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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을 하고 헛헛해졌다

30대 신혼부부의 서울 내 집 마련 후유증, 셋


내 집 마련 성공기를 읽어 보면, 부부가 고생 끝에 내 집 마련에 성공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첫날 밤을 지새우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그래서 막연하게 내 집 마련에 성공하면 벅차오르는 기쁨을 느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내가 가장 강렬하게 느낀 감정은 헛헛함이었다. 내 집 마련을 하고 나처럼 헛헛해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며 친구가 웃을 정도였다. 


이 종이쪼가리 한 장을 위하여…


헛헛해, 지독히도 헛헛해.


처음에는 늘 든든한 방파제가 되어 준 현금이 사라지기 때문인 줄 알았다. 투자자는 수중에 현금이 있으면 불안하다는데 나는 현금이 없으면 불안하다. 프리랜서는 수입 편차가 워낙 크다 보니까 결혼 전에도 늘 적지 않은 현금을 통장에 쌓아 둔 채로 살았고, 결혼하고 나서도 당장 내일이라도 부동산 계약금을 쏠 수 있도록 늘 최소 1억 이상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현금 좋아하면 부자가 못 된다고, 현금은 쓰레기라고 외치는 세상 속에서도 굳건히 현금을 쥐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었다. 


신혼 초부터 내 집 마련을 목표로 달려왔지만, 막상 목표를 이루고 나니 지난 2년 반의 노력이 참 부질없게 느껴졌다. 전 국민이 집값에 울고 웃었던 지난 몇 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집, 집, 집이 뭐라고 그렇게 아등바등했는지… 내 집 하나 달랑 들고 다시 막막했던 신혼 초로 돌아간 것만 같달까. 물론 내 집이 생겼으니 상황은 완전히 다르지만 다시 바닥에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한편으로는 너무 오래 걸리지 않고 내 집 마련을 한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쏟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난 더욱 크게 헛헛함을 느꼈을 테니까. 


※ 내 집 마련 경고문 ※

서울 내 집 마련 후유증, 그 세 번째는 헛헛함. 
내 집 마련에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일까?
막상 내 집 마련에 성공해도 별거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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