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s Gute!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by 강채리

그녀를 만난 건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서 비엔나로 가는 기차에서였다.


마치 서울역으로 가는 기차마냥 다양한 사람들로 기차 안은 무척 붐볐다.

나는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의자에서는 재떨이 비슷한 냄새가 난다.

찾아 앉은 이 자리가 역방향인 것 같아서 나는 출발 전부터 멀미의 긴장 속이었다.


파란 눈의 여자가 나를 향해 뭐라뭐라 말한다.

못 알아듣는 독일어지만 상황상 빈 자리냐 묻는 것 같길래 웃으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녀는 보기에도 버거운 짐 세덩이를 짐칸에 두더니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군살이라고는 없어보이는, 탄탄하면서도 마른 체형에 파랗다 못해 하늘 빛을 품은 눈을 가졌다.


우리는 각자 이어폰을 끼고 시선은 창밖에 고정해둔 채 비엔나로 흘러가는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랜덤재생으로 틀어둔 노래에서 내가 좋아하는 독일어 노래인 alles gute가 흘러 나올 때, 나는 지금이 아주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저기... 혹시 영어 하니?"

"응!"

"내가 좋아하는 독일어 노래가 있는데 무슨 내용의 가사인지 알고 싶어. 괜찮다면 들어보고 알려줄 수 있어?"


그녀는 본인도 독일어를 썩 잘하지 못하지만 한번 해보자고 했다.


"아! 미안. 어느 나라 사람이니?"

"나는 슬로바키아 사람이야. 그렇지만 한번 해보자.노래 들려줘."


그녀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3분 동안 듣기 평가 시험을 보는 사람마냥 아주 진지한 눈빛으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굳은 채 가사에만 집중했다.


"친구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내용인 것 같아. 다 잘 될 거라고."


우리는 비엔나에 도착할 때까지 한 시간쯤 대화를 나누었다.

화학을 전공한 그녀는 매일을 연구소에서 시간을 보내며 사람들과의 관계에 치이고 스트레스가 심해져 건강도 안 좋아졌다고 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의 한 호수를 품은 산으로 가서 3개월을 보냈다고 했다.


"정말 멋진 경험이었어. 너도 꼭 가보길 바라."


나는 한국의 직장인은 휴가를 길게 쓸 수 없으므로 언젠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가보겠다고 말하면서도 그럴 일이 없을 거라고 마음 속으로 장담했다. 공무원이 된 지 이제 막 1년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기차가 비엔나 중앙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기차 문이 열리길 기다리며 줄을 서있다.


"근데 우리 서로 이름도 모르네. 이름이 뭐야?"

나는 어쩐지 그녀의 이름이라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게! 난 수산나야."

"나는 채리. 한국이름이야."


수산나는 기차에서 내려 내가 갈아탈 부다페스트행 기차를 찾는 걸 도와주었다.


"고마워. 슬로바키아 집까지 안전하게 가길 바라."

"너도 즐거운 여행 해. 한 번 안을까?"


그녀는 몸에 족히 60키로쯤 되는 양의 짐덩이들을 매달고 나에게 팔을 벌렸다.

우리는 가볍게 안았고 나는 이곳에 와서 두 번째로 이 말을 뱉었다.


"Alles gute!"




나는 지금도 Alles gute라는 제목을 가진 그 독일 노래를 좋아한다. 그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날의 기차가 그리고 수산나가 생각난다.

이렇게 여운이 짙게 남을 인연일 줄 알았더라면 나는 그녀에게 이메일 주소라도 물을 걸 그랬다.


나는 지금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파나마에 살고 있다고... 언젠가 또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때 이곳으로 한 번 오지 않겠냐고... 슬로바키아에 사는 수산나에게 편지를 부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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