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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 Jun 09. 2020

슬기로운 휴학 생활 8화

슬기로운 집 생활 4 : 글 쓰기


브런치를 하고 있다는 걸 보면 알겠지만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어렸을 적에 작가를 꿈꿔왔을 만큼 글을 좋아했고, 지금도 그 꿈은 마음 한편에 간직하고 있다.


대학은 고등학교 때보다 글 쓸 일이 많다. 포트 과제를 한다든지, 영상 제작을 위해 대본을 쓴다든지 창의적 글쓰기라는 과목이 있을 만큼 글을 쓸 일은 많았다.

다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는 없었다. 학점을 받기 위해 억지로 쓰는 글이다 보니 글 쓰기가 싫어질 만큼 그렇게 글 쓰기는 더 이상 취미가 아닌 노동으로 느껴졌다.


내 작품을 쓴다고 해도 어쨌든 무언가를 충족시키기 위해 써야 하는 글이었으니 내 마음이 가는 대로 글을 쓰지 못했다.

분명 내가 쓰는 글이었는데도
그 안에 내 글은 없었다.


휴학을 하게 되면서 전부터 하고 싶었던 자전적 에세이를 쓰게 됐다. 그저 내 개인 블로그에 일주일에 두 번씩 단어들을 소재로 잡아 그 단어에 담긴 내 일화들을 적은 에세이였지만, 쓰다 보니 그동안 느꼈던 감정들과 생각들을 정리해볼 수 있었다. 또, 온전히 나의 개인적인 공간이었기에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쓰고 싶은 대로 썼다. 오랜만에 내 글을 쓰다 보니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모른 채 글쓰기에 몰입했다. 기회가 된다면 그 글들을 묶어 독립출판물로 내보고 싶다는 야망이 있다. 내가 쓴 책이 종이 책으로 출간되어 책장에 꽂혀있는 걸 보면 짜릿할 거 같다.


에세이 말고도 내가 좋아하는 글의 분야는 '시나리오'다. 시나리오의 매력을 느껴 미디어학과에 진학하기도 했고, 대학 생활을 하면서 영상 제작을 위해 시나리오를 써왔었다. 한 번도 배워본 적 없지만 고등학교 시절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고 그냥 드라마 대본집을 보면서 스스로 공부했다. 뭐 공부했다 해서 지금도 완벽한 시나리오의 형태를 갖췄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쓰다 보니 점점 느는 것 같다.


미디어학과이다 보니 공모전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용돈 벌이도 되고, 수상하면 스펙에도 올릴 수 있으니 미디어 학과생들이라면 한 번쯤은 공모전 모음 사이트에 접속해봤을 것이다. 영상 공모전의 경우 보통 팀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학과 생활을 하면서 공모전까지 하기엔 힘들다. 팀작업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영상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함인데, 과제에서도 영상제작을 해야 하다 보니 과제에 치여서 공모전은 뒷전으로 미루기 바쁘다. 나는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공모전에 관심이 많았고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공모전 모음 사이트에 접속해본다. 내 상황상 좋은 카메라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영상 편집이 원활하게 돌아갈 만큼의 좋은 컴퓨터도 갖고 있지 않은지라 내가 눈여겨보는 공모는 글과 관련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인 시나리오 공모가 먼저 눈에 띈다.


시나리오 공모는 얼마든지 혼자서 참여할 수 있고, 집에서 컴퓨터만 있다면 쓸 수 있기에 칩거 생활 동안 시나리오 공모를 준비했다. 하나는 단편영화 공모, 또 하나는 시놉시스 공모에 제출했고 현재는 장편영화 공모에 도전하고 있다. 한창 몰입해서 글을 쓰다가 막히는 구간이 있는데 그럴 때에는 차라리 글 쓰기를 멈추고 책을 읽거나 유튜브 영상을 본다. 그러다 번뜩이는 전개가 생각나면 그때 다시 글쓰기에 몰두한다.


글에도 그때의 나의 상황과 감정이 담겨있는데 정말 우울했던 시기에 썼던 단편영화 대본은 내 캐릭터에게 미안했다.

내 우울함을 캐릭터에게 전가해 괴롭혔다. 그리고 나는 더욱더 우울해져 갔다.

봉준호 감독님이 말했듯이 시나리오 작업은 아주 고독한 작업이다. 나만의 세계에 갇혀 그 시나리오대로 혹은 나의 상황을 시나리오에 대입해 감정을 만들어낸다. 아마도 봉준호 감독님도 <기생충> 작품을 쓰실 때 홀로 그 우울한 분위기를 견뎌내셨을 것 같다.



친한 언니가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을 알고 브런치를 추천해줬다. 그전에도 이 플랫폼을 알고 있었지만 한 번 도전하고 떨어진 뒤론 어플을 삭제했었다. 알고 보니 작가 지원을 할 때 최소 3개의 글을 첨부해야 하는데 첨부할 때 1개만 첨부하는 실수를 했다. 그렇지만 그 실패가 있고 난 후로 주제를 정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휴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브런치 글을 쓰게 되면서 휴학을 하는 동안 내가 무엇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했는지 기록을 남기게 됐다. 라이킷을 눌러주는 분들이 내 글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하시는진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내 휴학 생활을 응원한다는 뜻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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