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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중현 Apr 29. 2022

연예인 스마트폰 복제와 배양 이론

누군가 제 스마트폰을 해킹한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제 핸드폰을 해킹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의외로 이 문제 때문에 사무실을 방문한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났다.이 분들은 한결같이 '누군가가 자신이 사용하는 휴대전화와 똑같은 핸드폰을 가지고 통화, 문자, 인터넷 접속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저는 제 책상에 앉아서 누구든지 도청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회계사로부터 연방 재판관 혹은 심지어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개인 이메일만 있다면 말입니다." -스노든 세기의 내부고발 中


IT 기업과 국가의 비밀거래 백도어(backdoor. 뒷문)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은 이메일을 통한 해킹이 얼마나 위험한지 세상에 공개하면서 다시 한번 사생활 감시가 이슈가 되었다. 그런데 이메일 해킹과 휴대전화 복제는 기술적 접근과 결과가 확연히 다르다.


언론과 저널을 통해 통해 전달되는 충격적인 사건 내지 공포 뉴스는 그 여파가 너무 크다. 여기에는 '배양 이론'이 깔려 있다.


- 배양 이론(cultivation theory)은 대중 매체의 현실 구성 효과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조지 거브너(George Gerbner, 1919~2005)에 의해 주장되었다. 배양 이론을 설명한 이준웅(2002)에 따르면 미디어가 묘사한 현실은 실존하는 현실과 다르지만, 수용자는 대중 매체를 통해 현실을 인식하기 때문에, 그들의 인식은 대중 매체가 현실을 보여 주는 바에 따라 구성된다는 이론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배양 이론 (커뮤니케이션 핵심 이론, 2013. 2. 25., 정인숙)


최근에 청소년 범죄가 성인 범죄를 넘어설 정도로 심각함을 다루는 시사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와 영화를 접할 수 있다. 여기에 언론에서는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 대중은 대한민국에 소년범죄가 만연할 거라고 믿는 현상이다. 그래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된 현실은 현실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김웅 검사는 에세이 검사 내전에서 영화나 드라마 속 검사가 보여주는 현실과 실제 현실 사이의 거리는 항공모함 서너 대는 교행 할 정도의 거리라고 묘사한 바 있다.) 그만큼 드라마와 영화 속 팩트와 현실 속 팩트에는 거리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과 저널은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르다. 언론은 현실의 팩트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언론의 영향력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영향력이 큰 언론 앞에서 늘 경찰은 끌려 다니고 휘둘리는 걸 너무 많이 보았다. 특히 사건 사고를 다루는 언론은 파급 효과가 굉장히 크다. 그래서 '언론 기사는 때론 누구에게 흉기가 될 수 있다'라고 표현한 바 있다.


2009년, 그때도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전지현 씨의 휴대전화를 불법 복제한 뉴스는 큰 충격이었다.  

'국내 최고의 인기 연예인 = 싸이더스 HQ'라는 공식이 있을 정도로 최고의 연예인들이 소속되어 있던 국내 최고의 소속사가 휴대전화를 복사해 통화 내용과 문자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본 사건은 충격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때는 휴대폰 불법 복제가 가능했다.

통신 네트워크가 2G/CDMA와 연동하는데 제작된 단말기였기 때문에 휴대폰 단말기 고유 식별 번호 ESN(Electrical Serial Number)을 읽어와 다른 단말기에 복사하면 원래 단말기가 수신하는 통화와 문자 메시지를 동시에 수신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해 같은 와이파이 존에서 무선으로 여러 사람이 동일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핸드폰 불법 복제는 당연히 불법이고 범죄로 처벌받는다. 하지만 통신 기술이 3G/4G/5G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지금의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는 이런 범죄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3G 통신이 상용화되면서 단말기에 대한 기능과 보완도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때 폰 복제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가입자 인식 모듈 즉 SIM을 도입하게 된다. (하나의 휴대전화에서 투넘버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는 기술적으로 다른 접근이기 때문에  혼동하면 안 된다.) 연예인의 휴대전화 복제 사건은 아직도 사생활 침해 사건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그리고 이 공포에 사로잡혀 사무실을 방문한 사람들과 의외로 많이 만났다.


