 노래들을 듣는다. 참 다행인 일이지 시간으로써 회복할 수 있다는 게. 하지만 여전히 그러다가도 가끔, 아주 가끔 그 신림동의 거리 같은 장면을 영화에서 볼 때 어쩌다 그 친구와 지낸 시간들이 떠오르게 될 때면 마음이 쿡 찔리는 느낌이 든다. 네가 잘 살고 있어 보여서 그게 큰 안심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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