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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라블라 김작가 Jul 07. 2020

나의 소울메이트

J의 컴백을 기대하며

개성 강한 디자인과 학생들

학교에서 재수생 중 유일한 생존자였던 나,

그리고 3살 많은 편입생 J.

한두 살 어린 동기들 사이에서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었던 나에겐 활력소와도 같은 존재였다.


서로 의지한 체 겨우 졸업을 하고,

찬란한 20대를 함께하면서 추억이 방울방울이라고 하던가...

J와는 유독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존재이다.

 

그러다 J는 서른이 되었고,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하면서 점점 만나는 횟수가 줄었다

신혼집이 멀어지면서 자주 볼 수 없게 되었고,

아이가 생기고 (5분의 통화도 어린 아들은 허락하지 않았다) 뜸하게 연락조차 할 수 없게 된.. J

"예전에 친했던 여자 친구"의 표본이었다.

 

그래도 나는.. 항상 영혼의 단짝으로 J를 꼽았다





얼마 전, 4년 만에 J의 전화를 받았다.

우린 아무 말 없이 웃었다.

역시 말이 필요 없는 나의 소울메이트


한참을 웃다가 정신 차려보니 약속을 잡게 되었다.

그런데 날짜가 다가올수록 걱정과 불안감이 생겼다

취소하는 건 아닐까. 담에 보자고 하면 어쩌지?..

(웃긴 건.. J도 이런 걱정을 했다고 한다)


우린 4년 만에 만났다.

그 사이 회춘하며(?) 예뻐진 J를 보며, 요즘은 편안하구나 안심이 됐다.

나 역시 요즘 편하냐며, 살이 왜 이렇게 쪘냐고 했다

(그래, 이래저래 서로 편하게 잘 지냈다니 다행이구만)


카페에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하는데

"나 너무 재밌는데 눈물이 난다"며 눈물을 훔치는 J

"언니 갱년기 올 때 돼서 그래." 라며 받아쳤지만

사실 나도 갑자기 오열할 거 같았다.


21살&23살 늦깎이 대학생으로 돌아간 그때의 우리

(옆에 J의 9살 아들이 같이 왔지만, 뭔가 익숙한 느낌, 너무 닮았잖아!!!)





아이가 크니까 다시 디자인 쪽 업무를 하고 싶다던 J의 고민 얘기

퇴근했지만 대표님 카톡으로 시달리며 기분 상하던 나를 보며

그래도 디자인을 끝까지 하고 있어 기쁘다며 기특해했다


디자인 팀장이 된 기분을 묻는 J의 질문에 아무 대답 없이 웃었다

사실 개성 있고, 재능 있던 J는 회사 운이 없어 5년 동안 고생만 하다 디자인업을 접었다.

그때 아쉬워하던 모습과 지친 J를 어제 일처럼 기억하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었다.


많은 수다 중에 디자이너로의 컴백을 하고 싶다던

조심스레 꺼낸 J의 말이 좋았다

친한 동기 중에는 현재 나만 디자인을 업으로 하고 있다

재능 3%, 학습+노력 97%의 시간 15년,

현역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


어서 멋진 J가 디자이너로 돌아와서

같이 협업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2020년 즐거운 여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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