한 번은 대학생들이나 매고 다닐법한 이스트 백팩을 메고 60대 중반의 어르신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르신은 누군가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통화 내역을 조작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런 상담은 질문을 많이 하기보다는 대답을 많이 듣는 편이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설명하려고 해도 주장을 비집고 들어갈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 통화 목록을 보여 주면서 이상하다고 했다. 통화한 순서대로 목록이 차례대로 올라가는데 누군가가 핸드폰에 들어와서 통화 목록 순서를 바꿨다는 것이다.


오후 3:54의 통화 목록은 오전 1:00의 통화 목록 위에 있어야 정상인데 누군가가 순서를 변경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사진은 정상 통화목록 사진

스마트폰을 쓰면서 이런 의심을 가져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어떻게 남다른 관찰력을 가졌는지 내심 놀라기도 했지만 기술적인 설명은 통하지 않았다. 유독 작은 아들의 통화 목록 순서가 자주 변경된다고 했다. 어르신대로의 설명을 빌리자면 아침에 통화한 작은 아들과의 통화 목록은 밑에 있어야 되고 오후에 통화한 목록이 위에 올라와야 했지만 순서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작은 아들이 전화를 한 적이 없다는데 가끔씩 통화 목록에 남아 있다고도 했다. 그리고 예전에 핸드폰을 해킹한 사건을 뉴스에서 본 적 있다며 전지현 사건을 언급했다. 오래전 사건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었다. 작은 아들과 함께 살고 있냐고 물어보니 따로 살고 있고 많이 아프다고 했다. 아마 이런 걱정의 핵심은 아픈 작은 아들과 자주 통화하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인 듯했다.


"작은 아들 보고 싶을 때마다 통화를 자주 하는 건 어떨까요?"


명확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했지만 지금 들고 있는 휴대전화는 그렇게 쉽게 해킹되지 않는다고 안심시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또 한 번은 모자를 깊게 눌러쓴 여성 민원인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분도 역시 누군가가 자신의 핸드폰을 해킹해 24시간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더욱 놀라운 건 집에서 TV를 보던 중 다른 채널로 갑자기 돌아가는 현상을 겪으면서 와이파이 서비스도 차단했다고 했다. 이런 경우는 설명을 하려고 하지 말고 무조건 들어줘야 한다. 그리고는 바로 옆집에 사는 남성을 지목했다. 이유인즉 며칠 전 공동현관 쓰레기 배출 문제로 사소한 말다툼을 격은 적이 있는데 그 이후 그 남자가 자신의 핸드폰을 해킹했다는 것이다. 옆 집 남성과 통화를 한 적도 없고 심지어 서로 번호도 모르는데 스마트폰에 침입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때 이 여성은 전지현 사건을 제시하며 지금은 정말 기술적으로 불가능한지 반문했다.


"지금 들고 있는 스마트폰의 보안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본인이 권한을 주지 않는 이상 침입은 불가능합니다."


상담할 때마다 각자 다른 두려움의 원인을 가지고 있었지만 시간이 이렇게도 오래되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핸드폰 복제가 가능한 걸로 믿고 있었다. 한 달에 평균 1-2명씩 꼭 이런 이유로 사무실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공포의 원인이 핸드폰 해킹이 아닌 다른 곳에 있음을 설명하고 돌려보낸다.

나는 언론과 저널이 생산하는 공포에 가까운 뉴스를 싫어한다. 그래서 경찰이 되고 나서 거의 뉴스와 신문을 보지 않는다.(보고 싶지 않아도 직업 특성상 거의 매일 봐야만 하지만 스스로 찾아서 보지는 않는다.)

그리고 얼마 전 '아파트 월패드 해킹' 보도가 연일 모든 언론을 도배하듯이 보도되면서 전국의 입주자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특히 이런 뉴스는 남의 일 같지 않은 나도 해당될 수 있다는 공포심 때문에 더욱 무서운 공포 뉴스로 돌변한다.   

분명 이 공포 뉴스는 앞으로 몇십 년이 지나도 분명 사람들에게 무서운 공포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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