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때문에 싸우는 부부를 생각하며
나는 아들둘을 키우는 결혼 8년차다
학교 선생님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남편의 생활 스케줄에 맞춰서 우리는 8년 전 여름방학 이맘때쯤 결혼했다
둘째를 낳기 전 약 10년 동안 재무설계사, 자산관리사라는 네이밍을 달고 일을 하면서 고객들에게 항상 강조했던 내용이 있다.
부부는 경제공동체이고 집안의 돈을 잘 관리하고 불려 나가기 위해서는 현금흐름을 통합하고 부부가 함께 큰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아직도 동의한다. 다만, 이때 내가 미처 경험하지 못해서 몰랐던 사실이 있다. 살다 보면 부부 사이가 신혼 초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극도로 안 좋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이 '돈 때문에'라는 현실적 타이틀을 갖게 되면 상황은 심각하고 그 여파는 장기화된다.
물론 돈이 많아도 부부 사이는 안 좋을 수 있고 부부싸움은 일어날 수 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나의 8년이라는 결혼생활 동안 돈이 많았을 때도 있고 극도로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덕분에 두 가지 상황에서 부부싸움을 모두 겪은 경험치가 있다.
두 가지 상황을 모두 겪은 현재 시점에서 문득 떠오르는 옛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똑같으니 돈 많은 놈이 최고"라는 옛 어르신들의 말씀이다.
신혼 초기까지는 이런 말이 왜 나왔는지 공감을 못했고 또 이런 문장을 떠올릴 계기조차 필요 없었다. 우리에게 싸움이란 없었으니.
어떤 분야든 경험이 가장 큰 스승이다.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이 문구가 공감되고 다시금 곱씹게 만드는 시기가 나에게도 온 것이다.
인생사 돈이 최고다~!라는 의미만을 전달하고자 나온 어록이 아닐 것이다.
‘이놈이나 저놈이나’라는 표현을 나는 이제 그렇게 해석하다. 사랑해서 결혼한다고 해서 부부간에 싸움이 안 일어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 왜 수많은 부부들의 이혼사유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성격차이’인지는 살다 보니 자연스레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성격차이라는 주제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둘의 차이를 만든다. 사랑이 많은 신혼시절에는 이러한 차이가 각자의 개성으로만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다.
결혼하고 신혼이 지나고 아이를 낳고 살다 보니 이런 작은 차이가 점점 둘의 사이를 벌어지게 만들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겪는 육체적, 경제적인 힘듬이 더해지면서 정신적인 괴로움을 심화시킨다.
그렇다.. 여기서 ‘돈이 최고다~’라는 부분의 해석은 돈이 많았을 때는 부부간에 싸움이 길어져도 화해의 방법이 여러 가지고 도피처가 많이 생기던데.. 돈 없을 때 싸우니 싸움이 길어져도 기분전환이나 도피처 활용이 어렵다로 나는 해석하게 되었다.
2021년을 살고 있는 현실부부에게 싸움의 원인이 되어 주고 있는 것 중 요즘 경제적인 테마에는 부동산이 있다.
각각마다 아롱이다롱이 이유는 다양하게 있겠지만 심플하게 보자면 부동산을 사고 싶은데 반대하고 팔고 싶은데 말리고 결국 이 맥락에서의 부부간의 의견 부조화이다.
나는 2013년에 결혼을 하고 이듬해에 첫아이를 낳았다. 시기적으로 우리의 결혼을 부동산 경기와 연결을 짓자면 우리는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치고 스멀스멀 올라옴의 기지개를 킬 때부터 결혼생활이라는 것을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시기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현재의 3040에게는 학습된 부동산 불경기가 있었다. 집은 사는 것보다는 전세로 사는 게 안전하다는 불황의 학습.
그래서 이건 비단 우리 집만의 상황이 아니라 나의 지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왜냐면 내 나이 또래들은 이 시기에 다들 비슷하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그런 순서를 밟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같은 시기에 같은 고민을 하게 되고 자연스레 집에 대해 고민하고 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동산에 대한 선택으로 비슷했던 삶이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이것은 또 현실부부들의 싸움의 원인이 되었다.
여기서부터는 부동산과 관련한 이야기는 철저히 개인적인 사례이기에 어쩌면 그냥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다. 혹시나 공감이 가지 않는다면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너그러이 넘어가 주길 바라본다
보통 부동산은 여자에 의해 결정된다 라고 말들 한다.
하긴... 돈을 쓴다=소비라는 큰 맥락에서 언제 한 번이라도 여자가 큰손이 아니었던 적이 있던가?
주식이나 부동산은 남자 전문가들이 조금 더 많이 알려지고 활동을 하고 있기에 투자와 관련한 분야의 소비나 결정은 남자가 영향을 많이 끼칠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역시나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부동산이 좋은 선택이 된다
내 주위에서도 부동산에 대한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들은 부인 쪽이 더 많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도 여러 가지 투자상품 중 부동산만큼은 특히 주택만큼은 여자의 의견을 듣는 게 좋다고 생각하며, 여심을 간파하는 작은 차이가 명품 결과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부린이로 시작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동안 아무 생각이 없었다가도 자가 소유에 대한 열망을 처음으로 가지게 된다. 그렇게 부동산이라는 것에 대해 관심을 두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실.. 저축과 투자라는 것도 보통은 직장 생활하면서 처음 자각하게 되는 용어니까... 직장을 늦게 가지면 늦게 가질수록 돈에 대해 늦게 자각하게 되고 결혼을 늦게 하면 늦게 할수록 부동산에 대한 열망이 늦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래서 옛 어른들이 결혼을 빨리하라고 했던 것일까?
