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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어떻게 삶에 활용되는가
책은 기억할 수 없는 수많은 말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목적으로 기록된 묶음이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도 다양한 기록은 존재한다. 기원전 900년에서 기원전 200년까지 '축의 시대'에 탄생한 세계의 종교와 철학은 종이의 발명 있기 한참 이전이다. 그럼에도 역사학자들이나 철학자들은 이 시기에 이렇게 큰 사상이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난 것에 대해서 다양하게 해석하지만 이 모든 배경에는 문자와 기록의 형태가 발전한 것이 큰 기여를 했다는 의견도 있을 만큼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축의 시대를 살아간 위인들은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공자, 맹자, 노자, 장자 등 삶을 살면서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사람들이 모두 여기에 속해 있다. 불교의 초기 경전은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전달하기 위해 다 같이 모여 노래 형태로 불렀던 것을 나중에 기록한 것이다. 공자의 가르침은 나무를 잘게 잘라 그 위에 문자로 기록한 것이 지금까지 전해져 온다고 한다. 우루크의 전설적인 왕을 노래하는 '길가메시 서사시'는 기원전 650년 경으로 추정되는 점토판에 새겨진 기록물도 있다.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고 접근할 수도 없는 엄청난 사상이 있다고 해도 그 사상이 기록되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지 않는다면 그 사상은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존재할 수도 있다. 기록은 중요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고민하고 경험하고 연구해서 만들어 놓은 거대한 이론이나 지식을 책에 담아두었다. 1905년 발표한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 찾아서 읽고 조금이라도 이해가 되었다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상상력을 동원해서 이론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이전의 세상에 나타난 이론을 우리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까지 해서 서점에서 팔고 있다. 다양한 생각을 붙여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책을 쓰고 출간한다. 니체의 사상은 하이데거와 들뢰즈를 통해 이어지며 이러한 사상의 변화를 우리는 책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그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책을 통해서 그의 사상을 지금 21세기에도 내용을 확인하고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책에 기록된 다양한 정보는 실제로 엄청난 양을 저장하고 있다.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의 '아미엘 인생일기'의 경우, 40년간 쓴 일기를 엮은 책으로 그 두께도 엄청나지만 내용은 그의 생각이 담겨 있고 그때 그 순간의 생생함이 그대로 묻어 있다. 우리가 상상하던 그 이상의 기록물이 세상에 넓게 퍼져있으며 과거 몇 천년동안 쏟아져 나온 책들의 내용을 다 읽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움이 생겨날 수 있다.
보통 책의 시작은 교과서에서부터 출발한다. 프랑스혁명 이후에 확산된 공교육은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부여하여 보편적인 지식을 모두가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공교육을 위해서 그 시대의 지식 가운데에서도 가장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지식을 선정하고 이를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수립함으로써 공교육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그래서 교육과정을 위한 가장 중요한 도구인 교과서는 가장 필수적인 지식을 포함하고 있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알려주는 아주 기본적인 책이다. 현대의 교과서는 아주 넓은 범위의 지식을 다루고 있다.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기본적 소양부터 사회 체제, 경제, 역사, 과학, 수학, 논리 등 그 사회가 알려주고 싶은 많은 지식들을 선정해서 교과서에 포함시킨다. 모든 정보를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공교육에서 사용되는 교과서는 지식을 전달하는 가장 보편화된 형태이다. 5살 어린아이가 이해하는 수준과 중학생이 이해하는 수준이 다르기에 어휘의 선택, 지식의 깊이, 범주의 넓이 등을 수준에 맞게 설정하여 오랜 시간에 걸쳐 교육을 한다. 많은 사람들의 배움의 수준을 평가하여 서열대로 나누는 것은 다른 목적으로 생겨난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교과서를 통해서 지식을 가르치고 익히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고 본다.
교과서를 통해서 배운 지식은 세상을 이해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정규교육 과정을 마치고 사회에 나오게 되면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세상의 모습을 낯설게 만나게 된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은 시시각각 마주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선택의 순간이 자주 나타난다. 그렇다고 신중하게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알 수 없는 미래를 혼자 상상해 보고 결정하는 것이 여간 찝찝할 수 없다. 주변의 부모나 친구와 같이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상담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종합하여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된다. 공교육에서는 지식의 표현 범위는 그 국가가 추구하는 이념이 무엇인지에 따라 방향성이 달라진다. 그 나라에서 태어나 자라온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다양한 방식은 공교육 시스템에 잘 녹아있다. 그러다 보니 지식의 습득을 주된 목적으로 생각은 것과 습득 외에 사회구성원으로 내가 위치해야 할 포지션이 어디인지 고민하고 나에게 맞는 삶을 고민하게 해주는 것의 차이에서 그들의 사고방식이 달라진다. 이것이 결국 그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정하는 것이다.
