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자국에 눈물짓는 어른이입니다
평소 물러 터진 성격과는 다르게 의도적인 절교가 몇 번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 이란 마음으로 사람을 끊어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 그녀들..
첫 번째는 10대때 였다
동네에서 3인방으로 제일 친했던 친구.
어릴 때 내성적인 나와는 다르게 남자아이들과 잘 어울리며 활달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방과 후 남학생들과 사소한 말싸움을 하고 가방을 던지며 쫓아가던 것이 일상인 아이)
그녀는 가끔 3인방 안에서도 트러블을 일으키곤 했는데
그날도 일상인 듯, 투닥거리며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블라블라... 죽은 너네 아빠.. 블라블라"
“넌 아빠 없으니까 저리가”
'아'단어만 들어도 글썽거리던
2년 차 아빠의 부재 시절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짓궂고 지독하게 놀렸던 거 같다
평소 캐릭터처럼 철없는 아이가 하는 말이다 넘어가기엔 철없는 나 역시 마음의 상처가 컸다.
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울었던 거 같다
움추린 나를 보고, 엄마도 눈믈을 보이셨다
자식들 앞에선 일부러 더 크게 웃던 엄마였는데..
엄마는 내 등을 쓰담 쓰담하며
"진짜 친구가 아니네.."라며 맞춤형 위로를 해주셨다
성인이 된 지금도 선명한 그때 엄마의 얼굴..
나의 유년시절 가장 아픈 기억 중 하나다
이후, 그녀의 존재를 지우고 살았다
(여전히 같은 동네, 중학생 날라리가 된 그녀를 보며 더 멀어진 것도 있다.. )
그런데 몇 년 전,
동네 취미반 수영교실에서 우연히 그녀를 마주치게 되었다
너무 오래돼서 우리가 왜 멀어졌는지, 상황을 모르는듯한 그녀 얼굴..
그 순간 10대로 돌아간 듯했다. 수많은 사건과 기억들이 꼬여서 멀미가 났다.
나는 여전히 마주 보며 인사할 수 없었다.
처음엔 나를 의식하는 듯했지만 끝까지 서로 모른척했다
그 좁은 수영장 트랙을 돌며.. 모양새가 우스웠다..
불편한 기색을 지우려 한 시간 동안 숨이 차도록 열심히 수영했다.
그녀는 나에게 여전히 상처였다
오랜 시간 동안 옅어지긴 했어도 자국이 남은 흉터와도 같았다
지금 나는 이사 했지만 예전 동네를 다니다보면
임신한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고 들었다
지금은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을까?
엄마로서는 좋은 사람이길..
앞으로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여전히 나는 그녀를 모른 척할 거다
흐릿해지긴 했지만 흉터는 남아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