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 문은 스스로 열린다

Netflix Original Series <스위트홈(2020)>

by 강다정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작 웹툰 <스위트홈>을 다루지 않습니다.

*대사는 모두 넷플릭스 한국어 자막에서 인용하였습니다(구두점과 띄어쓰기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어감에 따라 수정한 부분이 있습니다).





1. 문은 스스로 열린다.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부터 비극이 시작된다. 이것은 비유가 아니다. 더욱 기이한 점은 대부분의 문이 강제가 아닌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 스스로 열린다는 점이다. 자신의 방/집에만 머물던 현수(송강)는 그린홈에 이사 온 후 일주일 동안 세 번 집을 나선다. 첫 번째는 옥상에 가서 자살 시도를 하기 위해, 두 번째는 집 앞에 있는 택배를 찾으러 나갔다가 옆집 여자(박아인)의 수상한 행동을 보고 동태를 살피기 위해, 그리고 마침내 식량을 찾으러 나간 아빠가 죽고 아래층에 남겨진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현수가 세 번째로 문을 나설 때 우리는 직감할 수 있다. 그가 그린홈 1410호에 오랫동안, 혹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것을.


비록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몸이지만 자신이 만든 엽총을 쏴서 눈알괴물로부터 아이들을 구한 두식(김상호)은 현수에게 '결심이 서면 찾아오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결심이 선 현수는 집을 나선다. 이것이 현수가 연 첫 번째 문이다. 그리고 그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된다. 집을 나서기 전에 현수는 이미 2주 뒤인 8월 29일에 자살하기로 다짐했을뿐더러, 자신의 괴물화가 시작된 것을 눈으로 확인한 상태였기에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수의 괴물화가 심화되는 시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을 구출하여 14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를 때다.


여기서 우리는 현수의 욕망에 관해 물어야 한다. 현수는 왜 괴물이 되었는가. 왜 괴물이 되려고 하는가. 아직은 답을 내릴 수 없다. 현실에서의 그는 지금 아이들을 구하고 있지만, 환각에서의 그는 사고로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와 따돌림당하던 과거에 시달리며 '다 죽어라'라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한 사랑은 없나니

너희가 주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주의 친구라, 아멘.



재헌(김남희)의 기도에 따르면 현수는 현재 자신이 의식하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친구(아이들)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주의 친구'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수는 재헌의 기도를 듣지 못했기에 자신을 괴물(화가 진행 중인 사람)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고, 그래서 그는 그저 괴물과 인간 사이를 오가는 희미한 존재가 된다.



2. 골든타임, 메인과 서브


스스로 괴물-인간(혹은 인간-괴물)이 되었기 때문에 현수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1층에 모인 주민들의 투표 결과(8 대 8, 무효표 1장)에 따라 게임장에 갇혀 살게 된다. 그리고 은혁(이도현)을 비롯한 다른 주민들을 위해 괴물들이 있는 위층에서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는 심부름을 한다. 은혁은 괴물화가 진행되며 뛰어난 재생·회복 능력을 갖게 되는 보름간의 기간, 이른바 '골든타임'을 철저히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라며 명분을 내걸지만 실제로 그가 현재 가장 우선시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동생인 은유(고민시)의 안전이다.


은혁의 속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은 민주(박진수)와 수웅(안동구)의 죽음일 것이다. 은혁이 은유를 1층으로 내려오게 하기 위해 방송을 하는 동안 셔터를 올린 진옥(김희정)은 달려오는 딸 민주를 구하기 위해 뛰쳐나가려 한다. 하지만 주민들의 만류로 인해 진옥 대신 수웅이 셔터 밖으로 나가게 되고, 결국 민주와 수웅 모두 흡혈괴물(한성수, 이창준)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물론 둘의 죽음이 은혁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흡혈괴물의 촉수가 마치 가리키듯 그의 안경을 스칠 때, 진옥이 '너 때문에 죽었다'며 그에게 울부짖을 때, 우리는 은혁 때문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어진다. 그리하여 은혁은 자신의 작전 원칙을 메인(한두식 구출)과 서브(아이들 구출)로 재편성한다. 구해야 할 것이 많아졌으나 다 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시작되는 그의 방송은 확실히 위선적으로 들린다.



우리는 절망 속에 서 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 건지, 세상이 어떻게 되는 건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 그래도 반드시 끝은 있습니다. 그 마지막까지 우리는 견디고 버틸 겁니다. 우리는 살아남을 겁니다.



그럼에도 은혁이 완전한 거짓말쟁이, 위선자가 아닌 이유는 '우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명확히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은혁 자신도 모를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그의 태도를 비난하기보다는 그가 내릴 결론을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한다.



3. 나는 깜깜한 게 무섭지 않아요.


진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처음 그녀가 '노블레스 오블리주' 운운하며 경비(신문성)에게 썩은 생선을 내밀며 등장할 때, 우리는 그녀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거나 그녀를 용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옥이 영수(최고)의 몸을 물수건으로 닦다가 눈물을 흘리며 수영(허율)과 영수를 두 팔로 껴안을 때, 나는 그녀의 속죄가 그 아이들의 생과 더불어 지속될 것임을 깨달았다. 또한 진옥을 판단하거나 용서할 권리가 나에게 있지 않다는 것도.