우리가 부린이로 시작하고 그 초보 딱지를 떼 보고자 할 때 처음 만나는 장벽은 미숙함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조력자 없음이 가장 크다. 물어볼 곳이 마땅찮고 열심히 책과 강의를 들으며 공부해도 이 배움에 대한 주변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다.
즉, 나는 부동산 매수 욕구가 스멀스멀 혹은 화르르 타올라왔는데 남편이나 아내는 영... 시큰둥한 경우가 있다는 사례이다.
그나마 시큰둥해서 관심 없으면 차라리 낫다. 바르르 떨며 시작도 전부터 우리가 돈이 어딨냐~ 지금 부동산은 꼭지라더라~ 세금을 얼마나 많이 내는 줄 아냐~ 등등의 훈계하며 반대하는 배우자를 둔 경우는 부린이가 깨깽하며 의지를 굽히기 쉽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이때 일어나지 않는다. 최소한 큰 싸움은 일어나지 않는다.
큰 싸움은 이렇게 해서 배우자의 반대에 부딪혀서 내가 힘들게 알아왔던 정보와 화르르 타오른 투자욕구를 누르고 시간이 얼마쯤 흐른 뒤 아뿔싸 내 현실이 벼락거지임을 알게 되었을 때이다. 여기에 만약 우리 전세금 정도로도 살 수 있었던 아파트를 남편의 반대에 부딪혀 사지 않았는데 내가 알던 지인은 나와 다르게 매수를 결정했고 지금의 부동산 상승기를 타서 그 집은 엄청난 상승세에 올라갔고 나는 전세 만기로 이사를 해야 하지만 전세도 너무 올라서 갈 곳 잃은 사태가 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가져오면
그때 타오르는 건 뒤늦은 투자욕구가 아니라 배우자에 대한 분노의 불꽃이다.
당신이 그때 말리지만 않았어도!!
내가 그때 그거 산다고 했지!!!!
위의 멘트 2개는 설사 직접적으로 남편이나 아내에게 쏘아붙이며 실제로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지 언정 누군가에게 답답함을 토로할 때 혹은 혼잣말로라도 사용은 해보았을 법한 멘트이다.
2021벼락거지 라는 오명을 쓴 입장이 되었어도 다른 현금흐름이 받쳐준다면.. 예를 들어 급여가 오른다던가 사업이 잘 된다던가 등의 집안 경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현상이 뒤따라오면 부동산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크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가 놓친 부동산도 미친 상승을 하고 사업도 잘 안되기까지 한다. 모든 게 엉망진창인 듯하고 왜 나만 이렇게 재수가 없을까 싶기도 하고 이 모든 게 다 남편 탓, 아내 탓인 것 마냥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우리 집의 싸움 상황도 비슷하다.
그런데 우리 집은 위에 말한 사례 중 고민하다 매수를 결정한 지인 쪽이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래저래 힘들지만 매도를 하지 않고 버티자 라고 주장해서 버텨냈더니 부동산의 상승장이 찾아온 사례였었다.
그렇다면 지금 너무 행복하겠다고? 싸울 일이 없겠다고?
인생사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 8년 차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히려 부부상담을 시작할 정도로 그 레벨은 더더욱 올라갔다.
그렇다 보니 이래도 싸우고 저래도 싸우는 것이 부부의 기본 조건인가 싶지만 찬찬히 돌아보면 그저 원한 건 관심과 걱정, 그리고 배려였다.
부동산 얘기 한창 하다가 왠 이상향적인 멘트 날림인가 싶은가?
결국 부부간의 싸움은 돈 때문에 싸움이 시작될 수는 있지만 싸움이 길어지는 건 부부간에 사랑이라는 것이 점점 없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랑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의 의미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걱정과 배려이다.
나에 대한 관심이 없고
나의 관심을 귀찮아하고
내가 아프거나 나쁜 일을 겪고 있는 듯해도 걱정해 주지 않고
함께 생활하면서 나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지 않는 말투와 행동들을 보고 있자면
배우자에게 화가 난다.
이런 시기에 부동산으로 벼락거지가 되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원망의 화살이 배우자를 향하고, 반대로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도 이 결과를 보고 칭찬이나 고마움을 표현할 줄 모르는 배우자에게 울화가 치민다.
아이가 어리고, 돈 벌기에 바쁘고, 벌어진 일들을 수습하는데 정신이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는 부부간의 상처는 들여다볼 시간조차 없곤 한다.
그렇지만 상처는 돌봐주지 않으면 계속 덧나고 흉터를 남긴다.
그렇게 나의 결혼 8년 차는 싸움으로 얼룩져 있는 중이다.
남편은 결국 남의 편이고,
아내는 내가 하자는 건 다 안해서
부부의 호칭이 이런듯 싶지만
이러한 웃픈 표현이 나오는 건 결국 관심, 걱정, 배려 등등의 모든 의미를 함축하는 부부간의 사랑 이야기이다.
결혼 8년 차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ALL I NEED LOVE 가 모든 싸움의 해결책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