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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 Jun 15. 2020

슬기로운 휴학 생활 9화

괜찮아, 잘 될 거야


휴학을 한지 벌써 6개월 차가 됐다.

그 6개월간 생각해보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나의 휴학 생활은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방해했고, 동시에 사랑했던 사람이 세상을 떠나며 방황했다. 그렇지만 힘들어도 그 핑계로 무기력해지거나 머물러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바쁘게 사려고 노력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거나 글을 썼다. 어쩌면 이것들은 나의 도피처였다. 누군가가 쓴 책을 읽고, 누군가가 만든 영화를 보며 나에 대해서, 내 상태에 대해서 고민했고 위로를 받았다.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노력할수록 우울함 속에 나를 계속 가둬뒀다. 그리고 그 우울함을 억지로 깨려 하지 않고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나만 보는 곳에 적었다. 지금은 그 아픔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그 일로 인해 그리고 6개월간 나의 감정들을 통해 더 단단해졌다고 믿고 싶다.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하려고 했던 일이 무산되고 가고 싶던 곳을 가지 못했다. 잠시 멈춰도 되는데 쉰다는 게 익숙하지 않아 새로운 것을 계속 갈망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고 지원도 해봤지만 빈번히 떨어졌다. 그간 떨어져 본 경험이 없어서 불합격 통지를 받을 때마다 실망하곤 했다. 아 이번에도 역시.


하지만 내가 잘하는 것은 실망은 해도 절망은 하지 않기. 그래, 떨어지면 뭐 어때? 하고 다시 새로운 것을 모색했다.


신기하게도 항상 떨어진 것들은 후에 보면 취소된 것들이나 코로나 19가 곧 휩쓸려올 지역이었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이럴 때는 꼭 신께서 도와준 것 같이 느껴진다. 이래서 가지 말라고 하신 거구나 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넘겼다.


그 누구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휴학을 하니까 마음이 불안했다. 다른 사람들은 휴학하니까 편하겠다 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오히려 학교에 가지 않으니 뭐라도 해야 하는데, 어디라도 가야 하는데 이러고만 있기엔 내 시간이 아까웠다. 이럴 바엔 차라리 뭐라도 해야지 하는 성격이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았다. 무작정 했던 휴학이지만 그 끝이 무작정으로 남고 싶진 않았다.


한 5개월간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했으니 이제는 내가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했다. 다짐을 하자마자 계획을 세웠고, 자격증 독학을 시작했다. 공부에 집중하고 그 후에 또 다른 일을 하기 위해서 sns를 다 끊고 지금은 하루에 정한 공부량을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세상과 연결고리를 끊었지만 포털사이트만 봐도 충분히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알 수 있고, 지인들과의 통화로 안부를 묻고 전하고 있다. 필요한 만큼의 소식을 듣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공부를 하니까 마음도 편하다.


그러던 중 좋은 소식을 듣게 됐다. 갑자기 도전하게 됐던 시놉시스 공모에 선정되어, 8명의 면접관 앞에서의 발표를 거쳐 시나리오 창작자로 일하게 됐다. 내가 가고 싶어 했던 기업이라 더 반가웠다. 좋은 기회는 역시 찾아오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것 같다. 그때 만약 절망을 하고 그냥 좋아하는 것들만 보자 했으면 2020년의 끝에서 회의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다시 도전해준 나에게 고맙다.


또, 몇 달간 불면증에 시달렸던 것을 극복하기 위해 낮밤을 바꾸고자 오전 중으로 컴퓨터 프로그 교육을 받고 있다. 이것도 원래부터 받고 싶었던 교육이었는데 딱 좋은 타이밍에 받을 수 있게 됐다. 요즘은 교육이 끝나면 자격증 공부를 하고 틈틈이 해오고 있던 공모전 마감을 하고 있다.


실망의 연속이 될 줄 알았던 2020년을 다시 시작했다.

차라리 오지 않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지만 어차피 맞이한 2020년이라면 그 안에서 즐겁게 보내고 싶다.

나를 응원해주는 나와, 주변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괜찮아, 잘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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