한편 전력이 끊겨 식수 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주민들은 동요하기 시작하고, 홀로 전력 스위치가 있는 지하실로 향한 현수는 거미괴물(김설진, 곽진석)에게 잡혀 위험한 상황에 놓인다. 은혁, 상욱(이진욱), 지수(박규영), 재헌에 의해 구출되어 돌아온 그에게 지은(정하담)은 '더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비로소 현수는 '이제 네가 선택하라'는 은혁의 말을 따라 게임장 문을 스스로 여닫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현수가 연 두 번째 문이다.



4. 스위트홈 생존수칙


버려진 기타를 주워 치던 지수는 '줄이 네 개뿐'이라 손 가는 대로 쳤다며, 그래서 연주가 단조롭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지수가 치는 베이스 기타는 원래 네 줄이기에 이 곡은 완전하며, 그렇기 때문에 현수에 의해 '스위트홈'이라는 제목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본래 자살을 계획했던 8월 25일, 현수가 죽는 대신 살기 위해, 그리고 충수염에 걸려 수술을 받아야 하는 지수를 살리기 위해 밖으로 나섰기 때문에 지수는 살 수 있었다. 은혁에 따르면 '작전(메인:지수, 서브:식량)'은 실패했지만, 지수는 돌잡이 때 실을 잡았다는 거짓말과 더불어 본인의 의지로 살아남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지수는 수술에서 살아남고도 재헌의 죽음으로 인해 정신을 놓아버릴 위기에 처한다. 이때 은유가 지수에게 건네는 말들은 사실 위로라기보다는 함께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세운 원칙처럼 들린다. 은유에 따르면 스위트홈 생존수칙은 다음과 같다.

(1) 살아남는다(가능한 한 같이).

(2) 남을 탓하지 않는다.

(3) 자신을 탓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은혁은 경비괴물과 함께 죽기를 택한 재헌에게 화염병을 던지고도 자신을 탓하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부러진 안경을 고쳐주겠다는 두식에게 '이게 더 좋다'며, 은유가 감아준 밴드를 그대로 두는 은혁은 편안해 보여서 오히려 불안하다. 그는 어쩌면 결론을 내린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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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리하여 문(들)은 스스로 열려야 한다.


은혁의 괴물화가 진행된 시점은 언제인가. 괴물화 명단에서 그의 이름은 현수, 석현(우현), 윤재(고건한), 선영(김현), 두식 다음에 마지막으로 쓰였지만, 명단을 작성한 것이 은혁이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 순서는 사실이 아닐 수 있다. 물론 섣부른 추측이지만, 범죄자 무리인 중섭(허준석) 일당이 그린홈을 점령했을 때 은혁이 현수에게 하는 말("우리에게 무기가 너뿐인 건 아니니까.")은 때가 때이니만큼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우리는 이미 '누구보다 오래 살겠다'고 말하던 길섭(김갑수)과 자신의 '안락한 노후를 위해' 총알 한 발을 남겨두겠다던 두식마저도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괴물이 될뻔한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사람을 해치지 않는, 나아가 사람을 지키려 하는 괴물은 있는가?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는가? 중섭 일당 중 하나인 의명(김성철)은 안정화된 괴물인 자신을 늑대, 괴물화가 진행되지 않은 인간을 토끼에 비유하며 그 둘은 같은 편이 아니라고 말한다. 의명의 말에 동요하던 현수는 괴물화가 완전히 진행되어 폭주하다가 자신을 끌어안고 '괜찮다'며,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두식에 의해 기억을 잃고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마침내 인간으로서 죽은 길섭과 두식 덕분에 생존자들은 연결통로를 찾아 탈출하기 시작하고, 현수는 군인들의 총성과 눈이 빗발치는 밖으로 향한다. 이것이 현수가 연 마지막, 세 번째 문이다. 현수의 기억은 돌아왔는가, 돌아오지 않았는가. 아무래도 상관없다. 눈이 모든 것을 덮어줄 테니. 과거마저도.


이제야 우리는 현수(의 욕망)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현수는 필사적으로 살기 위해, 살리기 위해 괴물이 되었다는 것을. 길섭과의 첫 만남에서 그가 말했듯,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는 것을.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살아남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목숨을, 우리가 가진 욕망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그 욕망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





명숙(이봉련), 유리(고윤정), 상욱에 대해 쓰지 못한 것이 아쉬워 덧붙인다. 그들은 각각 정신적인 질병(명숙), 신체적인 질병(유리), 과거의 상처(상욱)를 가진 사람들을 대변하며,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없는지를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먼저 명숙은 괴물이 되어서도 '아이들은 괜찮은지' 물어보며, 첫 만남에서는 그녀를 피했던 지수가 손을 내밀도록 만든다. 또한 명시적으로 드러난 질병 혹은 장애를 가진 다른 인물들(길섭과 두식)이 모두 결말부에 이르러 잠깐이라도 괴물화 증상을 보였던 것과 달리, 유리는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끝까지 사람으로서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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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상욱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완결되지 않은 것 같아 남겨두려고 한다(이경(이시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람 살려본 적 있냐'는 은혁의 물음과 함께(비록 이 질문이 이전에 던져진 것이라 할지라도) 상욱은 천식 증세가 심해진 유리를 업고 밖으로 나서지만, 결국 유리는 죽고 본인의 육체는 의명에게 빼앗긴다. 물론 의명으로서 되살아난 상욱을 상욱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이대로 상욱의 서사를 결론 내기엔 아쉽다는 욕심과 언젠가 은혁의 말대로 상욱이 사람을 살리고 상처를 완전히 극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렇게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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