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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라블라 김작가 Jun 23. 2020

보잘것없는 위로

A에게 바치는 글

얼마 전 지인의 강아지(A로 칭한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15살, 몰티즈, 노견으로 혈액 관련 지병을 앓고 있었건 터였다.

나름 호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주인은 5년만 더 살자며 매일 기도했다


하늘이 흐리던 어느 날

"너네 집 강아지 관절이 안 좋으니 매트 가져다줄게, 쓸래?"

무슨 소리인지 순간 멍해졌다.

정말 순수하게 매트를 준다고 믿고 싶었다.

지난주에 나랑  A랑 산책 갔었잖아..


A의 마지막 일주일 전,

우리는 함께 카페에 가고 가벼운 산책을 했다

2~3년 전만 해도 하얗고 동글동글 동안의 미모를 자랑하던 A

오랜만에 본 A는 기력은 쇠하고, 눈도 하얗게 변했지만

여전히 사람이 좋아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주인의 품에서 내려오진 못해도 여전히 눈은 빛났던 A

그런데 갑자기 무지개다리를 건너다니..


A와 15년을 함께한 그녀와는 통화할 용기가 없어

떨리는 손으로 위로의 카톡을 보냈다

여전히 나는 위로에 약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마음을 전하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적어 보냈다


새벽, 그녀의 출근시간 전에 마지막을 함께 했다는 얘기에

나는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도망치듯 화장실로 갔다

소리 없는 울음이 터졌다


그녀의 20대와 30대를 함께 한 작고 소중한 A

나보다 수천 배는 힘들었을 그녀가 모든 슬픔을 토해내고,

담담하게 A의 짐과 매트를 정리하며 보냈을 카톡 하나

보내기 싫은 이별이지만, 초연하게 대처하는 듯했다.


항상 아기 같던 A

이제는 산소호흡기 없는 곳에서 좋아하는 산책도 많이 하길..

A의 작고 동글동글한 유골 보석은

여전히 귀엽고 예쁜 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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