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산블라스>
파나마 시티에서 차로 두어 시간 달리면 '산블라스'라는 지역이 있다.
이 지역엔 350개 이상의 작디작은 섬들이 있고, 그중 커뮤니티가 형성된 섬은 고작 50여 개다.
핫 샤워도 통신도 에어컨도 닿지 않는,
일상을 벗어나 사색하기엔 그만인 곳.
잔잔한 파도 소리와 습기를 머금은 바람 소리,
섬 아이들의 웃음소리로만 채워진 곳.
그리고 어쩐지 (임신이고 나발이고) 취해버리고 싶어 지는 곳.
누구나 이 곳을 좋아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바다 위에 어딘가 허술하게 지어진 오두막엔 장수하늘소만 한 바퀴벌레들이 나오고
운이 좋다면(?) 바퀴벌레가 내 살을 야금야금 뜯어먹는 쉽지 않은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도마뱀이 있으면 다른 벌레가 없다고 하던데.. 희한하게 도마뱀도 나온다.
싸구려 매트리스는 한 번 들어간 자리는 올라오질 않는 것인지,
자다 보면 몸이 엉덩이를 기점으로 접혀있다.
카리브해의 작은 섬엔 이른 아침부터 많은 비가 내렸다.
오두막 밑을 철썩철썩 때리고 지나는 파도가
침대에 누워있는 내 엉덩이에 고스란히 느껴지더니,
곧이어 폭풍우가 쏟아졌다.
새벽부터 비가 내리는 카리브의 작디작은 섬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두막의 처마 밑에 앉아 섬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뿐.
나는 멍하니 아이들을 바라봤다.
'쟤들 참 행복해 보인다'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