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초등학교에 출근하다 다리를 다치며 몇 개월을 쉬어야 했어요. 올해 6학년을 담당하며 부장도 맡기로 되어 있던 터라 학교도 저도 난감하기만 했어요. 하지만 다리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으니 무조건 쉬어야 했죠.
처음엔 누워만 있는 시간이 의미 없게 느껴져 우울하기만 했어요. 점차 시간이 지나 앉아있을 수 있게 되자 핸드폰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 첫 시작은 여기 브런치였어요. 다리를 다친 이야기를 썼어요. 이야기를 쓰다 보니 우울감이 달아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노트북을 가져다 두고 동화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그림책으로 쓰려고 메모해 두었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호흡이 긴 동화로 이어졌어요. 제 첫 독자는 초등학교 3학년인 제 딸이었어요. 평소에도 책을 많이 읽던 딸은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며 재미있게 읽어주었어요. 가끔 아이디어도 하나씩 흘려주기도 하고요.
동화를 쓰는 시간 동안 참 행복했어요.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혼자 있는 시간 내내 동화를 썼어요. 점심을 먹고 또 쓰고, 오후에 아이들을 만나 저녁을 먹은 뒤 아이들이 잠들면 또 동화를 썼어요. 그즈음 지인들이 "뭐 해?"라고 물으면 제 대답은 늘 "글 쓰고 있어." 였어요.
어느덧 시간이 흘러 다리가 많이 좋아져 제법 잘 걸을 수 있게 되자 학교에 출근할 수 있게 되었어요. 몇 개월 만에 돌아간 학교는 이틀 만에 적응이 되었어요. 이미 17년간 해오던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학교에 출근하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동화를 쓸 때만큼 재미있지 않았어요.
교권이 무너지고, 학부모 민원이 넘치며, 학생들은 의욕을 잃었어요. 쇼츠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자극적인 영상 이상으로 재미있는 수업을 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더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 보는 시간을 지겨워하며 더 이상 생각이라는 것을 해보려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저도 의욕을 잃어가고 있어요.
5개월 동안 늘 앉아있느라 포동포동 올라온 제 볼살은 단 이틀 만에 홀쭉해질 정도였달까.
저는 이제 퇴사를 꿈꾸게 되었어요. 하지만 쉽지 않은 길인 것을 이미 알고 있어요. 저는 지금 동화공모전을 도전하는 신인작가예요. 아직 등단조차 하지 못했죠.
다행히 한 출판사에서 제 출간계획서를 좋게 봐주어 계약한 어린이책이 있지만, 계약금은 교사의 한 달 치 월급에도 미치지 못하거든요. 내년에 출간한다 해도 책의 수명은 5년이 채 되지 않으니 얼마나 인세를 받을지도 불투명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