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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기준

월 삼백

by 소소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서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으려 했으나 미세먼지 없이 맑은 대기 상태를 보니 몸이 근질근질하여 옷을 껴입고 나섰다. 막상 나가보니 그렇게 춥지 않다. 오래간만에 공원이나 한 바퀴 뛰고 오려고 했는데, 평상시 늘 사람으로 북적이던 카페가 왜인지 한산한 것이 눈에 띄었다. 평일 오전 시간을 누리는 것은 백수의 특권이니 발길을 멈추고 카페에 들어갔다.

아메리카노와 아몬드 크루아상을 주문했다. 도합 7,200원. 여기는 맛은 그저 그런 편인데 분위기가 무척 좋은 곳이다. 들이치는 햇살과 창 밖으로 보이는 유럽식 어닝, 자전거를 타고 와서 빵을 사가는 사람, 세련된 음악 선곡, 커다란 통원목 테이블. 아, 나의 매일매일이 이렇게 우아했으면 좋겠다. 문득, 매일 아침을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먹을 수 있는 삶은 무척 호화롭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4번, 세끼 식사와 한 번의 커피를 좋은 곳에서 매일 사 먹을 수 있다면 부자겠구나. 평균 1만 5천 원으로 해서 하루 6만 원, 한 달에 180만 원을 식비로 사용할 수 있다면 말이다. 내가 한 달에 150만 원을 사용하고 그중 식비가 40만 원이니 지금보다 매달 140만 원을 더 쓸 수 있어야 하는구나. 그러니까 부자는 생활비로 월 300만 원을 쓰는 사람이구나.


커피를 마시는 중에 서울시 에코마일리지에서 알림이 왔다. 주거 에너지 절감 인센티브 대상자로 확정되어 1만 마일리지가 지급되었다고 한다. 이번 달 예산에 여유가 있어서 지출했던 7,200원이 갑자기 무척 아까워졌다. 기껏 6개월 간 에너지를 절약하여 받은 1만 원을 이렇게 한순간에 써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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