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한 줄기 빛
어제 비가 온 이후로 갑자기 날이 추워졌다. 가을은 참 짧겠구나. 그래도 공기가 청명하니 좋다. 기운을 잃어가던 잎들이 비를 맞고 반짝 다시 생기가 돈다. 이 짧은 가을, 다시 오지 않을 올해의 이 순간을 열심히 만끽해야겠다.
오전에 가까운 전통시장에 가보았다. 온누리 상품권이 있어 사용해 보려고 찾아간 것이었는데 가격이 저렴해서 놀랐다.
그래, 말로는 오래전부터 들었다. 재래시장 옹호론자들이 늘 이야기했지, 시장이 더 가격 저렴하고 소량으로도 살 수 있다고. 믿을 수 없었다. 대량으로 유통하는 대기업 마트보다 개인 가게가 더 저렴하다고? 실제로 방문해 보아도 체감할 수 없었다. 내게 재래시장은 관광지 같은 곳이라서, 가끔 가더라도 먹거리 위주로 돌아다니기만 했으니 관광객들에게 익히 알려진 식당의 음식 가격은 별로 저렴하지 않았던 까닥이다. 그래서 재래시장에 대한 내 인식은, 아닌데? 더 비싸던데? 였다.
큼지막한 샤인 머스켓 한 송이 5천 원, 감 3개 천 원, 사과 한 개 천 원, 도합 7천 원에 사 왔다. 냉장고에 여유가 없어서 더 사지는 않았지만, 가지 2개에 천 원, 청경채 큰 봉지에 천 원, 조생귤 8개에 천 원 등등. 평소 내가 마트에서 사던 가격의 1/2~1/3 수준이었다. 엊그제 산 사과 한 개가 카드 할인받아서 2천 원, 청경채 한 봉지가 3천 원, 가지 2개가 3,800원이었으니.
단점도 있다. 쌓인 것 중에 품질이 좋고 나쁜지 내가 판단해 골라 담아야 한다는 것. 과일이고 야채고 좋은 걸 고르는 눈이 전혀 없는 내게는 고난도 작업이다. 동네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가 고르는 것을 유심히 보고 따라 했으나, 그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이 대가족이거나 식당 주인이라면 대량으로 금방 소진할 것이니 신선도가 아주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나.
아무튼 새로운 경험이었다. 재래시장을 옆에 끼고 있는 아파트 단지들이 부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