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는 2019년 1월 심천에 개인 연수로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송파 메이커 스페이스 이기준 대표님, 심천에 살고 계신 박준 YTN 월드 리포터 기자님, 근무 중인 이화여고의 도움으로 심천을 둘러 보았습니다.
이 여행기를 통해 가까운 미래와 교육 등과 관련한 주제를 풀어내고자 합니다.
중국 심천이 어디예요?
한창 미세먼지 측정기를 만들어보겠노라고 끙끙대던 2018년 시절.
2017년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불어왔다. 한참 이 단어가 교육계로 번지기 시작한 2018년에 '4차 산업혁명 캠프'라는 거창한 타이틀 아래 아두이노 나노와 GP2Y1010AU0F 센서, OLED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미세먼지 측정기를 만들겠노라 끙끙대던 적이 있었다. 아두이노에도 익숙하지 않던 쌩초보 시절, 구글을 스승 삼아 시행착오를 겪던 끝에 행사를 40여 일 앞둔 6월 중순에서야 겨우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제 캠프를 위한 물품을 주문하기 위해 송파 메이커 스페이스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만난 이기준 대표님은 프로토타입을 매우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보시더니,
"선생님. 심천 가시면 무척 재밌는 거 많이 보시겠는데요. 한 번 기회 되면 꼭 가보세요."
"심천....이요? 심천이 어디예요?"
"중국에 있는 도시인데 한자로는 심천, 영어로는 Shenzhen이라고 해요. 아직 못 들어보셨어요?"
심천.. 심천...? 어디지? 당시로서는 무척 생소했다. 그 이후 대표님께 드린 나의 부탁. 뻔뻔도 하지..
이후 2018년 7월 말이 되어서 4일간의 캠프를 시작했다. 첫날 기조강연을 맡으신 이기준 대표님은 학생들에게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심천이란 도시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셨다. 홍콩 바로 위에 있는 중국의 대도시 심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접어들며 실험적인 시제품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곳. 전 세계 전자 제품에 사용되는 각종 부품들이 제작되고 늘 새로운 부품이 개발되는 곳. 아이디어만 있으면 기꺼이 기업이 투자를 해주는 곳. 텐센트, 샤오미 등등 새로운 글로벌 기업이 탄생하는 곳. 이 때문에 전 세계의 메이커와 투자자가 끊임없이 찾아오는 곳.
이어 그 심천에서 직접 메이커 팀으로 일하셨던 이야기,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심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등을 강연해 주셨는데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뭐 이런 곳이 다 있나.. 그런데 전자상가 크기가 용산의 10배나 된다고? 에이... 설마..
저..심천 한 번 다녀오고 싶습니다..
2018년 SW 교육의 주간
이후 2학기에 SW 교육의 주간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3D 프린터를 비롯한 연구 결과를 전시했다. 마침 그 때 교장단 회의가 학교에서 열렸는데 일부 교장 선생님들이 전시를 보시기도 하셨다. 재간 이사장님께서도 직접 찾아와서 보시고 격려를 해주시기도 했다.
4일간 밥도 제대로 못 먹어가며 후임 선생님과 단 둘이서 열심히 준비하고 진행했는데 다행히 성황리에 잘 마쳤다. 후련하게 마무리 정리를 할 때 격려차 교장 선생님이 오셨다. 행사가 너무 인상이 깊었고 이사장님도 이러한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싶어 하신다며 혹시 하고 싶은 연구 활동이나 부탁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이사장님께 전달해 주시겠다고 하셨다. 머뭇.. 머뭇.. 하고 있는데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일단 다 들어준다고 말은 안 했으니 편하게 말씀해보세요."
"교장 선생님.. 저.. 중국 심천에 한 번 다녀오고 싶습니다."
순간 살짝 정적이 흘렀다.
보통 뭐가 사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중국 심천이란 곳에 보내달라는 뜻밖의 요청에 살짝 놀라신 반응이었다. 일단 이사장님께 한 번 전달해보겠다고 하셨고, 혹시 가능할지도 모르니 대략적인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 한 번 살펴보라고 하셨다.
3개월 후. 난 화창베이에 있었다.
2019년 1월 중국 심천 화창베이에서
그로부터 약 3개월 후, 난 심천에 다녀올 수 있었다. 굳이 시키지 않은 연구를 열심히 해서 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해 준 것. 또한 한창 유행이던 단어였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교육이 본교에서 신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에 대한 이사장님의 특별한 배려였다. (그런 면에서 난 참 운이 좋고, 좋은 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3박 4일 만에 심천을 살펴본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지만 짧게나마 훑어본 심천은 정말로 놀라웠다. 아주 먼 미래를 본 것은 아니지만, 미래를 향해 어느 도시보다 개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도시. 위쳇 페이로 모든 게 이루어지는 전자 결제와 거의 대부분의 대중교통의 전기 자동차. 텐센트와 수많은 메이커 스페이스들.. 마치 몸의 구석구석에 영양소를 공급하는 혈액처럼 그 모든 곳에 무한정 개발되는 다양하고 저렴한 부품 생태계. 전기 자동차, 공유 자전거.. 한 달 정도 지내면, 아니 1년 정도 지내면 조금이나마 몸에 익을 텐데, 그 정도까지는 상황이 허락되지는 않았다. 본업을 두고 거기서 지낼 수는 없으니..
중국의 사회주의적인 체제 안의 일상과 우리와는 다른 사회의 모습도 일부 보였지만 별반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삶의 모습들도 보였다. 지금은 홍콩에서 일어난 여러 시민운동과 정치적인 상황, 게다가 코로나 19로 인해 자유롭게 가는 게 어려워 심천을 방문할 기회가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안 될 것 같긴 하지만.. 그 짧은 이야기나마 꺼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