삶의 경험과 지혜를 얻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깨닭은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공교육은 공통적으로 가져야 할 지식과 사회성 교육이 목적이지 삶을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은 대상이 아니다. 잘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높은 수준의 지식과 논리적 해석을 요구하는 것에 비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실무 경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교육 단계를 벗어나 독립하게 되는 나이에 들면 자연스럽게 수많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지내야 함을 깨닭지만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는 방법이나 타인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법, 대인관계를 잘 헤쳐나가는 방법 등은 교육 대상에서 제외된다. 설령 범주에 있다고 해도 그것이 주가 아닌 교양으로서의 덕목을 갖추기를 바라는 수준일지도 모른다. 사회가 원하는 지식과 논술 능력을 끌어올렸음에도 계속 변화하는 집단에서 잘 지내는 방법을 스스로 느끼고 체득하며 감내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공교육을 통해서 지식을 쌓아도 삶의 지혜는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미지의 영역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삶의 다양한 영역까지 공교육이 책임질 수 없기에 각자의 양육자나 지식인들을 통해 그 밖의 삶의 지혜를 배워나가게 된다. 그들의 삶에서 스스로 경험하고 결정된 생각들을 들으며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복잡한 사안이 생기면 사람들은 타인의 생각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의 오랜 시간 다양한 경험과 체득을 통해서 쌓아온 지혜를 궁금해하며 관심을 가진다. 자신의 생각이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더 다양한 사고방식이나 생각범위를 찾고자 하는 욕망이다. 나의 생각보다 올바르거나 지혜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다. 부모님께서 하시던 말씀이 공감을 하기 시작하며 진지하게 나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상황과 일들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아무렇지 않았던 나의 삶이 고충이라는 상황으로 바뀌고 여기저기서 불만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제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고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묻고 찾기 시작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꾸준히 오랜 시간 조언을 하고 결정을 도와준다면 아주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소중한 사람일 것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면 본인의 상황을 설명하여도 그 사건에 대해서 조망하고 조언을 하지 삶을 바탕으로 조언해 주기 쉽지 않다. 인생의 어느 부분에 서있으며 남들과 자신의 가치관이 어떤지 이해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그 조언이 도움은 되지만 적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결정에 영향을 줄 만큼 좋다. 그럼에도 그게 정확하게 내가 확신을 가질 수없다. 나의 생각에서 출발한 결정이 아니라서 모든 것을 내게 적용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런 목적 없이 책을 읽는 사람은 없다. 책을 통해서 무엇인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이익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 그 사람만이 가진 목적이 있으며 우리 모두는 그 목적이 다를 것이다. 그 목적이 논문을 위함일 수도, 자랑하기 위함일 수도, 블로그를 작성하기 위함일 수도 또는 호기심일 수도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는 책을 읽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고 가치관을 정립하며 지혜로움을 얻을 수 있다. 개인의 환경에서 접해볼 수 없는 다양한 일들을 바라보며 나를 그 상황에 대입하는 것으로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영역을 확장하는 것도 좋은 목적이라고 본다. 타인의 조언이 나에게 확 와닿지 않는다면 그 조언의 배경을 나 스스로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그 사람이 나에게 준 도움은 그 사람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흘러나왔다. 대학의 쇠퇴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과거 대학의 확장의 이유를 확인해 보면 알 것이다. 그 요소의 변화가 대학의 변화를 가져왔다면 앞으로 결정에는 후에 벌어질 상황도 예측을 대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이 대학을 대하는 태도를 어떻게 하라고만 조언한다면 배경을 모른 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다양한 지식을 쌓고 통찰력을 얻기 위해 책을 본다면 그것만큼 훌륭한 책 읽기가 없을 것이다. 목적은 필요에 의해 발생하고 결과는 나의 노력에서부터 기인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 생각의 폭이 확장된다. 살면서 우리는 다양한 일들을 겪어내면서 자신만의 관념을 만들어 낸다. 거리에서 크게 소리를 지르면 이상한 사람 된다고 생각하는 것, 선생님 뺨을 때리면 그에 따른 처벌이 따른다던가 말이다. 이성에게 관심이 생기는 것도,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는 것도 그리고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는 것도 말이다. 