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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중현 Oct 07. 2023

국내 출간 1년 후 대만 출간

행동강령 지침서

'봄이 오면 눈은 가장자리부터 녹는다. 공기에 노출되는 부분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가장자리로부터 전해 오는 소식을 해석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신호와 잡음을 구분하는 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Only the paranoid Survive) 中



지구대, 파출소 < 경찰서 < 지방경찰청 < 경찰청


이 관계는 가맹점 < 지사 < 본점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가맹점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지사로 발령받고 지사에서 탁월한 실적을 올려 본점으로 진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3 급지 시골 경찰서에서 지방청을 거쳐 경찰청 사이버수사국 글로벌 IT 기업 부서 면접을 보고 근무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지만 다시 경찰서로 돌아왔다. 경찰서에서 지방청으로 발령받을 때 '입성을 축하한다. 큰 물에서 놀아봐야 한다'라며 축하해 줬고, 지방청에서 경찰청으로 근무 제안을 받았을 때는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곳에서 커리어 스펙을 쌓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지방청에서 경찰청 근무 제안을 거절하고 다시 경찰서로 돌아왔다.(경찰청은 몇 번 제안을 고사하면 다시는 불러주지 않는 특징이 있다.)


지구대, 파출소 > 경찰서 > 지방경찰청 > 경찰청


사이버범죄 피해자들과 피의자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접할 수 있는 곳은 경찰서가 유일하다.  메시지의 양이 방대해지면서 업무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렇다 보니 형사 1인당 취급 사건도 늘어나면서 수사부서는 점점 기피 부서가 되고 말았다. 예전 수사 방식에만 익숙해져 있으면 급진적으로 비대해진 피해자들과 피의자들의 메시지는 단순히 마무리해야 할 사건 속에 매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피해자들에게는 마인드 셋을 위한 메시지를 피의자들에게는 규제를 위한 환경의 구축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었다. N번방 사건 이후 랜덤채팅이 청소년유해매체로 지정되는 규제가 시행되면서 연령제한 표시가 의무화된 것처럼 온라인 생태계에 환경의 변화가 반드시 나타나게 된다.


삭제(delete), 차단(interception), 폐쇄(closure)


사이버 스페이스 내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규제 수단이다. 하지만 이곳에 우회(bypass)라는 막강한 기술적 변이가 나타나면서 이 규제를 무력화시키는 대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금 전달 보이스 피싱으로 의심된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직접 만나러 현장으로 나갔다. 신고자는 20대 초반의 MZ세대였다. 구인광고 플랫폼에서 알바 광고를 보고 1달째 되던 날 급여에 추가 보너스까지 지급해 주겠다며 새로운 업무지시 문자를 보는 순간 의심스러워 신고를 한 것이다.


신고자로부터 확보한 문자 메시지 내용. 출처 : 박중현(재인용 금지)


이 실장과는 단 한 번도 통화를 하거나 만난 적도 없는 사이였다. 업무 지시는 철저하게 텔레그램으로 하달되었다. 이전 메시지는 모두 지워져 있었다. 텔레그램은 송신자가 일방적으로 메시지 삭제와 방 폭파가 가능하고 종단간 암호화 서비스가 적용되는 앱으로 이미 유명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메시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범죄자는 철저하게 자신의 존재를 익명화하고 남겨진 증거와 흔적은 모두 피해자가 남긴 것들이다. 이렇다 보니 피해자가 또 다른 피의자가 되는 악의 순환주기에 끌려 들어간다. 특히 MZ세대들이 희생자로 많이 나타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행동강령 지침서를 만들어야겠다고 노선을 정한 뒤 '브런치'를 통해 알리기 시작했다. 브런치 시작 2년 만에 현재는 다른 출판사로 이직한 도서출판 넥서스(지식의 숲) 출판사 에디터의 제안으로 사이버범죄전담형사의 리얼범죄 추적기라는 타이틀을 걸고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그리고 1년 만에 대만에도 출간되는 영광이 찾아왔다.


인격살인 대만판 버전


사이버범죄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중요한 이슈로 급성장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선택한 주제는 경쟁이 아닌 독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한 글쓰기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https://meet.eslite.com/tw/tc/article/202309220001

       -책의 내용과 영화를 매칭해 언급한 기사 링크-


사이버범죄는 삭제(delete), 차단(interception), 폐쇄(closure)라는 규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생존하는 생명주기를 완성했다. 더 강한 규제와 높은 처벌을 기대하겠지만 더 많은 희생자들이 나타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피해자들과 피의자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는 곳으로 경로와 속도를 바꾸고 포커스를 맞추면 분명 숨은 값을 찾을 수 있다.


가장 먼저 우리에게 필요한 건 관심이다.


https://www.acmebook.com.tw/book.php?sn=1257

                                                     -대만 출판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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