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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 Jun 01. 2020

슬기로운 휴학 생활 7화

슬기로운 집 생활 3 : 영화 보기



나는 영화 보는걸 정말 좋아한다. 대학교 1학년 때까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2학년 전공수업으로 영화를 배우고 더 좋아진 것 같다. 집중력이 약한 편이고 쉽게 질려하는 편이라 드라마 정주행을 잘 못한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아니라면 1화도 다 보지 못하거나 다음 화가 궁금하지가 않아서 보통 1화에서 그친다.

그러나 영화는 좀 다르다.

단 1화만으로도 한편을 다 볼 수 있기에 이런 나의 성향에는 안성맞춤이다.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넷플릭스와 왓챠 플레이를 정기 결제한 이후로는 영화관에 갈 일이 없다.

나는 영화에도 취향이 확고한 편이라 아무리 사람들이 재밌다고 한들 내 취향이 아니라면 끌리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범죄 실화, 한국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담은 드라마, 애니메이션,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 일본 영화만의 잔잔함, 프랑스 영화의 독특함을 좋아한다.

반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영화 장르는 코미디, 로맨스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면 본다), 판타지, 스릴러, 고어물이다. 잔인한걸 못 봐서 보고 싶은 영화도 잔인하다면 못 본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 씨, 복수는 나의 것 등)

잔인한걸 못 보는 사람을 위해 모자이크 버전이 나오면 좋겠다.


영화관을 안 간지도 꽤 됐지만 5월 21일 기준 51편을 봤다. 다 넷플릭스나 왓챠 플레이에서 본 영화들이다. 재학 중에는 영화를 많이 못 볼 것 같아 정기결제를 하는 게 아까워 안 하고 개별 영화를 결제했었는데, 이용하다 보니 너무 편해서 잘 보고 있다. 원래는 넷플릭스 셰어를 하다가 넷플릭스에서는 보고 싶은 영화가 몇 편 없어서 왓챠 플레이로 갈아탔다. 근데 이게 참 교묘하게 왓챠 플레이에 없는 영화가 넷플릭스에 있거나 넷플릭스에 없는 영화가 왓챠 플레이에는 있다. 그래도 영화가 더 많은 왓챠 플레이를 보는 게 더 좋다.


영화를 고르는 시간도 좋아하는데 목록을 봐가며 보고 싶어요 한 영화가 늘어날 때마다 기분이 좋다. 그 안에서 하나씩 도장깨기 하는 희열감이 있다. 또, 한번 시작하면 그 끝은 봐야 하는 성격이라 (드라마와 달리 영화를 시작하면 끝이 꼭 보고 싶다) 선택한 영화가 지루하더라도 몇 분이 남았나를 보고 버틴다. 그리고 그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올 때의 희열감을 즐긴다.


작년 여름에 처음으로 단편 영화를 제작했었는데, 사실 그때는 영화를 많이 보지도 않고 내가 하고픈대로 제작했었다. 유명한 영화를 보고 나면 내가 그 영화를 무의식적으로 따라 할까 봐 두려웠고, 잘 만든 영화에 빗대어 자괴감에 빠질까 봐 도망쳤다. 많이 보고, 많이 배웠어야 했는데 그땐 그러지 못했다. 지금 와서 다시 영화 제작을 한다면 그 전보다 더 잘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하진 않지만 아직까진 졸업작품을 만들 생각이다. 작품을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므로 그때 가서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작품을 만들고 결과물을 만들어본 사람이라면 이미 그 완성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느껴봤기에 또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어두운 내면과 사회를 담은 영화를 좋아한다.

행복하고, 아름답기만 한 영화 속 판타지는 마음에 와 닿지가 않는다.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들 중에는 현실과 거리를 느끼기 위해 가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온전히 그 스크린에 몰두해서 여운이 남는 작품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코미디 영화를 안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즐겁지만 그게 끝이다. 생각할 거리가 있는 영화가 좋다.


영화 제작을 하고, 영화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영화를 보는 일이 더 재밌게 느껴지는 것 같다. 영화를 분석하면서 보고, 그 안에서 배운다. 다음에 내가 제작할 졸업작품은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은 어두운 내면이 있는 소재를 쓸 생각이다.


어떤 이는 영화를 보는 일이 쉬는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핑계처럼 들릴 수 있지만 나는 영화를 보며 배운다고 생각한다. 굳이 영화 속 기법 같은 게 아니더라도 영화 속에서 생각할 거리를 찾고 주인공과 동일시하여 내면에 비춰본다.


영화감독이 목표는 아니지만, 할 수만 있다면 해보고 싶은 직업이기도 하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내 생각과 가치관을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매력적인 작업인 것 같다.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강요하고 싶진 않다. 다만 영화든, 책이든 그 어떤 것이든 찾아보며 나에 대해서 혹은 내 주변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해보는 건 앞으로의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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