전부 살아오면서 스스로 받아들인 정보를 통해서 만들어낸 자기 자신 속의 관념이다. 이러한 관념은 고착화되고 다른 사실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되면서 자신의 성격과 사상이 만들어진다.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는 것은 누구나 잘 알지만 그것을 ‘절대’라고 첨언하는 것은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특징이다. 절대 움직이지 않고 변화하지 않는 생각은 왜 그러한 생각만 하고 있는지 자신은 알지 못한다. 그 외에 다른 관점으로 해당 행위를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굳이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언을 들어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확신하거나 방법을 바꾸면 발생하는 미지의 상황이 두려워서 일 것이다. 타인의 조언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의 사람들은 책을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기도 한다. 단시간에 상대의 생각에 대응해야 하는 현실보다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혼자 조용히 생각해 보고 이해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변화된 관념은 모든 일에 대해서 좋고 싫음을 분명히 해주고 자신이 만들어낸 정보를 합리화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고집한다. 집중과 고집을 가진 사람들은 타인의 의견에 대한 수용력이 떨어지며 자아가 아주 강하게 생성된다. 그에 비해 약한 사람들은 타인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는 편이다. 여행의 목적지를 정하는 것도 자신의 의견보다 상대방의 의견을 먼저 수용하려 하며 메뉴를 정하는 일에도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의견이 나와도 그것 역시 수용하는 결정을 내린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생각만 고집하는 사람과 타의 의견을 더 존중해 주는 사람.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 속 다양한 모습이 아닐까. 자신이 만들어 놓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던 결정을 반복적으로 따르며 그것만이 최선이고 다른 판단은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아주 훌륭한 선생님이 된다. 책을 삶에 활용하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변화할 마음가짐이 되어있어야 한다. 타자의 의견을 전달해 주는 책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 전달하여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고 동화되기를 바란다.
자신의 색이 강한 사람에게 책은 새로운 관념을 심어주기 좋다. 정치에 대한 신념이 강한 사람은 책을 통해서 반대편에 서서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단 한 번도 굶주림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부해 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본인 삶도 빠듯한데 남을 챙겨줄 정신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고 불쌍히 여기지 않거나 본인의 의지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관련된 책을 읽는다는 것만으로 생각이 180도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은 아주 오랫동안 고착화되어 있는 관념이라서 이를 변화시키는 노력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다. 그런 고정적인 생각을 책 한 권으로 바뀐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반대편에 서 있는 그들이 이야기하는 주장의 배경은 무엇이며 어떠한 이해관계를 중요시 하는지 알아볼 수 있다. 그 생각이 합리적이고 이타적이라면 그전까지 단 한 번도 그들의 의견에 동의해 본 적 없던 마음도 아주 조금이나마 그들이 그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다는 마음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표출하고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평가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혼자 책을 읽으며 스스로 자신의 의견이 어떠한지 객관적으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더 보충하고 싶을 수도 있으며 새로운 정보와 재미를 위한 일일 수도 있다. 전문적인 지식이 담겨있는 책부터 소설이나 에세이 그리고 매월 발간되는 잡지까지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그 장르는 다양하고 지식의 깊이나 재미의 차원은 출간된 책마다 다르다. 책을 선택하고 읽는 것은 모두 본인의 목적과 부합해야 하며 맞지 않다면 언제든지 내려놓고 다른 책을 선택하면 된다. 목적은 나의 지적 갈증과 재미를 추구하는 일일 테니까 말이다.
책이 삶에 도움이 되기 원한다면 내 인생의 멘토가 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동안 살면서 배운 지식은 돈을 버는데 활용되고 자랑거리로 또는 지적유희에 사용되었다면 보다 나의 삶이 진중하고 단단해지는 것에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쌓는데 이용하면 된다. 내가 잘 모르는 지식이나 지혜를 찾아서 책을 읽다 보면 결국 수 많은 작가들의 생각을 경청하고 비판하고 수용하게 된다.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종국에는 어떻게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책 1편 ~ 5편은 [서점 고객] 챕터 5의 초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